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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먹거리

캔 하이볼, 설탕 가득 알고 마셔야

by 이윤기 2024.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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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4. 7. 15 방송분)



길쭉한 유리잔 안에 차가운 얼음을 넣고, 위스키와 탄산수 그리고 상큼한 향을 더해주는 레몬이나 라임이 들어 있는 술, 하이볼. 코로나 시기 젋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이 시작되어 요즘은 회식자리에서 소맥만큼이나 인기 있는 술이 되었습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카페와 바는  물론이고 레스토랑, 식당은 그리고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다양하고 이색적인 하이볼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마트와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하이볼 제품의 식품영양정보 표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하이볼의 역사는 탄산음료의 탄생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8세기 인공탄산수를 만들 수 있게 되면서 영국에서 상류층을 중심으로 위스키에 탄산수를 섞어 마시기 시작하였는데, 위스키를 마시는 새로운 방법으로 빠르게 퍼져나갔습니다 유럽에서는 위스키 앤 소다 혹은 스카치 소다라고 불리었는데, 이 칵테일이 미국으로 건너가며 ‘하이볼’ 이라는 이름을 얻게 됩니다. 

 

‘하이볼’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데는 여러 설이 있지만, 당시에는 기관차가 출발 신호로 풍선을 높게 띄웠는데, 이를 하이볼, 즉 높이 띄운 풍선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이때 하이볼의 의미는 ‘빠르고 신속하게 출발하라’는 뜻인데, 기차에서 일하는 바텐더들 역시 빠르게 칵테일을 만들어야 할 때 같은 의미로 ‘하이볼’이라 불렀던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하이볼...기관차 출발 신호로 띄운 풍선에서 유래?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이름을 얻은 하이볼은 일본에서 새로운 술 문화로 탄생하는데요.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이자카야’에서 하이볼 술 문화가 꽃을 피웠다고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많은 일본 직장인들은 퇴근하며 이자카야에 들러 간단한 안주와 술로 일과를 마무리하는데요. 이때 가장 사랑받는 조합이 치킨 가라아게와 하이볼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일본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하이볼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이렇게 하이볼이 유행하자 일본 위스키 업체들은 여러 종류의 하이볼 전용 위스키를 출시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도 위스키는 경제력이 있는 중년 어른들의 술이었는데, 하이볼이 유행하면서 젊은 층의 위스키 소비가 늘어나고 위스키 산업이 크게 성장하였다고 합니다. 일본에서 이자카야를 중심으로 하이볼이 유행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새로운 하이볼 레시피가 만들어졌고, 젊은층의 취향에 맞춘 캔음료가 개발되어 편의점과 마트에서 아무 때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술이 되었다고 합니다. 

영국-미국-일본을 거쳐 하이볼이 한국에서 유행하게 된 것은 코로나-19와 SNS 그리고 유튜브가 가장 큰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코로나 시기 가볍게 마시는 홈술이 유행하면서 빠르게 확산되었다는 것이 지배적인 주장인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원래부터 콜라, 사이다 등 탄산음료에 익숙해 있었던데다, 코로나-19로 홈술을 하는 주당들의 신메뉴로 등장하였고, SNS를 타고 빠르게 확산되었다는 것입니다. 

영국-미국-일본 거쳐 한국에서 대유행

하이볼이 유행하면서 주류회사들은 캔맥주처럼 가볍게 마실수 있는 새로운 하이볼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는데요. 위스키+탄산수 제품 뿐만 아니라 소주와 홍차를 섞은 소주 하이볼, 위스키에 콜라를 섞은 버번 위스키 하이볼, 중국 백주 연태고량주에 토닉워터와 파인애플향을 더한 연태 하이볼 등 새로운 하이볼 문화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한 소비자단체가 편의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하이볼에 포함된 당류를 조사하였더니, 하이볼 캔 1개에 하루 권고량 35%가 넘는 당류가 포함되어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시중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하이볼 캔 제품 25개 종류를 시험검사하였는데, 평균 당류 함량이 하루 권고량의 35%였고, 최대 81%가 넘는 제품도 있었다고 합니다.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캔 하이볼 1개의 평균 당류 함유량은 17.5g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하루 권고량 50g의 35%나 된다는 것입니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25개 제품 중 1캔의 당류 함량이 5g 미만인 제품은 8개였고,  15g 미만은 3개, 25g 미만은 5개 제품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리고 35g 미만은 6개, 45g 미만은 3개로 조사돼, 25개 제품 중 9개 제품은 1캔당 당류 함량이 25g 이상으로 하루 권고량에 절반을 넘고, 두 캔을 마시는 경우 당류 하루 권고량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한 캔의 당류 함량이 가장 높은 제품은 자몽허니블랙티하피볼(500ml)로 한 캔당 당류 함량이 무려 40.7g이나 되었습니다. 

 

하이볼 설탕 가득 알고 마셔야


한편, 시험검사에서는 당류뿐만 아니라 25개 제품에 대한 칼로리도 함께 조사하였는데, 캔 하이볼 25제품의 평균 열량은 252kcal이었고, 25개 제품 중에서 8개 제품은 캔 1개 열량이 쌀밥 한 공기의 열량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컨대 하이볼 2캔이면 공기밥 두 그릇 열량과 같다는 것입니다. 

술을 선택하는 건 소비자의 몫이긴 합니다만, 문제는 주류의 경우 식품 영양표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열량이나 당류 등에 대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아 소비자들은 깜깜이로 제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25개 제품 중에서 열량을 포함한 영양표시가 된 제품은 5개에 불과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영양표시를 한 제품 중에서 실제 측정값이 표시량보다 470%나 많은 제품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제품 영양표시에는 당류 2g으로 표시하였지만, 시험분석 결과 9.4g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지요. 아울러 제품명에는 ‘울트라 제로’ 등 제로 표시를 하였지만, 실제조사결과 열량은 100ml당 73kcal, 당류는 4.1g으로 조사돼 소비자들이 열량이나 당이 ‘제로’로 오인하고 구입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를 눈속임하는 제품 명칭에 대한 규제도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조사를 맡았던 소비자단체는 제품명에 무당류 혹은 제로슈거라고 적혀있어도 실제로는 0.5g미만이면 무당류로 표시하고, 2.5g 미만이면 제로슈거라고 표시지만, 절대 당류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소비자들이 열량, 당류량 등  제품 정보를 보고 선택할 수 있도록 주류에 대한 영양표시 의무화 조치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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