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12. 18 방송분) |
내년부터 창원시에 있는 유일한 종합전시장 창원컨벤션센터(CECO)의 운영 주체가 바뀐다고 하는데요. 지난 2005년 개관 이후 지난 18년 동안 서울에 있는 한국종합전시장을 운영하는 COEX가 운영해왔는데요. 운영 주체가 바뀌면서 고용승계 문제로 그동안 일하던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될 상황이라고 합니다. 오늘은 세코 운영 주체 변경의 의미와 고용 승계 문제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경상남도는 올해 연말로 위탁계약이 끝나는 창원컨벤션센터를 경남도 출연기관인 경남관광재단에 위탁운영하는 계획을 지난 2월에 확정하고 운영 주체 변경에 따른 준비를 해왔습니다. 당시 경상남도에서는 “경남관광재단에 위탁운영을 맡겨 재단의 핵심 기능을 확립하고, 일반 운영비와 부대경비를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경남도가 운영 주체 변경을 추진하게 된 것은 운영적자를 해소하겠다는 정책 목표를 세웠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당시 경남도는 2020년 가동률 26%에 30억 적자, 21년 가동률 24.9%에 26억원 적자, 22년 가동률 41%로 15억 적자를 냈고, 23년의 경우에도 가동률 55%에 17억원의 적자가 예상되기 때문에 경남관광재단으로 운영주체를 바꾸고 가동률을 높여 흑자구조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경남관광재단에 세코 운영을 맡긴 까닭?
한편, 지난 2020년 5월에 설립된 경남관광재단은 최근 3년 동안 경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재단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설립 첫해인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도의회 행정사무 감사 지적사항을 보면, “경남관광재단의 중장기 경영전략을 수립하고, 관광협회등 민간 유관 기관과의 역할을 구분”을 주문받았고, “경남관광 재단 역할 재정립, 경남도청관광진흥과 역할분담 명확히 할 것, 재단의 역할 강화, 관광정책 실현을 위한 컨텐츠를 개발하고 해외마케팅 팀을 신설할 것” 등을 주문받아 왔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일련의 과정을 보면, 경상남도가 제 역할을 못 찾고 있는 출연기관인 경남관광재단의 역할 정립과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세코 운영을 맡기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운영주체 변경을 보름 앞두고 있는 현재까지 내년부터 운영을 책임지게 될 직원 채용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고 합니다. 지난 2005년부터 세코를 운영해온 코엑스 세코사업단은 16명의 직원을 프포젝트 계약직으로 고용해 왔습니다. 1년마다 계약이 종료되는 비정규직이었지만, 그동안은 매년 계약이 자동갱신되어 사실상 정규직원처럼 일하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경남관광재단이 위탁 운영을 맡게 되면서 절차대로 정규직(경력직)을 뽑기 위한 채용절차가 진행되었는데, 총 16명 모집에 7명이 합격하였고 그동안 근무하던 세코사업단 노동자는 4명만 지원하여 합격했다고 합니다. 경상남도는 운영주체가 변경되어도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였지만, 직급별 관련분야 범위를 세코의 전시시설 규모에 맞췄기 때문에 사실상 기존 노동자들의 고용승계가 유리하도록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정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해 재공고를 낸 상황인데요. 당장 보름 앞으로 다가온 새로운 운영 주체의 세코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지 도민들이 함께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앞서 살펴보셨듯이 세코 운영적자는 고스란히 도민의 혈세로 메꿔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코사업단 노동자들, 그리고 노동자들과 함께 부당함을 주장하는 정의당 경남도당의 주장은 경남도나 새로운 운영법인인 관광재단측의 설명과 다릅니다. 정의당과 세코사업단 노동자들은 ”관광재단이 공채로 정규직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경력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고, 관광재단 측은 ”경력직 채용 때 경력 인정·호봉 산정은 내부 규정에 따른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고용승계 한다면서...경력과 호봉은 인정 안해
그렇다면, 경남관광재단이 주장하는 내부 규정이 경력 산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요. 지난 2021년 11월 대법원은 ”민간위탁에서 직영으로 변경되어도 고용을 승계 해야 한다“는 판결을 하였습니다. 이 판결의 경우 창원 세코의 경우처럼 계약 기간이 종료되지는 않았기 때문에 동일한 사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판결의 취지는 민간에서 공공으로 운영 주체가 바뀌어도 고용승계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울러 2019년 12월 정부가 마련한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에도 ”수탁 기관이 변경되어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고용을 승계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7월 부산시는 4곳의 공공기관을 다른 기관으로 통폐합하였지만 모두 고용승계를 하였습니다.
따라서, 창원세코사업단의 경우 1년 단위로 계약하였지만 사실상 자동 재계약이 이루어졌고, 감독기관인 경상남도와 창원시가 이런 고용 관행을 충분히 알고 있었는데도, 내부 규정을 내세워서 경력과 호봉을 인정해주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됩니다.
외부의 유사기관이나 타 지역 관련 기관에서 일했던 경력이 아니라 세코에서 쭉 일해왔던 직원들의 경력과 호봉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고용 승계가 아니라 신규채용 절차를 밟기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그렇다하더라도 쭉 일해 온 노동자들의 경력과 호봉을 인정해주지 못하게 되어 있는 경남관광재단의 내부 규정이 잘못된 것이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상 경상남도나 창원시가 청소년 시설이나 복지시설 등 공공시설을 민간위탁하는 경우 위탁 주체가 바뀌면 그 시설의 운영 책임자만 교체되고, 다른 노동자들의 고용은 본인이 원하는 경우 모두 승계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지난 18년 동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시컨벤션 회사인 코엑스에 창원 세코 운영을 맡긴 것은 경험이 없는 경남도와 창원시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고, 19살 성인이 되는 시점에 도 산하기관이 운영권을 되찾는 것은 기본적으로 바람직한 방향 전환이라고 생각합니다.(도민으로서 자존심도 좀 회복 되고....) 그런데 지난 18년간 창원 세코 운영은 운영 법인인 코엑스의 노하우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창원 현장에서 일해 온 1세코사업단 노동자들의 현장 경험이 더 중요한 노하우로 축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18년을 일해 온 이분들에게는 단순히 월급 받는 직장 이상의 자부심과 지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애정이 함께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경상남도가 상식적인 고용승계를 통해 세코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꼭 달성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