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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10년 동안 내집처럼 전세...위험천만

by 이윤기 2024.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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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11. 20 방송분)

 

위험 천만...협동조합형 임대아파트

최근 창원 시내 곳곳에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아파트 분양을 홍보하는 불법 광고물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창원시청에서는 불법광고물을 철거하고 법에 따라 과태료 처분 등을 하고 있습니다만, 불법 광고물 단속이 어려운 주말 동안 기습적으로 불법 현수막이 내걸렸습니다. 오늘은 지역주택조합만큼 위험한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지난 4~5년간 창원 시내 내서, 현동, 회성동, 북면을 비롯한 창원 시내 여러 곳에서 일반 분양가보다 싼값에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는 광고에 속아 지역주택조합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본 시민들이 많이 있습니다. 심지어 마산회원구 회성동의 경우에는 공동주택을 지을 수 없는 땅을 사업지로 홍보하면서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을 모집하자, 창원 부시장이 직접 나서서 아파트를 지을 수 없다고 언론 브리핑을 하며 위험을 경고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2주 사이에 창원 시민들에게는 굉장히 낯선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아파트> 조합원을 모집하는 불법 광고물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저도 여러 사람에게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아파트는 뭐냐?’ 지역주택조합 하고 같은 거냐? 하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무주택자들이 함께 내 집마련을 시도할 수 있고, 책임도 내가 져야 한다는 점에서 그리고 제도가 가진 허점과 조합원들의 피해 가능성 측면에서 아주 비슷한 점이 많이 있습니다. 

 

협동조합형 민간 임대주택 피해 속출


서민들에게 많은 피해를 남긴 지역주택조합처럼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의 경우에도 조합원들에게 사업의 주요 내용이나 추진 상황 등에 관하여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거나 혹은 수천만원의 납입금을 받은 후 탈퇴하는 조합원들에게는 환급도 제대로 하지 않는 피해사례가 이미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습니다. 

원래 민간임대주택이란 임대 목적으로 제공하는 주택으로서 임대사업자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등록한 주택을 말하는데요.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사업자들은 아파트를 지어 10년 동안 임대로 살도록 하다가 10년 후에 조합원들에게 분양전환을 하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말썽 많았던 지역주택조합는 조합원이 소유권을 가지지만, 이 경우는 임대아파트를 지어 10년 동안 장기 임대로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것입니다. 

11월 들어 온오프라인을 통해 대대적인 모집광고를 하고 있는 창원 마산 중성동 하이엔드시티의 경우 지난 11일 옛 마산아리랑호텔에서 홍보관 개관식을 하고 본격적인 조합원 모집을 시작하였는데요. 사업자에 따르면 홍보관 개관 후 이틀 동안 8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고, 임대주택 계약을 희망하는 사전 계약자가 200명이 넘었으며, 본계약도 100건이 넘었다고 합니다. 

한편 창원시에서 위험을 알리는 현수막을 걸고 안내문을 배포하는 등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업자측 주장대로 인파가 몰린 것은 인기 연예인을 동원하여 소비자를 현혹하는 불법, 편법 과장 광고를 하기 때문입니다. 임대아파트 홍보관에는 지난 11일 트로트 가수 진성 초청 공연을 하였고, 12일에는 가수 홍진영이 공연을 하였구요. 지난 주말 동안에는 트로트 가수 안성준, 가수 김연자씨 초청 공연으로 지역 시민들을 홍보관으로 끌어들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 기생충으로 잘 알려진 배우 조여정씨가 출연하는 유튜브 영상광고,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당근마켓까지 “10년간 내집처럼 전세로 살다가 10년 후 저렴한 가격에 내집 마련”을 하라는 광고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거리에 내걸린 현수막에는 “10년 전세”라고 광고를 하고 있습니다. 

 

10년 동안 내집처럼 전세...위험천만

사업자 말대로 “10년 동안 내집처럼 전세로 살다가 10년 후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전세를 살면서 2년마다 보증금을 올려줘야 하고, 4년 마다 이사를 하다보면 10년쯤 전세로 살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쉬운데요. 사업자들은 “1가구 1택에 걸리지 않는다, 취득세가 없다, 다주택자도 투자할 수 있다. 일반 아파트 같은 분양자격 조건이나 거주 제한 조건이 없다”는 광고로 투자자와 수요자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일부 언론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속에 안정성이 높은 장기 임대아파트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내용의 광고성 기사를 쏟아내면서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의 위험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소비자들의 눈을 흐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는 여러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 사업의 위험과 문제점을 살펴보면, 첫째 사업자들은 이미 80% 이상 토지사용권을 확보했고, 17% 이상을 매입하였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사업지 주민들은 토지매입과 토지 사용 동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사업지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첫 삽도 뜨지 못할 수 있고 조합원들은 그 손해를 모두 떠안아야 합니다. 

둘째, 이 사업은 시행사가 홍보·토지매입·인허가·PF대출 등 모든 사업을 주도적으로 시행하지만, 조합원으로 가입하면 단순히 임대아파트 계약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아파트를 예비입주자인 조합원과 시행사와 함께 짓는 공동사업자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경우 예비입주자인 조합원이 책임을 나눠지게 됩니다. 예컨대 계약금과 중도금을 냈는데 사업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 조합원들이 손실을 다 떠안게 된다는 것입니다. 

셋째 최고 49층, 4개동 706세대를 짓는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건축전문가들은 아직 창원시에 사업계획 승인도 얻지 못했고, 예정대로 사업이 추진되어도 각종 심의와 인허가 과정에서 층수가 낮춰지고 세대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조언합니다. 세대 수가 줄어들고 층수가 낮아지면 그만큼 사업추진이 어려워지고 위험은 높아집니다. 

영국에서 시작되어 북유럽과 캐나다 등으로 확산된 협동조합주택은 원래는 비영리법인이나 공익 법인이 협동조합 방식의 법인을 만들어서 민간사업자가 짓는 주택보다 저렴하게 내집 마련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고, 우리나라에도 민달팽이주택협동조합, 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 두레 주택, 함께 주택 등 130여 건의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를 악용하여 건설시행사들이 무늬만 협동조합 또는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조합원 모집을 통해 임차인 모집 규정을 우회하는 편법적인 사례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소비자단체나 시민단체들 그리고 창원시가 법과 제도에 묶이지 않고 좀 더 적극적으로 시민들에게 위험을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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