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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버스 노선 개편 한 달, 노선도는 안 바꿔?

by 이윤기 2024.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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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6. 12 방송분)

 

지난 주말부터 노선 전면 창원시 시내버스 노선이 전면 개편되어 운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창원 시내버스 노선 개편에 따라 시민들이 겪고 있는 불편과 혼란에 관하여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창원시는 노선개편 한 달전에 이번 전면 개편 계획을 시민들에게 처음 공개하였는데요. 한 달간의 홍보 기간을 거쳐 지난 주말부터 개편된 노선으로 시내버스운행을 시작하였습니다. 당초 창원시에서는 시내버스 762대가 150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었는데, 운행 차량을 늘이거나 줄이지 않고 137개 노선으로 축소하였습니다. 


시내버스 노선개편 주요 내용을 보면 첫 ▲외곽지역 급행버스 신설 ▲주요 간‧지선 노선 효율화 ▲무료 환승 확대 등입니다. 외곽지역 급행 노선 신설을 살펴보면, 읍면지역과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8개의 외곽지역에서 도심부로 진입할 수 있는 급행노선이 운행을 시작하였습니다. 대산/동읍, 북면, 내서, 진해신항, 진동, 수정 등의 외곽지역에서 도심지역 진입 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아울러 중복도가 높거나 효율성이 낮은 노선을 통폐합하고 노선 굴곡을 줄여서 노선 수를 150개에서 137개로 줄였으며, 좌석버스는 절반으로 줄이고, 급행버스와 간선 노선과 차량은  늘었습니다. 또 기존 1회 무료 환승을 2회까지 무료 환승이 가능하도록 하였습니다. 

 

시내버스 환승하면 빨리 갈 수 있는데...

하지만, 개편 노선 운행 시작전부터 시민들의 우려와 불만의 목소리는 많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가장 적극적으로 노선개편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곳은 ‘학생들의 통학권 침해’를 주장하는 K고등학교입니다. 노선개편 이전에 60여명의 재학생들이 북면 지역에서 학교까지 타고 다니던 ·9번과 530번 노선이 모두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북면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창원역에 하차 한 후 마을버스로 환승해야 하는데, 학교측에서는 북면에서 출발하는 노선 중 하나가 소계동을 경유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신설하는 급행버스 3001번을 소계종점까지 운행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내버스 노선개편이 이루어지면, 노선개편으로 과거보다 편리해진 시민들은 아무말도 하지 않지만, 과거보다 조금이라도 불편해진 시민들은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거나 노선 수정을 요청하게 됩니다. 이번 창원시 노선개편 핵심 내용이 노선을 축소하고, 굴곡노선을 줄이면서 환승을 통해 모두가 빠르게 이동하자는 것인데, 학교 측 요구대로면 결국 노선 굴곡이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시내버스 운행시간을 단축하려면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지하철을 환승해서 출·퇴근 하는 것처럼 다수시민들이 1회 정도 환승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시청에는 환승하지 않고 목적지에 갈 수 있도록 노선을 늘이고 구불구불 만들어달라는 민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앞선 K고등학교 민원의 경우에도 창원역에서 환승하는 마을버스 운행시간을 단축시키거나 운행 횟수를 늘이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시내버스는 택시가 아니기 때문에 모두가 만족하는 노선을 만드는 것은 원래 불가능한 일입니다. 따라서 1회 환승의 불편을 감수하는 대신에 빠르게 이동한다는 원칙을 지키면서 시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창원시의 준비 부족으로 시민들을 제대로 설득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저는 지난 주말 오전에 양덕동에서 100번 시내버스를 타고 경남대학까지 갔었는데요. 개편 이전보다 노선이 직선화되어 운행시간도 짧아졌더라구요. 사실 노선 개편 이전에 100번 버스의 별명이 ‘창원 시티투어 버스’였거든요. 워낙 길고 구불구불하여 창원에 안 가는 곳이 없다고 해서 시티투어 버스라고 불렀어요. 전에는 경남데파트 앞에서 산복도로를 우회하여 경남대학으로 운행하였는데, 노선개편 이후에는 합포구청을 지나서 곧장 경남대학으로 운행하여 노선이 짧아지고, 시간도 단축되었습니다. 

 

버스 노선 개편... 안내 방송은 왜 안하나?

그런데 아쉬웠던 것은 시내버스 안내방송이나 안내문구 같은 것이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노선개편으로 산복도로 운행을 하지 않으니, 경남데파트에서 하차하여 환승하시라”는 안내방송이나 안내문이라도 부착되어 있었다면 승객들의 불편을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창원시에서는 첫날인 10일과, 오늘, 내일까지 시내버스 정류장에 250명의 자원봉사자를 투입하여 노선안내를 하고 있는데, 시민들의 불만과 민원을 해소하기에는 전문성이 너무없고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난봄 사천시가 시내버스 노선개편을 할 때, 버스회사 공무원과 시내버스 회사 임직원들이 모두 현장에 투입되었던 것과 비교하면, 안일한 준비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시내버스 정류장에는 여전히 옛노선도와 새노선도가 둘다 부탁되어 있어서 승객들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18년 만의 노선전면 개편이면 야간작업을 하더라도 옛노선도는 모두 철거하거나 지웠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버스 노선 개편 해놓고 노선도는 왜 못 바꿨나?

창원시의 안일한 대응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은 바로 인터넷 지도 수정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창원시가 만든 시내버스 앱은 기능이 떨어지고, 업데이트도 제대로 되지 않아 사용하는 시민들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시민들은 카카오지도와 네이버지도로 버스 노선을 검색하거나 최적 환승 경로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노선개편 후 3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네이버 지도에는 개편 노선이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습니다. 

예컨대 경남대학에서 창원대학으로 가는 노선을 검색하면, 네이버 지도와 창원시 노선개편 안내에는 마창대교를 건너 창원으로 가는 새로 생긴 급행 노선 3005번 환승 안내가 나오지만, 네이버 지도에는 아예 3005번이 없습니다. 버스를 타는 모든 승객이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시대에, 18년 만에 노선을 전면 개편하면서 국민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네이버 지도’ 수정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창원시의 심각한 준비 부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심지어 네이버 지도가 개편되지 않았으니 검색하지 말라는 안내조차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2회까지 무료 환승이 가능하도록 만들었지만, 창원시 노선개편 안내 홈페이지에서도 출발지와 목적지를 검색했을 때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환승 장소를 찾는 검색이 여전히 제대로 되고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검색 결과를 보면 64분만에 이동 갈 수 있는 노선은 한참 화면을 내려야 볼 수 있는 맨 아래쪽에 있고, 70~80분이 걸리는 노선이 맨 앞쪽에 나오고 있습니다. 창원시가 환승 중심의 노선개편이라는 취지에 맞게 제대로 된 시내버스 앱만 하나 준비 했더라도 수시로 필요한 안내를 하면서 혼란을 많이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