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2. 19 방송분) |
여러 가지 이유로 보호자가 아이들에게 제 때 밥을 챙겨주지 못하는 경우에 정부가 식사비를 지원하는 <아이드림 카드>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방정부로부터 <아이드림카드>사업 계약자로 선정된 바우처 서비스 업체가 가맹점들로부터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받고 있어 불공정한 거래라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이드림 카드> 수수료 문제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유엔 아동권리 헌장 27조에는 “부모와 보호자 혹은 정부가 영양, 의복 및 주거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에 대한 물질적 지원과 보조를 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신체가 성장하는 시기의 아동들이 식사를 제대로하지 못하면 신체적, 정신적 발달에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하여 일반 음식점에서 밥을 사먹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5년부터 위약 계층 아동들의 급식 지원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각 지방정부는 바우처 형식의 <아이드림 카드>를 발급하여, 1일 8000원의 식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이 드림 카드>는 부모 혹은 보호자가 일을 하거나 몸이 아프거나 혹은 경제적인 어려움을 비롯한 여러 이유로 결식 우려가 있는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밥을 사 먹거나 식재료 혹은 식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급식비를 카드 형태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 카드로는 술이나 담배, 카페인 함유 음료, 과자나 초콜릿, 사탕, 빙과류 등 식사로 볼 수 없는 것들 그리고 휴지, 세제 등의 생활용품이나 학용품 등을 구입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18세 미만 아동들의 식비를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밥 먹는데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해두었습니다.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다보니 <아동급식 카드>는 코로나 재난지원금처럼 아무 곳에서나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카드가 아니라 <기프트 카드>처럼 지정된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편 <아이급식 카드> 제도가 시행된 후 일반 체크카드와 뚜렷하게 구분되는 디자인 때문에 생기는 낙인 효과, 공무원의 아동급식 카드 부정 사용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일반 카드와 구분되지 않는 디자인으로 변경 되었고, 카드 사용 가맹점도 초기에 비해 훨씬 많이 늘어나는 등 점점 개선되어 왔습니다.
경기도 모든 식당에서 아동급식 카드 사용 가능
특히 경기도의 경우 어린이들이 식당에 갈 때마다 “아동급식 카드를 사용할 수 있냐?”고 물어봐야 하는 낙인과를 없애기 위하여 2020년 8월부터 모든 식당에서 <아동급식 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였습니다. 아동 급식 전자카드는 통상 가맹점 스티커가 부착된 식당 등에서 사용이 가능하며, GS25, CU, 이마트24를 비롯한 대부분의 편의점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다른 지방정부에서는 시행착오을 막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되었습니다만, 저희 경남에서는 때아닌 <아동 급식 카드> 수수료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지난주 언론보도에 따르면, 창원에서 아동 급식 카드 가맹점으로 가입한 돈까스 가게 사장님의 인터뷰 기사가 나왔는데요. 일반 신용카드의 경우 가맹점 수수료가 0.25%인데, 아동급식 카드 가맹점으로 가입했더니 6배나 비싼 수수료를 받아 가더라는 호소였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아동 급식 카드>는 지방정부가 비씨카드, 신한카드 등 신용카드 회사나 바우처 서비스 업체와 계약을 맺고 사업을 집행하는데, 신용카드 회사의 수수료는 통상 0.25%이지만, 바우처 업체는 이보다 6배나 많은 1.5%를 수수료로 받아 챙기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국 지방정부 중에서 30곳 이상이 수수료가 비싼 바우처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데, 경남에서는 18개 시군 중에서 창원시, 밀양시, 거제시, 통영시, 사천시, 고성군, 창녕군 등이 수수료가 비싼 바우처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일이 생긴 까닭은 지방정부가 사업자를 선정할 때, 가맹점 수수료에 대한 제한 규정을 두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바우처 업체의 가맹점 수수료가 비싸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동들에게 돌아오게 됩니다. 가맹점 수수료가 높으면 그만큼 가맹점 가입율이 떨어지고, 가맹점 숫자가 적은 만큼 <아동 급식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경상남도 운영 중인 아동급식전자카드인 <경남 드림 카드> 가맹점을 검색해보면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의 문제점이 잘 드러납니다. <경남 드림 카드> 홈페이지에서 가맹점을 조회해보면 김해시의 경우 540곳의 가맹점이 있는데, 부원동에 있는 김밥천국 한 곳을 제외하면 모두 김해 시내에 있는 CU편의점과 GS 편의점뿐이었습니다. 김해시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작년 연말 <아동급식카드> 수행 업체를 신한카드로 바꾸고 올해부터 신한카드의 일반음식 가맹점과 연계하여, 카드 사용 가맹점을 7000여군데로 확대하게 되었습니다. 아울러 카드 디자인도 신한카드 체크카드와 같은 디자인을 사용하여 낙인효과가 생기지 않도록 개선하였다고 합니다.
신용카드 6배, 아동급식 카드 수수료 낮춰야
이런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한발 앞서 나가는 곳도 있는데요. 대구시의 경우 작년부터 공공배달앱을 통해 아동급식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지원 서비스를 개선하였습니다. 전국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발급한 아동급식카드를 사용하려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해야 하는데, 대구시가 최초로 공공배달앱으로 음식 주문을 할 수 있게 바꾼 것입니다.
대구시의 경우 공공배달앱 운영사에서 자체 예산을 지원하여 배달 수수료를 전액 지원하고 있고, 최소주문금액 제도도 없이 편하게 주문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구 시내에는 공공배달앱 <대구로> 가맹점이 7900여 곳이 있는데, 작년 6월 2000여 건이었던 온라인 공공 배달앱 주문이 7월에는 1만 건 가까이로 늘어났고, 8월에는 2만 건에 근접하였다고 합니다. 공공배달앱을 통해 <아동급식카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꿔 ‘급식 아동들에게 낙인효과 없이 식사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김해시와 대구시의 아동 급식 개선 사례가 경남 지역에도 확산되고, 6배나 비싼 가맹점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업체가 선정되는 사업자 선정 방식도 하루속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