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11. 11 방송분) |
지난 주말부터 이른바 대한민국 국가대표 쇼핑축제라고 하는 <코리아세일페스타>가 시작되었습니다. 자동차 구입을 위해 국내외 주요 자동차 회사들이 할인 판매를 하는 <코리아세일페스타>를 기다려오신 분들도 계실텐데요. 오늘은 인천 청라아파트 화재 사건 이후에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는 전기차 수요 감소 현황과 그 대안으로 판매가 늘고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을 과연 친환경 차량이라고 할 수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기차 내수 감소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새로운 상품이 시장에 진입하면 보편적으로 겪게 되는 캐즘 현상, 즉 일시적 수요둔화 현상은 여러 신제품들에 나타나는 공통 현상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면, 새로운 혁신에 가장 먼저 뛰어드는 소비자(이노베이트)가 약 2.5%, 그리고 초기 수용자인 얼리어답터가 약 15%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다음 66.5%는 후기 다수 소비자, 그리고 16%는 가장 나중에 구입하는 늦깍이 소비자로 구분하는데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마케팅 전문가들은 전기차 소비가 둔화는 초기 혁신 소비자와 초기 수용자인 얼리어답터들의 전기차 구입이 끝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후기 수용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대량 생산 단계에 진입하여도 전기차 가격이 내려가지 않고, 번거로운 충전 인프라가 해소되지 않아 실제로 아파트 단지에서는 전기차 충전 문제로 이웃간 분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난 8월부터 전기차 화재 뉴스가 쏟아지면서 안전 우려까지 겹쳤기 때문에 급격하게 소비가 줄어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기차 판매 둔화, 얼리어답터 구입 끝났기 때문
2차 전지 및 신재생에너지관련 컨설팅 회사인 SNE 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자동차차 판매량은 313만 9000대였는데, 전년과 비교하여 판매량은 20.4%가 늘었지만, 성장률은 30.2%에서 9.8%로 줄었습니다. 특히 같은 기간 전년 대비 판매량이 56.2%가 증가한 중국을 빼고 나면 세계시장 성장률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지역별로 보면 유럽이 평균을 조금 넘어서는 판매량을 보였고, 북미는 12.9% 증가, 아시아는 5.7% 증가에 그쳐서 특히 아시아 지역 수요가 크게 줄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최근 3간 전 세계 전기차 증가율이 2021년 135%에서 2022년 55.3%, 2023년에는 30.1%로 떨어졌고, 올해 들어 더욱 둔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였으며, 국내 수입 전기차 판매 1위였던 테슬라의 경우 북미 시장 둔화와 중국 시장 판매 감소로 올해 1분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2.4% 축소하였으며, 공장 가동률도 크게 하락하여, 올해 임직원을 최소 14%(2만 명) 이상 감원하는 부진을 격고 있습니다.
한편 자동차 종합정보회사 <카이즈유>에 따르면 내수시장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4월까지 국내 전기차 판매는 3만 5825로 전년 대비 28%(약 1만 4000여대)가 감소하였습니다. 뿐만아니라 8월에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으로 전기차 공포가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하반기 내수 감소는 더욱 심해졌는데, 9월 전기차 판매는 8월보다 17%가 감소하였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입장에서는 국가 목표인 <2030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수소차를 총 450만대 이상 보급하여 수송부문 탄소 배출을 2018년 대비 3710만톤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작년 연말까지 전기차 보급은 54만 4000대, 수소차는 3만 4000대로 전체 친환경차량 보급은 57만 8000대로 탄소 감축 목표의 12.8%에 불과합니다.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6년 동안 지금까지 보급된 친환경 차량의 약 9배를 더 보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전기차를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지만,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 가운데 전기·수소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2.2%에 불과하다고 하니, 정부와 자동차 기업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은 어려워 보입니다.
전기차 많아 보이지만, 전기차, 수소차 등록비율 2.2% 불과
한편, 지난 8월 전기차 화재 사건 이후 전기차 판매는 줄어드는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에 비해 화재 발생 위험이 적으면서 연비가 높은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구입이 늘어나는 것은 어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이는데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지난해 신규등록 자동차 보고서를 보면 전체 174만9279대 중 하이브리드가 39만898대로 전체 22.3%를 차지하였고, 전년과 비교해 42.5%나 늘어난 숫자인데, 올해 들어 하이브리드 차량 보급은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휘발유 자동차의 연비를 개선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친환경 자동차를 볼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전기차는 주행 중에 CO₂를 배출하지 않지만 하이브리드차는 1대당 평균 26.3t CO₂-eq를 배출합니다. 경유⋅휘발유차(30.9t CO₂-eq)와 비교할 때 16% 차이입니다. 기업들은 하이브리드차를 친환경적이라고 홍보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하이브리드차의 배출량을 상쇄시키려면 CO₂ 흡수량이 가장 많은 30년생 상수리나무 1천9백 그루가 필요합니다.
즉 내연기관과 비교해 연비 향상은 크지 않고, 전기차 생태계를 확대하는 데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면이 있으며, 친환경차로 소비자들을 눈속임을 하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에서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 차량도 판매 할 수 없습니다.
하이브리드 연비 증가 뿐...무뉘만 친환경 자동차
사정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자동차 기업들은 <2030국가 온실 가스 감축 목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전기차 성장 둔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표 자동차 기업의 2023년 전기차 판매는 27.8% 증가하는데 그쳤는데,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는 47.8%가 증가하였구요.
2025년부터 최고급 차종에서 전기차와 수소차만 생산하겠다던 계획도 철회하였습니다. 북미 시장에서도 2027년까지 전기차 판매 목표는 84만대로 줄이고,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133만대를 판매하겠다며 목표를 수정한 것입니다. 이 회사는 2045년까지 기업 전체의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는데,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인류의 탄소 감축 목표인 지구 평균기온 1.5도를 지키려면 2035년까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으며, 환경단체들은 그 목표를 2030년으로 앞당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 발생은 생산 단가를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지, 기술이 뒤쳐져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내연기관 자동차인 하이브리드 차를 친환경 자동차로 눈속임하는 꼼수 마케팅은 정부가 나서서 중단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