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1. 1 방송분) |
- 후퇴하는 창원시 대중교통 우선 정책
창원시 원이대로 S-BRT 공사로 인한 승용차 운전자들의 민원이 폭주하고 있고, 급기야 창원시는 S-BRT 공사기간 단축 방안과 함께 창원광장 개선도 연기하였습니다. 오늘은 승용차 이용자들의 민원 때문에 후퇴하고 있는 창원시 대중교통 정책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창원시청 홈페이지를 찾아보면 BRT 공사와 관련한 민원이 100건이 넘어가고, 그 보다 더 많은 전화 민원까지 쏟아지다보니, 지난 27일 창원시 교통건설국 신교통추진단에서는 야간 공사, 공기단축 등 추가적인 시민불편 해소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아울러 언론들도 “S-BRT 공사로 인한 민원 폭주와 시민 불편”을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언론보도를 보면서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4월 시작된 S-BRT 공사를 통해 획기적인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 변화를 기대하는 보도를 쏟아냈던 언론들이 뻔히 예상되었던 차량 정체와 불편에만 포커스를 맞춰 보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시내버스 개선과 대중교통 중심의 교통체계 개선을 위해 시민운동을 해온 제가 보기엔 S-BRT를 추진하는 창원시가 옳고 자신들의 불편만 주장하는 시민들이 틀렸습니다. 제가 이 코너에서도 몇 차례 말씀 드렸는데, 창원시는 제주도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승용차 수송분담율이 가장 높은 도시입니다. 창원시의 대중교통 이용률은 인구 100만이 넘는 다른 특례시와 비교해도 턱 없이 낮은 수치입니다.
수원시의 대중교통 이용률은 43.%, 고양시의 대중교통 이용률은 41.6%, 용인시의 대중교통 이용률은 32.6%인데, 창원시의 대중교통 이용률은 고작 23.6%에 불과합니다. 창원시민 열 명 중에서 두 명만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여덟 명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는데, 대부분 승용차입니다.
창원시 대중교통 이용률은 전국 꼴지 수준
창원시가 승용차 중심 도시라고 하는 것은 자동차 등록대수를 봐도 명확한데요. 2005년 38만 8185대였던 자동차 등록대수는 2022년 64만 614대로 17년 사이에 2배 가량 늘어났습니다. 자동차 대수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도로에 자동차가 차지하는 면적이 늘어났다는 이야기와 같습니다. 한 번 상상해보십시오.
창원대로 위에 승용차 200대가 도로를 메우고 있는 모습과 200명이 시내버스 5대에 나누어 타고 이동하는 뻥뚫린 모습을... 뉴욕타임즈가 비슷한 사진을 기사와 함께 신문에 실어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일이 있는데요. 자동차 중심 도시가 에너지 소비는 말할 것도 없고, 기후 변화에도 가장 취약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가 될 수 없습니다. 2018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연간 교통혼잡 비용은 67조 7631억원이라고 하는데요. 차가 막혀 길에서 버리는 시간과 돈을 합치면 무려 67조원이나 된다는 겁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 주요 도시는 모두 대중교통 중심으로 교통 체계를 바꾸고 있고, 프랑스의 파리시는 시민들이 도보나 자전거로 집에서 15분 이내에 필요로 하는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시 인프라를 재편성하는 15분 도시를 선언한바 있습니다. 많은 시민들이 공단을 중심으로 장거리 출퇴근을 하는 창원시에서는 아직 15분 도시와 같은 계획은 꿈도 못꾸는 상황입니다만, 그래도 탄소중립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교통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1단계로 BRT를 추진하고 2단계는 대중교통 활성화 계획으로는 노면전차 트램 도입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 4월 국토교통부의 사업 승인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땅 위로 달리는 지하철이”이라고 불리는 S-BRT 공사 과정에서 승용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민원에 시달리다, 급기야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이 대폭 후퇴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후퇴는 창원광장 개편 계획을 포기한 것입니다. 창원시는 S-BRT 도입을 추진하면서 창원광장의 교통흐름을 개선하기 위하여 원형 광장 회전교차로를 양방향 신호체계로 바꾸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서울시청 광장처럼 시청과 광장을 연결하여 시민들의 광장 접근성을 높이는 계획을 확정하고 재작년 11월에 경상남도의 승인까지 받았습니다.
창원광장 개선 포기는 폭탄돌리기?
그런데, 지난 연말 창원시는 돌연 광장 교통 체계 변경 계획을 취소하고, 경상남도에 실시계획 변경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유는 딱 하나 밖에 없습니다. 원인대로 S-BRT 공사 때문에 민원이 많은데, 창원광장 공사까지 시작하면 민원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였기 때문입니다. 창원시는 트램 설치에 맞추어 창원 광장 교통체계를 바꾸겠다가 밝혔는데, 이렇게 되면 트램이 예정대로 추진되어도 2031년은 되어야 교통체계가 바뀔 수 있게 됩니다.
창원광장 교통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당초 계획했던 S-BRT는 반쪽짜리 대중교통 정책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이대로 중앙차로로 버스가 다니게 되면서 차선이 줄어든 승용차는 정체가 생길게 뻔한데, 창원광장에서 양방향 소통이 되지 않으면 시가지 전체로 정체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모든 원망은 버스 중앙차로를 다니는 BRT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고, 힘들게 추진하는 대중교통 우선 정책이 토대부터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황당한 것은 창원광장 교통체계를 바꾸기 위해 수 차례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개최하고 전문가 자문 그리고 전문 기관의 교통흐름 컴퓨터 시뮬레이션까지 다 했었는데, 승용차 소유자들의 민원 때문에 해당 부서 공무원들의 내부 판단만으로 공사를 포기하고, 정책을 후퇴시킨다는 겁니다. 이렇게 민원에 밀려 내부 판단으로 정책이 후퇴한다면 수년에 걸친 준비과정은 모두 예산 낭비이고, 여기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들러리나 다름없습니다. 한번 결정한 정책은 절대 바꿀 수 없다는 말이 아니라 절차와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정책이 하루아침에 민원 때문에 뒤집혀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S-BRT 공사를 시작하면 차가 막히는 것은 충분히 예상했던 일이고, 대중교통 우선 정책은 승용차가 막혀야 성공하는 정책입니다. 도로 가운데 중앙차로에 S-BRT를 설치하는 것은 앞으로 버스를 타도 승용차와 비슷하게 혹은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체계를 바꾸자는 사회적 합의입니다. 따라서 창원시는 “공사가 끝나면 괜찮을 것”이라고 설득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승용차 대신 S-BR 타는 것이 더 좋다”고 설득해야 하는데, 승용차 가진 사람들의 민원 때문에 대중교통 정책이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승용차 운전자들의 민원 때문에 창원시 대중교통 우선 정책이 후퇴하지 않도록 버스 이용자들, 뚜벅이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주장해야할 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