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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단체장 무관심 부울경 통합...뻔한 여론조사 결과

by 이윤기 2024.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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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7. 17 방송분)

 

지난 12일 박완수 경남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이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부산-경남 행정통합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여론조사에 나타난 700만 부산시민과 경남도민의 뜻을 보면 따라 행정통합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오늘은 부산-경남 행정구역 통합 여론조사 결과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번 여론조사 결과를 바라보는 시민사회의 입장은 이렇게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예상대로 되었다”입니다. 그간의 과정을 살펴보면,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추진된 것은 민선 8기 박완수 도지사가 취임하면서부터입니다. 민선 7기에서 추진하던 부울경 특별연합 추진을 백지화하면서 단점이 많은 특별연합을 거치지 말고, 곧바로 행정통합으로 가자는 제안을 하면서부터입니다. 당시 야당과 시민사회 그리고 학계에서는 행정통합이 특별연합보다 훨씬 결합도가 높고 실제 추진도 어려운데 특별연합 단계를 거치지 않고 행정통합으로 곧장 가겠다고 하는 주장은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평가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비판적인 예상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와 경상남도는 지난해 10월 12일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을 선언하고 실무논의를 거쳐 2월 15일 실무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이어 4월 27일 경남도청에서 1차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만, 당시 방송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도민들의 참여는 저조하였고, 경상남도나 부산시에서는 시·도민의 관심과 참석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경남도청에서 개최된 제1차 토론회 현장에 갔었는데, 지방정부의 존속을 결정하는 중요한 토론회인데도 불구하고 부산시장도 경남도지사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양 시도지사에게 우선 순위업무가 아니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지사, 도의원 무관심 행정통합... 뻔한 여론조사 결과

떠힌 부산-경남 행정통합 추진을 추진하는 도지사와 뜻을 같이하였던 경남도의원들과 부산시의원들도 대부분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토론자로 참여한 시, 도의원만 참석한 것은 말로는 행정통합을 추진하자고 하지만, 실제로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1차 토론회 지켜보면서 “세 차례의 토론회는 모두 요식행위가 될 것”이라고 예상 하였습니다. 

예상은 조금도 빚나가지 않았습니다. 당초 경상남도는 부산과의 통합에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던 서부 경남도민들을 대상으로 2차 토로회 개최를 약속하였지만, 석연치 않은 핑계를 대면서 토론회를 개최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5월 15일 부산시청에서 제2차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으로 공론화 과정은 마무리되고 말았습니다. 

 

제가 직접 참석했던 1차 토론회와 유튜브 중계로 확인한 2차 토론회에 참가한 도민 숫자는 아무리 넉넉하게 잡아도 400명이 채 되지 않습니다. 1, 2차 유튜브 중계 조회수를 모두 합쳐도 900회 남짓합니다. 부산과 경남 인구를 700만으로 잡으면 0.02가 토론회를 현장에서 보거나 유튜브로 조회라도 해봤을 것입니다. 2020년 마산, 창원, 진해 통합 때 행정기관에서 통합 추진을 위해 했던 서명운동, 홍보물 제작 등 온갖 노력과 비교해보면...... 감나무 아래 누워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린 것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박완수 경남지사는 부울경 특별연합을 호기롭게 폐기하고 2026년까지 부산-경남 행정통합으로 초광역 협력체계를 만들겠다고 공언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행정통합은 부산시민과 경남도민 3분의 2 정도는 찬성해야 힘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일찌감치 행정통합 실패의 책임으로부터는 발을 뺐습니다. 

 

부울경 특별연합 폐기하고... 행정통합 한다더니... 도민 뜻 핑게로 무

부산시와 경상남도는 예상대로 경남도민 3분의 2가 찬성할 만한 부산-경남 행정통합의 청사진이나 비전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았고, 행정통합으로 경남에 경제적으로 어떤 이익이 생길 수 있는지, 수도권 집중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균형 발전 전략을 무엇인지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두 차례의 토론회와 여론조사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결국 행정통합은 “도민들이 찬성하지 않아서 추진하기 어렵다”는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라도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12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는 딱 예상대로 나왔습니다. 5월과 6월에 부산과 경남도민 각 2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행정통합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다는 응답이 69.4%를 차지하였습니다. 또 행정통합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35.6%,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45.6%였으며 잘 모른다는 응답이 18.8%로 나왔습니다. 

예컨대 박완수 도지사는 자신은 “부산-경남 행정구역 통합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을 이룰 수 있고, 초광역 정치경제사회문화 공동체를 만들어 수도권 일극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경남도민들은 절반이 넘는 43.6%가 통합의 필요성이나 당위성이 적다고 응답하였고, 22.2%는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응답하였으며, 부산·창원 등 대도시권으로 집중화되는 것을 우려한다는 응답도 22.5%였습니다. 

조사결과를 보면서 행정구역통합 반대 이유를 묻는 설문 보기에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보기가 적절했는지도 의문입니다. 행정통합의 실현가능성이 높다고 보는지 혹은 낮다고 보는지 도민들의 기대치를 물을 볼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반대의 이유가 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설문결과 행정통합에 대하여 모른다는 응답이 69.4%, 즉 70%나 나온 것은 오히려 이 설문조사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70%의 부산, 경남 시·도민들이 행정통합 논의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면서 통합에 대한 찬반 의견을 밝혔다는 것이고, 이것은 부산시와 경상남도가 행정통합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장 명백한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번 여론조사로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였습니다.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실무추진단을 운영하고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했지만 행정구역 통합 추진도 결정하지 못하였고, 행정구역통합 추진 중단도 결정하지 못하였습니다. 아무 의미도 없는 양 시·도간 교류라고 할 수 있는 시도지사 1일 교차 근무, 각종 행사 자원봉사지원, 지역현안협력회의 신설, 내년 하반기 행정통합민관추진위원회 구성 등의 일정을 밝혔습니다. 

제가 보기엔 적어도 2026년까지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물건너 갔습니다만, 정치적 부담 때문에 실패를 선언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론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박완수 도지사는 행정통합 제안 이후에 1년 가까이 노력했다고 하였습니다만, 제가 보기엔 노력은 매우 부족하였고, 행정통합은 진정성 없는 구호일 뿐이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