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9. 9 방송분) |
부산-경남 행정구역통합 논의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행정구역 통합 추진을 먼저 시작했던 대구-경북 행정구역통합 추진이 급작스럽게 중단되었습니다. 오늘은 대구-경북 행정구역 통합이 중단된 원인을 살펴보고, 부산-경남 행정구역통합 추진 방향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지난 8월 27일 오후 늦게 홍준표 대구시장이 대구-경북 행정구역 통합 추진 중단을 선언하였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대구-경북 행정구역 통합안 합의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두고 이루어졌는데요. 행정구역 통합 추진 중단을 선언한 배경에는 같은 날 오전 경상북도 도의회에서 경북도의원들이 제시한 행정구역 통합 조건에 반발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경북도의회에서는 “경북과 합의되지 않은 청사 위치 선정, 기초자치단체인 시·군 자치권 축소에 반대한다는 의견과 주민투표 및 공론과 과정이 필요하며, 합의안 도출 시한을 8월 28일”로 정해놓고 대구시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행정구역 통합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대구-경북 통합 논의를 교훈으로 삼기 위해서는 그간의 통합 추진 과정을 살펴봐야 하는데요. 대구-경북 행정구역 통합 논의가 처음 시작된 것은 지난 2019년 말입니다. 당시 권영진 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행정구역 통합을 선언하면서 공론화 되었고, 2020년 8월을 목표로 특별지방자치단체를 출범시키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2022년 민선 8기 지방정부가 새로 구성되고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하면서 통합 추진이 중단됩니다. 대구시는 특별지차체 설립을 준비하던 대구경북광역행정기획단을 폐지하였고, 2023년 1월 1일자로 대구경북연구원을 대구연구원과 경북연구원으로 분리시켰습니다.
이렇게 중단되었던 행정 구역 통합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은 올해 5월부터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를 다시 시작하면서 2026년 지방선거까지 행정구역 통합을 완수하기로 합의하면서 새롭게 논의가 시작된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전임 권영진 시장 때 시작된 통합논의와 홍준표 시장 취임에 맞춰 중단되었다가 2년 만에 다시 시작된 통합은 그 방향이 확연하게 다르다는데 주목해야 합니다.
홍준표 몽니...대구-경북 통합 우왕좌왕
2019년 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추진했던 통합 방향은 대구시가 경상북도로 들어가는 방식의 통합 즉 특별자치도가 만들어지는 통합 방식이었습니다. 딱 들어맞는 예는 아니지만 제주시가 구청 수준의 지방자치단체가 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것과 비슷한 방식입니다. 즉 특별자치도인 경상북도가 통합 행정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올해 5월부터 홍준표 시장이 주도했던 대구-경북 통합은 경북이 대구로 통합되는 방식이었습니다. 통합 논의를 시작할 때 홍준표 시장은 인구 2500만의 중국 청두시 모델을 예로 들었는데, 중국 청두시의 경우 하위 행정구역으로 구와 현, 현급시를 두고 있는데, 우리나라로 치면 자치군과 자치구, 자치시를 모두 아래에 두는 광역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경북 중심 통합이냐 대구 중심 통합이냐가 핵심적인 이견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번에 경북도의회가 대구 중심 통합에 반대의견을 명확히 하면서 홍준표 시장이 통합 중단을 선언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두 통합안 중에서 어떤 것이 채택되느냐에 따라서 통합되는 경북의 자치시와 자치군의 사무권한 문제가 달라지게 됩니다.
예컨대 경북도가 중심이된 통합이면 통합시의 권한이 축소될 것이고, 대구경북특별시가 중심이되면 경북도내 시군의 위상이 대구시 산하 구청 수준으로 축소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무래도 이 문제가 핵심 쟁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통합 청사 위치에 있어도 대구-경북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였는데, 홍준표 시장은 통합 청사를 대구와 안동, 포항 세 곳에 두자고 주장하였고, 경북은 지금처럼 대구, 안동에 두는 것을 고집했다고 합니다.
한편, 홍준표 시장 통합 논의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도 이철우 경북지사는 “수도권 일극체제에서 벗어나 획기적인 지역균형발전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면서 행정안전부의 행정체제 중재안 마련을 요청하였는데요. 경북은 여전히 통합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며, 만약 행안부가 중재안을 마련한다면 부산-경남 통합에도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부산-경남 통합...주민 여론 바뀔까?
아울러 저는 대구-경북이 겪고 있는 이 같은 통합 갈등은 부산-경남 통합논의 과정에서도 반드시 겪어야 하는 논의와 갈등이라고 생각됩니다. 지난 4월부터 경남연구원과 부산연구원이 공동연구도 진행하는 가운데, 박형준 부산시장과 박완수 경남지사도 지난 6월에 만나 10월 중으로 행정통합안을 발표하기로 하였기 때문입니다. 부산-경남 행정통합의 경우 지난해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그 뒤 여론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전무하였기 때문에 통합 논의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오는 10월에 통합안이 공론화위원회를 중심으로 도민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절차가 계획되어 있는데, 대구-경북 사례처럼 부산 중심이냐 경남 중심이냐가 핵심 쟁점이 될 것 분명합니다. 박형준 시장과 박완수 지사가 대구-경북과 다른 절묘한 절충안을 제안하지 못한다면, 뻔한 결과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내년 3월까지 불과 5개월의 공론화 이후에 여론조사로 통합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도 통합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합니다. 저는 마산창원진해시의 무리한 통합 후유증이 14년이된 지금까지 지속되는 것을 감안한다면, 겨우 5개월 공론화 과정으로 통합 찬성이 다수 의견이 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부울경 메가시티를 중단한 명분을 유지하기 위해 시늉만 하는 것이 아니라면,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여러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충분히 진행해야 합니다. 아울러 형식적으로 전문가와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토론으로는 정말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주민들이 수도권 쏠림과 지방소멸을 앞둔 우리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개인과 지역의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미래를 위한 대안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어야 하며 토론보다 먼저 학습의 과정이 포함되는 공론화가 치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