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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경남도...초록매장 사업 왜 자꾸 후퇴하나?

by 이윤기 2024.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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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11. 27 방송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는 플라스틱 추방 그리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 며칠 전 우리나라 환경부는 1회용품 사용규제를 축소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제가 소속된 마산YMCA 회원들이 지난 23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경상남도 초록매장 및 일반매장 일회용품 사용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는데요. 오늘은 그 결과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여성 회원들로 구성된 마산YMCA 생활협동운동모임 ‘등대’에서는 지난 8월 21일부터 11월 15일까지 창원을 중심으로 <경상남도 초록매장>과 일반 식당, 카페 85곳을 대상으로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실태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도청 홈페이지에 공지된 초록매장 지도와 지역사랑상품권을 결제하는 비플제로페이 앱을 통해 집 주변 초록매장 찾기를 통해 조사대상 매장을 선정하고 실제 용기를 직접 가지고 가서 포장 주문을 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하였습니다. 일회용품 사용실태와 초록매장 안내여부(현수막, 스티커 등), 환경사랑상품권 구입안내, 할인혜택(실천 내용), 이용 후기 등을 조사하였습니다. 

초록매장이 뭔지 모르겠다고 하는 분들이 계실수도 있는데요. 초록매장은 2022년부터 시행된 경상남도의 대표적인 환경정책으로 텀블러나 밀폐 용기 등을 소지하여 음식·음료를 포장 주문하는 고객에게 자체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20% 선할인 구매가 가능한 경남환경사랑상품권 할 수 있는 매장을 말합니다.

 

경상남도가 쓰레기 발생을 줄이는 제로웨이스트 생활문화 정착를 정착시키기 위해 시작한 정책사업인데요. 지난 2년 동안 창원시 554군데, 김해시 151군데, 진주시 118군데, 고성군 59군데 등 18개 시군에 모두 1207개 업소가 초록매장으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런데 인구가 적은 고성군은 59군데 초록매장이 있는데, 사천, 밀양, 거제, 양산시에 30~40군데 밖에 없다는 것은 환경정책에 대한 단체장의 관심을 엿볼수 있는 지표라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환경부, 일회용품 사용규제...후퇴


지난 8월부터 등대 YMCA 회원들이 직접 초록매장을 방문해보니 홈페이지에 안내된 총 85개 매장 가운데 39개 매장(45.9%)은 ‘초록매장’ 이라는 것을 안내하지 않았고, 8개 매장(9.4%)은 이미 폐업이 되었는데 홈페이지에 계속 안내되고 있어 헛걸음을 하였습니다. 환경사랑상품권 사용 안내는 제로페이 결제 QR과 질문을 해봤을 때, 42개 매장(49.4%)에서만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초록매장 안내를 하지 않고 할인구매한 환경사랑상품권 결제만 가능한 곳도 있었고, 환경사랑상품권 결제는 가능했지만 우리 가게는 초록매장은 아니라고 한 점주도 있었습니다.

특히 사업자들은 초록매장 등록을 할 때 텀블러나 락앤락등 다회용기를 가져가면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할 것을 약속하게 되는데, 사전에 공지해 놓은 할인 혜택을 주지 않는 곳이 24군데(28.2%)였습니다. 사례를 보면 환경사랑상품권을 사용하지 않아서 혜택을 줄 수 없다는 곳(환경사랑상품권 사용여부와 상관없이 할인 혜택을 제공해야 함),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매장 직원이 점주로부터 할인혜택을 주라는 이야기를 듣지 못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울러 다회용기 사용 여부와 상관없는 단순 포장 할인,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파채 무료 제공, 지정메뉴만 할인, 시럽 추가와 같이 기존에 누구에게나 제공되던 서비스를 초록매장 서비스로 둔갑시키는 사례들이 많아 초록 매장을 찾는 소비자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당초 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제로페이와 연계하여 발행되는 경남환경사랑상품권을 구입한 고객 유치에만 매달리는 현실은 보완되어야 할 과제로 지적되었습니다. 

 

경남도...초록매장 사업 왜 자꾸 후퇴하나?

한편, 초록매장 사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원인으로 경상남도의 정책 후퇴도 지적하였는데요, 처음 사업이 시작될 때 국비 5억에 도비 2억을 추가하여 7억원의 경남환경사랑상품권을 발행하엿는데, 올해는 국비지원이 끊기면서 도비 2억원만 발행하였고, 내년에는 올해의 절반인 1억원만 예산이 편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당초 초록매장 3000곳을 지정하겠다는 계획도 1200여곳 지정에서 멈춰 있습니다. 

기자회견 후에는 시민들의 제보도 있었는데요. 초록매장에서 사용해야 하는 20% 선 할인된 환경사랑상품권이 일반 매장에서도 결제가 이루어지고, 다회용기나 텀블러를 지참하지 않아도 결제가 가능하더라는 제보였는데, 환경사랑상품권 할인 발행의 취지를 훼손하는 이런 부정사용을 막기 위한 보완도 필요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실태조사에 참여한 YMCA회원들은 “초록매장 운영을 통해 포장 용기 절감 등 긍정적인 효과가 생긴다”는 점주들의 평가를 들으면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고,이번 모니터링을 계기로 초록매장을 처음 이용하게 되었지만, 할인 혜택도 유용하고 실질적으로 쓰레기를 줄이는 활동에 동참할 수 있어 재방문하겠다는 후기도 많았습니다. 

한편, 초록매장 조사와 함께 같은 기간에 일반매장(식당, 카페)의 일회용품 사용실태조사도 함께 진행하였는데요, 식당 67곳, 카페 22곳 총 89 매장을 조사하였는데요. 총 89개 중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규제를 위반하고 있는 곳은 68개(76.4%)매장이었습니다. 가장 위반율이 높은 것은 물티슈 제공이었는데, 위반 업체 68개 매장 중 46개(51.7%)매장에서 물티슈를 제공하였습니다. 

 

이랬다, 저랬다...환경부 1회 용품 규제 후퇴

 

그 다음으로 종이컵(식수용 포함) 제공 38개소(42.7%), 빨대(생분해 포함) 제공 21개소(23.6%)로 조사되었다. 식당과 카페를 구분해보면 식당에서는 물티슈 제공(43/67)이 가장 많았고, 카페에서는 빨대 제공(13/22)과 종이컵 제공(9/22)이 많았습니다. 물티슈를 종이로 만드는 것으로 아는 분들이 있는데, 물티슈는 비분해성 플라스틱 원료로 만들어진 제품이라서 조사대상에 포함되었습니다.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금지 2018년 8월부터 시작되었지만,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규제를 완화 되었다가 2022년 4월 일회용품 사용이 다시 금지되었습니다. 당초 정부 계획대로면 2023년 11월 24일(지난 토요일)부터 식당, 카페 등 식품접객업 매장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경우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었습니다. 

 

그런데 제도 시행을 불과 17일 넘겨놓고, 지난 11월 7일 환경부가 플라스틱 빨대 금지는 계도기간을 연장하고, 종이컵은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키면서 혼란을 자초하였습니다. 이랬다저랬다 하는 정부의 환경정책 때문에 일회용품 규제를 대비해온 사업자들은 더 혼란을 겪고 있으며, 후퇴하는 환경정책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걱정만 쌓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초록매장 실태조사에 참여한 YMCA 회원들은 환경부의 환경정책이 후퇴하더라도 경상남도만이라도 1회용품 사용규제를 지속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특히 전국 최초로 텀블러와 포장용기 사용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초록매장’을 더 내실 있게 운영하여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모든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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