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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정치

교황처럼 뽑는데...왜 뇌물 논란?

by 이윤기 2024. 1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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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7. 8 방송분)

 

경상남도의회와 각 시·군 의회가 새롭게 의회 대표단 구성을 마치고, 후반기 의정활동을 시작하였는데요. 후반기 도의회 의장에는 김해 출신 최학범 도의원이 선출되었으며, 부의장에는 진주 출신 유계현 의원과 양산 출신 박인 도의원이 각각 선출되었습니다만 이번에도 변함없이 의장단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모습들이 벌어졌습니다. 오늘은 경남도의회와 여러 시·군의회에서 채택하고 있는 교황선출식 의장단 선거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먼저, 잘 아시다시피 이번 의장단 선거 역시 도의회 64석 중 60석을 차지한 국민의힘 의원들 간의 물밑 경쟁이 치열하게 이루어졌고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선물 논란은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습니다(호남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지요). 최근 언론보도를 보면, 의장단 선거과정에서 다수당 집안싸움이 벌어지는 것을 두고 다수당이 사전에 선출한 후보를 무기명으로 뽑는, 이른바 교황 선출 방식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요. 사실 지금과 같은 교황선출 방식의 의장단 선거는 1991년 지방의회가 처음 시작될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그동안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었는데도, 여전히 전국 지방의회 절반 정도는 여전히 교황선출식으로 의장단을 뽑고 있습니다.

교황처럼 뽑는데... 왜 뇌물 논란 벌어지나?

자 그럼 교황 선거 결과를 두고는 아무 잡음이 없는데, 지방의회 의장선거는 한 번도 잡음없이 지나가는 일이 없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교황 선거는 라틴어로 ‘콘클라베’라고 부르는데요.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전 세계 추기경들이 바티칸에 모여 외부와 차단된 비밀 투표장인 ‘시스티나 성당’에서 물을 잠그고 선거를 진행하는데요. 2019년에 개봉된 영화 <두 교황>을 보면 시스티나 성당 안에서 콘클라베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비교적 자세히 엿볼 수 있습니다.

추기경들은 회의와 투표를 통해 교황을 뽑을 때까지, 시스티나 성당을 떠날 수 없으며, 인터넷, 신문, 텔레비전 시청 등은 물론이고,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공간에서 음식만 공급받게 됩니다. 오늘날에는 회의 시작 전 도청 장비 검사가 이루어지고, 회의 중에는 전파 차단기를 작동시켜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는 등 교황선거 과정에 높은 권위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개표 결과 교황 선출에 실패하면 검은 연기가 나오도록 투표용지를 태우고, 교황이 선출되면 굴뚝으로 흰색 연기가 나도록 태우는 것은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텐데요. 교황 선출 과정에는 늘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곤 합니다.

한편, 교황은 만장일치로 선출하고 만장일치가 될 때까지 반복해서 투표하는 것으로 기억하고 계신분들이 많을 텐데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때, 추기경 수가 많아지고, 지역적 분포도 다양해지는 현실을 반영하여 2/3 선출 방식으로 확정하였다고 합니다. 크고 작은 변화들은 있었지만 이 교황 선출 방식은 100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길게 교황 선출 과정을 설명드린 것은 지방의회가 차용하는 교황선출식 의장단 선거가 그야말로 무늬만 교황 선출식이라는 것을 청취자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교황선거와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의 가장 큰 차이점은 ‘관심’입니다. 교황선거에는 전 세계 가톨릭 신자뿐만 아니라 정계, 재계 그리고 언론에서 큰 관심을 가지는데 비하여, 우리나라 지방의회 의장단 선거는 도민들, 시민들의 무관심 속에 치르지고, 실제로 이렇게 뽑힌 도의회 의장 이름을 아는 도민은 그의 없습니다.

무늬만 교황선출식... 물밑에선 치열한 선거운동

또 다른 차이는 지방의회 선거는 교황 선거와 달리 사전 물밑 선거운동이 치열하게 벌어진다는 것입니다. 교황선거처럼 엄격한 비밀선거가 이루어지지도 않으며, 이번 도의회 선거처럼 ‘선물’ 논란이 벌어지기도 하고, 과거에는 금품을 주고 받아 문제가 된 적도 여러 번 있으며, 내가 의장이 되면 뭘 해주겠다며,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나눠먹기를 하는 일도 흔하게 있었습니다. 아울러 겉으로는 교황선출처럼 모든 의원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 것처럼 되어 있지만, 실상은 다수 정당에서 사전에 후보를 미리 선출해놓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후보 등록 사전에 받지 않는 것만 빼면 교황선출 선거와 닮은 점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다수당 당내 경선에서 사전에 내정된 후보자를 제치고, 2순위 득표자가 야당의원의 지지를 받아 의장으로 선출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데요. 이런 경우 다수당에서는 ‘야당과 야합’, 혹은 ‘배신’이라고 주장하고, 언론도 그렇게 보도하는데요. 저는 야당과 ‘협치’라고 보아야 하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의장단 선거 때마다, 이런 논란이 반복되자 대략 지방의회의 40% 정도는 공식적으로 후보 등록을 하고 공개적인 정견 발표를 하고 선출하는 방식으로 바뀐 곳도 있습니다. 그러나 <후보 등록제>를 채택한다고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학자들 중에는 의장을 도민이 직접 선출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하는데요. 저는 유권자 직접 선거는 매우 가성비가 낮기때문에 바람직한 대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근본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방의원 선출 제도 자체가 먼저 바뀌어야 합니다. 경남도의회의 경우 1당이 60석, 2당이 4석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실제 도민들의 정당 투표 결과는 국민의힘이 62%,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이 38%를 득표하였구요. 정당 득표대로 의석수를 배분하면 1당이 40석, 야당이 24석을 차지해야 맞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도의원 선거가 소선거구제, 단순다수제, 즉 승자독식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전체 64석 중 절반 이상을 비례대표로 선출하거나 혹은 기초의회처럼 한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중, 대선거구제도로 바뀌어야만 후보등록제를 통해 민주적인 의장단 선거가 이루어질 수 있고, 여야 협치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지방의회 교섭단체 구성을 법으로 제도화하고, 교섭단체 구성 최소 인원 숫자도 낮추어야 합니다. 경남도의회의 경우 교섭단체 구성 요건이 의원정수의 10%로 되어 있어, 60석을 가진 여당만 교섭단체가 있고, 4석의 야당은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여당만 교섭단체가 있고, 논의 할 파트너가 없기 때문에 여야간 협치는 기대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30년이 넘은 낡은 지방의회 선거제도 개혁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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