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2. 12 방송분) |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이번 총선을 기후 선거로 치르자는 주장이 확산 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깨닫게 된 시민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생활 방식을 바꾸어야 하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고, 다가오는 4.10 총선을 그 변화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한 기후 총선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기억하시겠지만 2023년은 전 국민이 기후 위기를 체감하는 한 해를 보냈습니다. 지난해 12월, 우리는 한 달 동안 기온 차이가 30도가 넘는 이상 기후를 경험하였습니다. 한 달 새에 영상 17도에서 영하 17도를 왔다 갔다 하였습니다. 작년 12월에 반 팔 티셔츠를 입고 다닌 젊은이들이 있었지요. 또한 작년 1월 광주와 전라남도 일대는 50년 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을 당하였으며 물 공급을 위해 150억원이 투입되었습니다.
작년 4월 강릉에서는 강풍으로 인한 대형산불이 발생하여 1명이 죽고 18명이 다쳤으며 455억원의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7월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오송 궁평동 지하차도 침수 사고 사망자를 포함하여 50여 명이 사망 또는 실종되었고 1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였습니다. 이 사고들은 단순 재난이 아니라 모두 기후변화로 인해 생긴 재난이라는 것입니다. 환경운동가들은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2023년 우리나라는 평균 온도가 1.5도를 넘은 날이 무려 87일이나 됩니다.
인구 위기 첫째, 기후 위기는 두 번째
아마도 이런 기후 재난을 경험한 탓에 “4월 총선에서는 모든 정당과 후보자들이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비전과 정책을 공약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녹색전환연구소를 비롯한 기후 시민단체들은 지난 12월 전국 17개 시도별로 1000명 이상, 총 1만 7000명(유효설문조사 인원)을 대상으로 행정안전부 인구통계에 따라 성별, 연령대별, 권역별 가중치를 부여하여 <2024 기후 총선>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는데요.
놀랍게도 응답자들자의 62.3%는 4월 총선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하는 후보에게 관심을 두겠다고 하였으며,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마음에 드는 후보가 있다면 다음 중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62.5%가 ‘평소의 정치적 견해와 다르더라도 투표를 진지하게 고민하겠다’고 답하였으며, 다른 정당을 고려할 수도 있다는 의견 역시 60%(60.5%)가 넘었습니다. 이는 불과 2년 전 시사인의 <2022 대한민국기후위기보고서>에서 ‘정치적 성향이 달라도 기후위기 해결에 앞서는 후보가 있다면 지지하겠다’고 대답한 38.3%의 비율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습니다.
한편,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위기를 물었더니 응답자의 58.3%가 인구 위기를 꼽았고, 20.0%는 기후 위기를 꼽았다고 합니다. 아울러 기후 위기의 원인으로 92.9%, 즉 10명 중 9명이 자연변화가 아니라 인간 활동 때문이라고 응답하였습니다. 또 응답자의 48.8%(절반)는 탄소중립 정책이 지역산업에 단기적으로는 나쁘지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공공요금이나 공과금에 탄소 배출량에 따른 비용을 부과하자는 주장에 65.5%가 찬성하였으며,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하여 탄소세 신설 37.8%와 부유세 신설 29.6%가 찬성하였습니다.
대형 주차장 태양광 발전 의무 설치...80% 이상 찬성
대형 주차장에 태양광 발전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려 81.4%가 찬성하였으며, 심지어 교통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35년까지 신규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묻는 질문에도 63.8%가 찬성하였습니다. 자동차와 관련 된 질문 중에는 다음 차를 구입할 때 어떤 차를 사겠냐는 질문도 있었는데, 12.2%만이 현재와 같은 내연기관차를 구입하겠다고 하였고, 전기차 구입이 37.8%, 앞으로 차를 사지 않겠다는 응답도 19.7%나 되었습니다.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한편, 국내 기후위기 싱크 탱크들도 ‘2024 기후위기 정책 어젠다’를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였는데요. 올해 총선을 ‘기후선거’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특히 기후 위기 관련 핵심 정책의제를 제안했는데요.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한 한전 적자 해결, ▲분산에너지 활성화와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 탄소배출권 거래제 활성화 등을 제시하였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선거는 다른 정치 쟁점에 밀려 기후 위기가 핵심적인 정치 의제로 다뤄지지 못하였는데, 두 달 앞으로 다가 온 총선에서는 유권자들의 선택에 이전보다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2년 전 대선에서 대다수 후보가 10대 공약에 기후공약을 포함시키기는 하였지만, 당선된 대통령은 기후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보니 총선에 더욱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편 주요 선진국의 경우 이미 기후변화 대응이 핵심 선거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2022년 호주 총선에서 집권 자유당이 패배한 것은 산불·가뭄·폭우 등이 빈발하는데도 환경 문제에 소극적이고, 친 석탄산업 정책을 펼쳤던 반면 노동당은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의제로 들고나온 게 주효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유권자들에게 ‘어떤 의제가 가장 중요했냐’고 물었을때도 1위가 기후위기였다고 하니 기후투표가 이루어진 것이 분명합니다.
기후투표...유럽에선 정치 세력화 성공
또한 유럽에서는 ‘기후투표’(Climate Vote)가 일상적입니다. 오스트리아나 네덜란드에서 녹색당이 크게 약진하였고, 독일에선 2021년 총선에서 녹색당이 118석으로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연정을 사실상 결정하였습니다. 이런 경우 ‘기후투표가 이뤄졌다’고 얘기한다. 영국은 내년 1월 전 총선 가능성이 높은데, 최근 영국 그린피스가 100만명 기후유권자 조직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기후유권자들의 조직화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4.14 기후 정의 파업 때는 세종 산업부 청사 앞에는 4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살기 위해, 멈춰”라고 하는 구호를 외치며 기후 정의 파업을 조직하였으며, 9.23 기후 정의 행진에는 전국 각지에서 3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서울 시청 앞 대로에 모였습니다. 9.23 기후 정의 행진의 첫 번째 요구사항은 “기후 재난으로 죽지 않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기후 정의 운동을 해왔던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들이 총선을 앞두고 기후 유권자를 조직하고 있습니다. 지난 31일 전국 17개의 의제별 연대기구와 73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구성된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가 출범하였는데 첫 번째 의제는 역시 기후 위기 대응이었습니다. 다가오는 총선이 기후 위기를 되돌리는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