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7. 31 방송분) |
올해 장마는 평년의 2배가 넘는 비가 쏟아졌고 많은 피해와 함께 시민들에게 기후변화의 위험을 경고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극한호우’라고 하는 신조어를 각인시킨 기록적인 호우 피해와 세계적인 기후위기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기상청 공식 발표로 지난주 26일, 50년 만에 세 번째로 비가 많이 내린 올해 장마가 끝났습니다. 지난 2020년 54일간 지속된 역대 최장기간 장마로 42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었는데, 3년 만에 ‘극한호우’를 동반한 장마로 52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는 큰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올해 장마철 전국 누적 강수량은 올해 장마철 전국 누적 강수량은 648.7㎜로, 전국적으로 기상관측망이 제대로 갖춰진 1973년 이래로 세 번째로 비가 많이 온 해로 기록되었습니다.
특히 비가 많이 온 전라권은 845.6㎜를 기록하여 사상 최대 강수량 기록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기존 최대 강수량 기록은 2009년 633.8㎜였는데, 올해 무려 200㎜ 이상 더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하고 충청권도 역대 세 번째로 많은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저는 극한호우라는 단어도 올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극한 호우는 기상청은 2023년 6월 15일부터 사용한 새로운 기상용어라고 합니다. 1시간 누적 강수량 50mm 이상이면서 3시간 누적 강수량 90mm 이상인 기준을 동시에 충족하거나 1시간 누적 강수량이 72mm 이상인 기준을 충족하는 비가 내리면 즉시 '극한호우'라고 판단하는데요. 일반적으로 '매우 강한 비'라고 칭하는 집중호우는 시간당 30mm였는데, 극한호우는 이 두배가 넘는 비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극한 호우는 집중 호우의 2배
문제는 이 극한호우와 집중호우 발생 빈도가 점점 더 증가하는 것입니다. 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시간당 30㎜ 이상의 집중호우 발생일 수는 최근 25년 동안 연평균 39.7일로 과거 25년(29.5일)전보다 10일 이상 늘어났습니다. 뿐만아니라 집중호우의 2배가 넘는 비가 쏟아지는 극한호우의 증가속도는 집중호우 증가 속도보다 2배 이상 높은데요. 짧은 시간에 많은 비를 퍼붓기 때문에 침수와 홍수, 산사태를 비롯한 각종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한편 기상청은 작년 8월 8일 중부지방 집중호우를 계기로 극한호우에 대비하는 재난시스템을 마련하였는데요. 올해 7월 11일 서울 구로, 영등포 지역에 첫 발송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극한호우 예보에도 지역 차별이 존재한다는 것인데요. 극한호우 재난문자는 기상청이 행정안전부를 거치지 않고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직접 발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현재까지는 수도권만을 대상으로 문자 발송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수도권뿐만 아니라 전남과 충청지역에 역대급으로 많은 비가 쏟아졌지만 하더라도 극한호우 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은 것도 수도권에만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기상청은 내년 5월이 되어야 전국에 극한호우 발송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고 발표하였답니다.
잘 아시다시피 집중호우, 극한호우의 원인은 바로 지구온난화입니다. 그래서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폭염과 폭우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합니다.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진 대기는 더 많은 수분을 머금어 치명적인 폭우를 쏟아냅니다. 한꺼번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 은 홍수와 산사태로 이어지는데요. 올해만 해도 한국, 일본, 인도, 미국, 브라질 등 세계 곳곳에서 수천 명의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고, 지난해에는 파키스탄에서 국토의 삼분의 일이 물에 잠기는 끔찍한 지구온난화로 인한 비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파키스탄 국토의 1/3이 물에 잠기다
막대한 피해를 남기고 간 긴 장마가 끝나자 이제 폭염이 시작되었는데요. 장마가 끝나자 우리나라도 지난주부터 매일 폭염경보가 발령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더위 또한 심상치 않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기상기구와 유럽연합 기후변화 감시기구가 7월 중순까지의 온도가 역대 최고라는 발표하였습니다. 7월 한 달 동안 그리스에서만 500건의 산불이 발생하는 등 유럽 곳곳에서 기록적 폭염으로 인한 산불피해가 확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올해 우리나라가 장마로 인한 집중호우와 극한호우로 피해를 당하는 동안 유럽에서는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에서 이상 고온 현상으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탈리아의 경우 7월 내내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데, 낮 최고 기온이 48도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테네의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명소인 아크로폴리스는 관광객 보호를 위해 7월 15일, 16일 이틀 동안 문을 닫아야 할 만큼 심가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스페인 카나리아제도 라팔마에서는 산불이 발생하여 2000명 이상의 주민이 대피하였고 4500헥타르 이상 산불피해를 당하였는데, 근처에 있는 다른 섬으로 불길이 번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미에도 비슷한 폭염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요. 북태평양 북서부에 위치한 캐나다 앨버타주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산불 수십 건이 동시에 발생하여 정부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주민대피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동남아시아에도 기록적인 고온 현상이 나타났은데 베트남은 5월 초에 44도를 넘겨 기상관측이래 최고 기온을 갱신하였고, 태국에서도 45.4도를 기록해 역대 최고 기온을 갱신하였으며, 미얀마는 6월에 43.8도를 기록하여 역시 최고 기온 기록이 바뀌었으며, 싱가포르, 인도, 라오스 등에서도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런 피해가 올해 처음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작년의 경우 유럽 남서부인 포르투갈과 스페인에서 폭염으로 열흘만에 15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비슷한 시기 프랑스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화재 발생으로 여의도 면적의 37배나 되는 110㎢가 불탔고 1만 4000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하였습니다.
같은 기간 영국에서도 폭염으로 인한 화재로 건물 41채가 파손되는 큰 피해가 발생하였습니다. 덴마크, 스웨덴, 미국 텍사스 28개 주에서 사상 최고 기온 기록을 갱신하거나 폭염 경보가 내려지는 등 더위로 인한 피해가 집중되었습니다. 중국에서도 전례없는 폭염으로 전기공급이 끊기고 가뭄으로 인하여 식량생산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1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폭염으로 인한 전 세계적인 산불피해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급기야 유엔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를 경고하고 나섰는데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현재 기후변화가 진행 중이고 점점 더 공포스런 상황으로 바뀌고 있는데... 문제는 이것이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며, 회원국들에게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하였다”고 합니다.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이제 지구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지구 열대화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한층 경고의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세계기상기구 발표에 따르면 극심한 기후 피해는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합니다. 엘리뇨 현상으로 지구 곳곳에 폭염과 홍수 가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제 지구 어느 곳에서나 이상 기후가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난 50년간 과학자들이 경고해 왔던 일이 이제 현실이 되고 있습니만, 위기를 체감하는 개인들의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노력에 비하여 화석연료 퇴출과 탄소 감축을 위한 각국 정부들의 대응이 너무 더디기만 합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