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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BRT 반대하면서...도시철도 하자고?

by 이윤기 2024.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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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3. 25 방송분)

 

창원 S-BRT 사업이 동네 북이 되고 있습니다. 전임 시장과 현 시장의 책임 공방을 두고 시의회에서 여·야가 격돌하더니 마침내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 창원시 5개 선거구 국회의원 후보들은 BRT 2단계 사업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1단계 사업을 전면 철거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오늘은 승용차 타는 시민들로부터 시작되어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인에 의하여 동네북 신세가 된 2단계 BRT사업 취소와 1단계 사업 전면 철거가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창원 S-BRT 공사는 작년 4월 공사를 시작할 때 3개 구간으로 나누어 시공하여 12월 개통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의창구 도계광장에서 성산구 가음정 사거리까지 겨우 9.3km 구간에 중앙버스전용차로와 중앙버스정류장을 설치하는 사업인데요. 총 35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데, 국비 175억에 도비 49억 8000만원 그리고 시비 125억 2000만원을 지출하는 국토부 시범 S-BRT 사업입니다. 

 

창원이 국토부 시범사업지로 선정된 것은 지난 2020년 1월입니다. 당시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는 서울, 부산 등에 설치된 기존 BRT를 서비스를 뛰어넘는 지하철 수준의 교통 서비스가 가능한 S-BRT 시범사업지역으로 창원을 비롯하여 인천계야, 부천 대장, 인천, 성남, 세종 등 6곳을 선정하였습니다. 

국토부 S-BRT 시범 사업과 함께 2단계 BRT 사업계획도 함께 수립되었는데, 마산 육호광장에서 도계광장에 이르는 약 8.7km 구간에 일반 BRT를 설치하는 사업입니다. 1단계 S-BRT 사업과 2단계 BRT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마산 육호광장에서 가음정 사거리까지 총연장 18km 구간에 BRT가 도입될 예정이었습니다. 

 

 

국회의원 후보들... 왜 이제와서 BRT 재검토 주장할까?


그런데, 1단계 S-BRT 공사가 시작되면서 승용차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치고, 민주당 시의원들에 의해 부실시공 문제가 불거지면서 급기야 전·현직 시장에 대한 책임 공방이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아마 국회의원 선거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여·야 그리고 전·현직 시장 간의 정치적 책임 공방이 지금처럼 표면화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만, 선거 시기와 맞물리면서 S-BRT 공사를 두고 동네 북처럼 두들기더니 마침내 여당 국회의원 후보 5명은 “2단계 사업 재검토와 1단계 사업 철거”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먼저 논란의 원인을 살펴보면,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늘 모자랄 수밖에 없는 창원시의 사전 준비와 창원시장의 주민 설득 부족입니다. 창원시는 S-BRT 착공을 준비하면서 여러 차례 공청회와 토론회를 개최하였고, 주민설명회도 수차례 개최하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S-BRT 공사가 시작되자 대중교통을 중심도시로 가자는 쪽과 기존의 승용차 중심도시를 그대로 두자는 양쪽 모두로부터 민원이 폭주하였습니다. 대중교통 중심도시로 가자는 쪽은 BRT 공사로 인해 축소되는 자전거도로 문제를 지적하였고, 승용차 중심도시를 고수하자는 쪽은 차량 정체 때문에 못살겠다는 민원을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시정을 책임지고 있는 홍남표 시장은 이런 민원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럴 리가 없겠지만, 어쩌면 전임 시장이 시작한 사업이기 때문에 교통 체증을 호소하는 시민들의 민원을 전임 시장 흠집 내기에 활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창원시는 여론수렴도 없이 1단계 BRT 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창원광장 교통체계 변경을 이미 지난 연말에 먼저 취소해버렸습니다. 

 

사실 창원시가 창원광장 교통체계 변경을 포기해 버렸기 때문에 1단계 공사가 마무리 되어도 창원 S-BRT 사업은 반쪽짜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양방향 신호체계로 창원광장 교통체계가 바뀌지 않으면, 창원광장 정체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이미 설계과정의 시뮬레이션에서 확인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어느 도시라도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 규모가 커진 후에 지하철이나 도시철도 그리고 BRT를 도입하는 공사를 시작하면 교통정체가 생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뻔한 일입니다. 결국 선택은 공사를 하는 동안 생기는 교통정체로 인한 불편을 감수하고 대중교통 중심도시로 변화하느냐, 아니면 교통정체로 인한 민원에 떠밀려 대중교통 정책을 포기하느냐 하는 것뿐입니다. 이명박 서울시장이 처음 BRT를 도입할 때도 민원이 쏟아졌지만, 소신을 가지고 시민들을 설득하였고, 마침내 서울 시내버스는 빠르고 편리한 대중교통으로 완전히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승용차 이용률 높은 창원시... 대중교통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창원시장은 대중교통 중심도시로의 변화에 소극적입니다. S-BRT를 도입하고 대중교통이 중심이 되는 저탄소 녹색성장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승용차 타는 시민들이 교통정체와 불편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득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인기에 영합하는 국회의원 후보들은 대중교통 정책을 포기하겠다는 공약까지 내놓았습니다. 

 

지난 18일 국민의힘 후보들은 “승용차 이용률이 높은 창원시에 적합하지 않다”, “여론을 수렴해서 철거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등 무책임한 발언을 하였습니다. 특히 현직인 강기훈, 윤한홍, 최형두 의원은 창원 S-BRT 도입과정에 아무런 역할이나 책임이 없는 분들이 아닌데, 공사가 끝나가는 시점에 “시민이 불편하면 걷어낼 수도 있다”고 하는 것은 이미 350억원의 국민혈세가 들어간 사업을 두고 현직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탄소 중립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하여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은 앞다퉈 대중교통 중심도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교통 정체 민원 때문에’ 국토부 시범사업으로 도입한 S-BRT 걷어낸다면, 한때 환경수도를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던 창원시는 대중교통 최악의 도시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미 계획된 S-BRT을 포기하고 걷어낸다면, 똑같이 중앙차로를 차지하는 창원도시철도 트램 1, 2, 3호선 공사도 추진할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상남도와 창원시는 창원도시철도 총연장 68.33km 3개 노선 도입을 추진하고 있고, 3호선 구간은 현재 BRT 구간을 장기적으로 도시철도 노선으로 바꾸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습니다. 지금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S-BRT와 BRT를 포기하자는 것은 2031년을 목표로 추진 중인 도시철도 역시 포기하자는 주장과 다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창원시는 대한민국에서 제주도를 제외하고 승용차 수송분담율이 가장 높은 대중교통 꼴찌 도시, 대중교통이 가장 불편한 도시입니다. 창원은 고령사회를 지나 초고령사회로 변해가고, 고령자 교통사고는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다보니, 어르신들에게 운전면허를 반납하라고 캠페인까지 하면서 전국에서 가장 불편한 대중교통은 그냥두겠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걸까요? 저는 BRT와 도시철도를 포기하자는 것은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것이고, 시대적 과제인 기후변화에 역행하는 후보자들은 절대 뽑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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