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12. 25 방송분) |
경남, 창원 양산 진주 빼면 대부분 지역은 필수의료 취약지역?
응급실에 자리가 없어 긴급 환자가 응급실을 찾아 헤매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로 생명을 잃는 일이 벌어지고, 소아과 병원 앞에서는 오픈런이 반복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요. 마침 지난 15일에는 경상남도 공공보건의료 심포지움이 개최되었습니다. 오늘은 경남의 필수의료 현황과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의대정원 확대 문제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겨울이 깊어지고 기온이 내려가면서 감기와 독감 환자가 늘어나면서 소아과 병원 앞에는 병원문을 열기 1~2시간 전부터 줄을 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지난주 출근길에 마산 석전동에 있는 소아과 건물 앞에, 비까지 오는 아침에 우산을 받쳐 들고 줄을 서 있는 젊은 엄마, 아빠들을 보면서 “아이 키우기 이렇게 힘들게 해놓고...아이만 낳으면 국가가 키워준다는 말은 몽땅 거짓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 지잔 13일 사천시에서는 12년 만에 다시 문을 연 사천지역의 유일한 분만 산부인과에서 첫아기가 태어났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군지역도 아닌 사천시에 분만 산부인과가 없었다는 말이야 하고 의문을 가지실텐데요. 네 지난 12년 동안 사천시에 사는 임산부들은 승용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진주시에 있는 분만 산부인과에서 아기를 낳았습니다.
2022년에 사천시에 출생신고된 신생아는 모두 475명인데, 엄밀하게 따지면 사천시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진주시에서 태어났던 것입니다. 예컨대 사천시에서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분만 아기 울음소리가 울려퍼진 것인데요. 사천시에 분만 산부인과가 다시 문을 열수 있었던 것은 경상남도가 분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하여 이 산부인과 병원을 의료취약지역인 사천시 거점 의료기관으로 지정하고 예산을 지원하였기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바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심포지움이 개최되었는데요. 바로 경상남도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주최한 ‘제5회 경상남도 공공보건의료 심포지움’입니다. 이날 심포지움은 “지역 필수의료혁신 전략”을 주최로 개최되었는데요. 사실 내용은 모두 부족한 지역의 필수의료 공백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습니다.
필수의료는 “응급·외상·심뇌혈관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중증의료 강화, 산모·어린이·장애인 등 건강 취약계층 의료서비스 확대, 그리고 감명병, (코로나-19와 같은) 공중보건위기 대응 등 안전체계구축”을 말합니다. 그렇다면 경남의 필수 의료 체계는 얼마나 잘 갖춰져 있을까요?
경남도내, 치료 타이밍 놓친 사망자 연간 1500명 추산
이날 심포지움에서 발표를 맡은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 김영수 실장에 따르면, 창원 등 일부 도시 지역을 제외한 경남은 심각한 필수의료 취약지역입니다. 2021년을 기준으로 경남 도민 중에서 적절한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사망한 사람은 인구 10만명 당 47.3명이라고 하는데요. 서울은 38.5명, 전국 평균은 43.7명입니다. 2021년도 경상남도 인구가 330만명이었기 때문에 추산하면, 제때에 치료받지 못해 사망한 환자는 약 1500여명이나 됩니다.
짐작하시겠지만, 더 심각한 것은 경남 안에서도 지역 간 격차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창원 성산구의 치료가능 사망률은 인구 10만명 당 37명인데 비하여, 합천군은 62.8명, 고성군은 59.3명, 거창군은 57.4명이나 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경남은 간암 사망률과 뇌혈관질환 사망률이 전국 시·도중 1위라는 불명예도 가지고 있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간암 사망률이 전국 1위인데, 창원시 마산합포구와 회원구는 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하는 암검진 수검율에서 전국 최하위에 속해 있습니다.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암검진 수검율이 낮기 때문에 가장 시급하게 추진해야 할 일이 바로 국가 암검진 수검율을 높이는 것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치료가능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네 그것은 응급의료와 필수의료 체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응급의료와 필수의료의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는 바로 건강보험 진료비 유출 실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김영수 실장에 따려면 2021년 기준으로 경남도민들은 자신들이 낸 건강보험료 중에서 약 1조원을 다른 지역에서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건강보험료 순유입이 가장 높은 곳은 짐작대로 서울인데요. 약 6조 8000억원의 순유입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요약해보면 경남도민들은 경남의 의료체계가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매년 1조원을 부산과 수도권에서 진료를 받는데 지출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핵심적인 원인 중 하나는 의사 부족 문제입니다. 산청군이 의료원을 설립해놓고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던 것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경남의 인구천명당 의사수는 1.74명으로 전국 평균 2.18명보다 낮고, 인구가 비슷한 부산시의 2/3 수준에 불과합니다. 뿐만 아니라 진주, 양산, 창원을 제외한 도내 15개 시군의 의사수는 전국 평균의 절반 수준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의사 부족... 경남이 가장 심각하다
김영수 실장에 따르면 “실제 진료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공중보건의사를 제외하면 경남지역 인구 천명당 의사수는 1명이 안된다”고 합니다. “군 지역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1명도 없고, 창원, 진주 경상대병원이나 양산 부산대병원 등 대학병원들도 의사 정원을 채우고 있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2050년까지 의사인력 수요 추계를 봐도 전국에서 의사가 가장 부족한 지역이 경남이라고 하는데요. 도내 의과대학에서 한 해 양성되는 의사인력은 고작 76명에 불과합니다. 전국 의대 정원이 3058명으로 18년째 동결되어 있는 것도 문제이지만, 전국 3058명 의대 정원 중에 경남에 고작 76명 밖에 안 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보건복지부 조사결과 전국의 모든 의과대한이 정원 확대에 찬성하고 있고, 당장 2025년도에 2151~2847명까지 증원을 원한다고 합니다. 국책연구기관에서도 1천명 안팎의 정원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의대정원 확대의 칼자루를 쥔 곳이 정부가 아니라 의사협회라는 것입니다. 지난 18년간 의대 증원이 좌절된 것도 의사협회의 반대 때문이었고, 2020년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격차 해소를 위해 내놓은 공공의대 설립 추진이 무산된 것도 의사협회의 반대 때문이었습니다. 심각한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를 위해 이번에는 꼭 의대 정원이 확대되고, 경남지역에 의대 신설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