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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창원시립박물관 골든타임 다 지나간다

by 이윤기 2025.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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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11. 18 방송분)

 

2019년부터 재추진된 창원시립박물관 건립이 5년이 지나도록 지지부진한 가운데, 아무런 성과없이 또 한해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창원시가 연초에 올해부터 본격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만, 도비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고, 내년 도비 예산 반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늘은 어렵게 문화체육관광부 사전심의를 통과하고 국비 예산 280억까지 마련되어 있는 창원박물관 건립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창원시립박물관 건립이 처음 추진된 것은 지난 2010년 통합 창원시가 출범하면서 박완수 당시 창원시장이 처음 추진하여,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까지 통과하였습니다만, 2014년 안상수 창원시장 임기 중에 박물관 건립이 중단되었습니다. 창원시립박물관 건립이 재추진된 것은 2019년부터인데, 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시민공청회와 타당성 조사를 거쳐서 2021년 5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평가」를 통과하였습니다.

 

2022년 3월에는 「행안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사」 조건부 승인을 받아 약 280억원의 국비를 확보하였습니다. 그해 11월에는 시립박물관에 전시할 소장품을 수집, 보관하기 위하여, 10억원을 들여 임시 수장고까지 마련하였습니다. 예정대로라면 창원박물관은 2023년에 착공하여, 2025년에 완공 할 예정이었는데, 아직 설계조차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창원시립박물관 건립 추진이 중단된 것은 2022년 현 홍남표 시장이 취임하면서부터입니다. 홍 시장 취임 이후 박물관 사업은 경제성이 없다,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재정에 부담이 된다, 문화유산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면서 건립 예산과 건립 규모를 축소시켰고, 사업 추진을 매년 늦추고 있어서 시립박물관 건립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취임 후 2022년 12월에 시장 주재로 <창원박물관 건립 관련 토론회>를 비공개로 진행하여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는데, 건립을 중단하거나 늦추기 위한 명분 쌓기였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국비 확보된 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

이미 국비 예산까지 확보되었던 사업이 지지부진한데는 예산배정 방식이 바뀐 탓도 있습니다. 창원박물관 건립 국비 예산이 2021년 12월 시행된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전환사업」으로 바뀌면서 경상남도를 통해 지원받아야 하는데, 도비 확보를 위한 창원시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작년에 신청한 예산 13억과 올해 신청한 용역과 설계비용 30억원도 내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설계 예산조차 없으면 사실상 사업추진은 어렵다고 보아야 합니다. 

한편, 창원시와 달리 경남 도내 다른 시군에서는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전후하여, 시립, 군립 공공 박물관을 리모델링하거나 증축할 뿐만 아니라 ,국보, 보물급 국가귀속 유산 보관관리 위임기관>으로 지정되어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을 직접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거제시의 경우, 문체부 「공립박물관 설립 타당성 사전 평가」에 무려 네 번을 탈락하고 다섯 번 만에 통과하여 정말 어렵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약 190억의 예산을 들여 연면적 3400㎡, 지하1층 지상 2층의 종합박물관을 건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양산시립박물관은 지난 2014년에 개관하였는데, 부지 1만 3063㎡, 연면적 5572㎡, 지하1층 지상4층 규모인데, 일제강점기에 약탈되어 도쿄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을 대여형식으로 국내에 전시하는 각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밀양시도 1974년 처음 개관한 군립박물관을 2008년에 확장 이전하였는데요. 

 

밀양대공원 내 부지 2만5천여㎡에 239억원을 들여 건립한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5289㎡의 규모로 밀양독립운동기념관과 함께 도내 시립박물관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통영시에도 부지 4790㎡에 연면적 1,692㎡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시립박물관이 있는데, 개관 당시 소장품 2천여 점이었으나, 현재는 1만 4천여 점이 넘는다고 하며 통영의 정체성을 담기 위하여 삼도수군통제영을 주제로 상설전시관을 개편하였다고 합니다. 

 

양산, 밀양, 함안, 합천, 창녕 박물관 확장 이전과 리모델링


가까운 함안군은 2023년 10월 연면적 2552㎡의 2전시관을 증축하였는데요. 2021년 증축한 1전시관을 합치면 2만 2650㎡의 부지에 연면적이 4460㎡로 늘어났습니다. 아라가야 이후 함안의 고려시대부터 근현대까지 함안에서 출토된 국가귀속 유물과 기증·기탁 유물 총 600여 점을 전시하고 있으며, 함안박물관도 2017년 6월 ‘국가귀속문화재 보관·관리기관으로 지정되었습니다. 

 

합천군의 경우도 2004년에 연면적 1400㎡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군립박물관을 개관하였는데, 최근 유네스코에 등재된 옥전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 998점을 자체 보관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2021년 합천박물관이 국가귀속유산 보관관리 위임기관으로 지정되었기 때문입니다. 

 

1996년 개관한 창녕박물관은 연건평 1234㎡이며, 지상1층, 지하1층의 작은 규모이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가야고분군' 중 하나인 교동·송현동 고분군(창녕읍) 출토 유물을 주로 전시·소장하고 있으며, 2011년 국가귀속문화재 보관관리 위임기관으로 선정되어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을 직접 전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개방형 수장고 증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야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합천, 함안, 창녕군이 앞다투어 박물관을 증축, 리모델링하고 있으며, 특히 국가귀속문화재 보관관리 위임기관으로 지정되어 국보, 보물급 유물을 직접 전시하고 있는데, 창원시만 거꾸로 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창원에는 동읍 다호리, 현동, 석동, 성산토성, 웅천패총 등의 고대유적과 임진왜란 관련 유적들 뿐만 아니라 웅천도자 유적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창원시에서 출토된 유물 중에 20여 만점은 전시할 곳이 없어 서울, 김해, 진주의 국립박물관에 보관되어 있고, 창원시는 함안 다음으로 가야 유적이 많은 곳인데, 제대로 된 박물관이 없는 실정입니다.

창원시는 과거 문체부 승인을 받고도 박물관을 건립하지 않은 전력이 있고, 지금의 문체부 승인은 2026년 2월까지만 유효하기 때문에 국비를 지원받아 박물관을 지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창원특례시 위상에 걸맞는 시립박물관을 지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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