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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교육

졸속...AI 디지털 교과서 반댈세

by 이윤기 2025.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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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10. 7 방송분)

 

산업혁명 이후 기술 변화가 사회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대를 관통하는 기술은 무엇일까요? 저는 바로 인공지능(AI)라고 생각합니다. Chat GPT로 대표되는 AI는 초등학생들도 다 아는 일상용어가 되었습니다. 거대언어 모델을 이용하여 상용화된 AI는 최근 추론이 가능한 단계로 진화하고 있는데요. 내년부터는 AI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교과서가 세계 최초로 도입될 예정입니다. 오늘은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AI디지털 교과서 도입 시작된 것은 작년 6월 이주호 부총리겸 교육부 장관이 느닷없이 디지털 대전환과 교육 혁명을 내세우면서부터입니다. 교육부에 따르면, 내년 3월 초등학교 3·4학년과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에 우선 도입하고, 2026년 초등학교 5·6G학년과 중2, 그리고 2027년에는 중3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교과별로는 수학, 영어, 정보 교과 도입이 확정되었고, 추가 도입 교과는 아직 확적되지 않았는데요. 수학은 AI 튜터링이라는 맞춤형 학습 제공 기능, 영어는 음성인식 기술을 통해 듣기 뿐만 아니라 말하기 교육, 정보는 코딩을 실습할 기회에 중심을 두고 제작된다고 합니다. 내년부터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하지만 현재의 종이 교과서가 당장 사라지지는 않는데요. 향후 3년간 종이 교과서를 병행해서 사용하다가 2028년 이후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 도입하는 단계적 전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 최초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추진하면서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요. 우선 올해만 하더라도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에 169억원을 지출하였고, 검정 88천만원, 학습데이터 플랫폼 구축에 434억원 그리고 가장 많은 돈이 드는 AI 디지털 교과서 활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8367억원이 투입 됩니다. 아울러 AI 디지털 교과서가 만들어지지도 않았는데 교사 연수 비용으로 3818억원을 배정하여 올해 예산만 총 12797억원이 지출됩니다.

 

 

교과서 없이 열린 교사 연수비 3818억원 예산 낭비

 

현 정부 계획대로면 2028년까지 초등 3학년부터 고3까지 모든 학년의 주요 교과목에 AI 디지털 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인데, 2029년까지 6년간 약 7조원(69137억 원)이 투자될 예정인데, 이 금액이 얼마나 큰 금액이냐하면, 문화체육관광부 올해 전체 예산과 맞먹는 액수라고 합니다.

 

6년간 7조 원이나 되는 예산을 투입하는 정책 결정이 졸속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한심하지만, 예산을 조달하는 방식도 정말 황당합니다. 정부의 AI 디지털 교과서 자금 조달 계획을 보면 더욱 기가 막히는데요. 올해 확정된 예산 12797억원의 예산 중에서 중앙정부의 국고 지출은 25억 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예산으로 지방교육청 예산 7439억원을 지출하도록 하였고, 특별교부금으로 5333억원을 부담하도록 하였습니다. 작년 연말 국회를 통해 시도교육청 몫인 보통교부금을 줄이는 대신, 3년간 특별교부금을 올려서 디지털 교과서도입에 사용하도록 하였다는 것입니다.

 

정부 계획부터 국회 예산 심의까지 전 과정이 졸속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정부와 여당만 탓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할 때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게 되는데요. 국가재정법에서는 총사업비 1000억원 이상인 대형 국가 연구·개발 사업, 대형 SOC(사회기반시설 사업)을 할 때는 반드시 예타를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런 일반적인 절차마저도 생략된 채 6년간 7조원이 투입되는 국책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교육부가 내세우는 AI 디지털교과서의 장점은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춰 학습이 가능하도록 AI 등 기술을 이용해 학습 자료와 지원 기능을 실은 교과서라는 것입니다. 조금 더 쉽게 말씀 드리자면,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춰 학습이 가능하도록 AI 기술을 적용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든 학생이 공부를 잘 하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예타도 거치지 않은 7조원 국책 사업...책임은 누가?

 

저는 교육부의 이 발상과 교육철학이 가장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아이가 공부를 잘 하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군사독재 시대의 국민 교육헌장에서 조차 타고난 저마다의 소질을 개발해야 한다고 되어 있었던 것처럼, 세상에는 공부 잘 하는 아이도 있고, 운동을 잘 하는 아이도 있고, 미술을 잘 하는 아이도 있고, 음악을 잘 하는 아이도 있고, 춤을 잘 추는 아이도 있고, 노래를 잘 하는 아이도 있어야 합니다.

 

백번을 양보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대학 입시제도는 결과적으로 시험과 여러 가지 학교 활동을 점수화 시킨 후에 서열화시키고 전국의 모든 학생을 1등부터 꼴등까지 순서를 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런 입시 제도를 바꾸지 않으면서 능력과 수준에 맞춰 학습 지원을 하는 것은 언 발에 오줌누기와 다를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서 우리나라의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국가 단위 사업으로 세계 최초라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어떤 분들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것이니 좋은 일이 아니냐고 하실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국가 단위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이 추진되지 않는 것은 AI 디지털 교과서의 부작용과 문제점이 심각할 뿐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교육 정책을 국가가 획일적으로 주도하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박주용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같은 분은 “AI 디지털 교과서 개발은 대단한 신기술도 아니고, 다른 나라가 기술이 없어서 못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을 우려해서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모두가 공부 잘하는 학생...불가능한 목표 버려야 해

 

지나친 디지털기기 사용이 자칫 학생들의 주체적 사고를 방해할 수 있어, 여러 국가에서 AI 플랫폼 이용을 과목당 1주일에 2시간을 넘지 않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스웨덴은 디지털 교육 확대 정책을 펼치다가 오히려 학생들의 문해력과 사고력이 저하되자 다시 종이책과 필기도구를 재도입하고 있습니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디지털기기 활용 시간과 수학 성적은 반비례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는데요.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1시간 늘 때 수학 점수가 3점씩 떨어졌으며 다른과목도 다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학뿐이 아니라 다른 과목의 점수도 비슷하였다고 합니다.

 

심지어 올해 진행되고 있는 교사 연수는 교과서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준비가 부족하다보니 현장 교사들은 94%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졸속 추진의 결과는 개인정보 유출, 호화 연수, 연수 사이트 먹통, 엉성한 콘텐츠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분필대신 전자칠판이 도입되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아지지 않았던 것처럼 책상마다 태블릿이 올려진다고 모두 공부 잘 하는 아이가 될 수 없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인공지능은 도구이지 목표가 아니다라고 주장합니다.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은 중단되어야 마땅하지만, 지금 같은 졸속 도입을 늦추기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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