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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찔끔 찔끔 지원하는 경남형 교통정책

by 이윤기 2025.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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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9. 23 방송분)

 

최근 경상남도가 대중교통 비용을 지원하는 ‘경남 K-패스’를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대중교통 지원사업인 K-패스를 확대하고 249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여 지원 대상과 범위도 넓혔다고 합니다. 하지만 같은 날 창원시 의회는 주민 7102명이 서명에 참여한 주민발안 조례인 <창원시 기후위기 극복과 교통복지 실현을 위한 무상교통 지원 조례안>을 부결시켰습니다. 오늘은 교통복지 확대를 위해 도입한 경남 K-패스와 창원시 무상교통 지원 조례 부결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경남 K-패스 도입은 지난 6월 박완수 경남도지사가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어린이, 청소년, 노인을 대상으로 한 버스 등 대중교통 무료 이용 지원 추진”을 약속한 후 약 3개월 만에 내년 1월부터 적용될 시행계획을 내놓은 것입니다. 우선 경남도가 지원하는 대중교통은 18개 시군에서 운행하는 시내버스와 마을버스, 농어촌버스, 수요응답형버스, 부산김해경전철, 양산지하철에 적용되며, 아쉽게도 시외버스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경남형 K-패스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75세 이상 노인 대중 교통비를 무료로 합니다. 창원시가 작년 10월부터 시행한 75세 이상 어르신 시내버스 무임 교통 지원 정책의 경우 매월 8회만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8회 이상 이용 할 경우 따로 요금을 내야했기 때문에 무늬만 무상교통이라는 비난을 받아 왔는데, 경남도가 경남 K-패스를 도입함으로써 75세 이상 어르신들은 횟수 제한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창원시 무상교통 조례 부결, 경남도는 K-패스 도입, 엇박자

하지만, 인근 도시 부산과 이어지는 김해경전철이나 양산지하철을 이용하는 부산 지역 노인들이 65세 이상이면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는데, 경남 지역의 경우 75세 이상 어르신들만 무상요금이 적용되기 때문에 지역간 차별 문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경상남도는 재정 여건을 고려해 나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만, 지역간 형평성을 고려했을 때, 65세까지 확대 시기를 특정하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지점입니다. 

한편, 경남 K 패스를 이용하면 저소득층이나 청년층도 혜택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저소득층은 기존 K패스 환급율이 53%였는데, 경남 K-패스를 이용하는 경우 100% 환급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울러 청년층의 경우 K-패스와 동일한 30% 환급률을 적용하는 대신에 34세에서 39세로 넓혀 더 많은 청년을 지원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정부가 지원하는 K-패스의 경우 월 최대 60회로 횟수 제한이 있지만 경남 K-패스는 횟수 제한을 두지 않아 더 많은 혜택을 받는 분들도 생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점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우선 저소득층과 청년 교통비 환급을 적용 받기 위해서는 월 15회 이상 반드시 이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월 10회 정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분이라면 억지로 5번을 더 채워야 교통비 환급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환승을 하지 않고 억지로 버스를 갈아타는 것과 같은 불편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불편한 것은 국내 주요 10개 신용카드사에서 전용 체크카드나 신용카드를 발급 받아서 K-패스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작년도 창원시가 75세 이상 어르신 교통복지 카드 발급 때도 제기되었던 문제인데,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때처럼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번거로운 이용 절차를 개선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한편, 경남도는 대중교통 무상지원 정책을 섬에 여객 운임 지원으로도 확대하였는데요. 내년 3월부터 섬에 사는 75세 이상 노인과 저소득층인 해상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지난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해상교통 운임 지원 사업을 시작하였는데, 내년부터 전액 무상지원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취약층...섬 주민 무상교통, 1000원 요금제 지속

 

6개 시군 53개 섬에 살고 있는 2191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하구요. 무상지원 대상이 아닌 섬 주민들은 기존 정책대로 1000원 요금제로 해상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경상남도가 어르신 대중교통 무상정책을 시작하면서 육상교통인 버스와 지하철뿐만 아니라 해상 여객선까지 빼놓지 않고 보편적 복지 혜택을 동일하게 적용한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같은 날 이루어진 창원시의회의 <3만원 프리패스 무상교통 조례> 본회의 부결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홍남표 창원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때 65세 이상 어르신 시내버스 무료화를 공약했지만, 앞서 말씀 드린대로 작년 10월 무상교통 정책을 시행하면서 75세 이상, 월 8회만 지원하는 것으로 시행하였습니다. 

 



창원시의회는 이렇게 시장의 공약이 후퇴할 때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있었는데, 기후변화를 막고 대중교통을 활성화시키기 위하여 7102명의 시민들이 직접 발의한 <3만원 프리패스 무상교통 조례>는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각각 부결 시켜버렸습니다. 주민이 직접 조례를 발의하기 위해서는 선거권이 있는 창원시 주민등록인구인 86만 3990명의 1/150에 해당되는 5760명이 법률이 정하는 형식에 따라 연서명에 참여해야 가능합니다. 창원시의회가 개원한 후 올해 처음으로 주민이 발의하는 조례 2건이 발안된 것은 그 만큼 주민의 직접 조례 발의 절차가 어렵고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창원시의회가 올해 어렵게 만들어진 주민발안 조례를 신중하게 심의하지 않고 부결시킨 것은 매우 안타깝고 무책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원시의회는 해당 조례를 부결하면서 ‘재정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내세웠는데, 만약 3만원 프리패스로 재정부담이 너무 커다면 5만원 프리패스, 6만원 프리패스와 같은 대체 입법을 위한 충분한 검토와 노력을 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연구와 노력도 없이 주민발의 조례를 폐기하는 것은 지방자치의 대원칙인 주민자치를 중요성을 무시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후변화 시대에 대중교통 무상정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입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대중교통 중심으로 교통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이 흐름에는 이미 전 세계 96개 도시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부산시가 올해부터 어린이 대중교통 무상요금을 0~12세까지로 확대하였습니다. 

 

당초 내년부터 1월부터 대중교통 전면 무료화를 공약했던 세종시는 최근 전면 무료화 포기를 선언하였지만, 내년 9월부터 대중교통과 창원시 누비자와 같은 공공자전거를 월 2만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프리패스 요금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하였습니다. 

 

이런 획기적인 대중교통정책을 도입하는 세종시의 승용차 수송분담율은 46.9%, 창원시의 승용차 수송분담률은 세종시보다 11%가 높은 57.9%인데, 대중교통 3만원 조례를 부결시킨 창원시의회 도대체 어떤 대안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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