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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청년 조례 폐지...청년 나이 상향...54세까지

by 이윤기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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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6. 5 방송분)

 

최근 양산시 의회에 청년기본소득 지급 조례 폐지안이 발의 되었습니다. 오늘은 시행도 한번 못해보고 폐지될 처지에 놓인 양산시청년기본소득 지급 조례와 경남 도내 지자체들이 앞다투어 바꾸고 있는 청년 나이 상향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양산시 청년소득 기본 조례는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조례입니다. 지난해 3월 박재우 전 양산시 의원이 대표 발의하였는데, 심의 과정에서 재원 마련, 절차적 문제, 공감대 부족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이 제기되면서 한 차례 심사보류 끝에 어렵게 수정 통과 되었습니다. 당시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였기 때문에 선심성 공약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어렵게 조례가 통과되었습니다만, 지방선거에서 새로 선출된 양산시장은 조례가 제정되었는데도 올해 예산 편성을 단 한 푼도 하지 않았습니다. 논란 끝에 만들어 조례에는 강행 규정이 없고 “지급액은 예산의 범위 내에서 시장이 정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양산시는 예산 편성을 하지 않은 이유로, 첫째 연간 38억여원의 예산을 지출하는데 따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 둘째 상급기관인 경남도에 지원을 요청할 근거가 없다는 것, 그리고 지급 대상을 24세로 한정하면서 제외되는 청년들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유들은 모두 궁색합니다. 왜냐하면 38억여원의 예산을 지출하는데 따르는 사회적 합의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조례를 폐지하려고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구요. 지급 대상이 만 24세로 되어 있는 것은 시행해보고 성과를 따져서 대상을 넓히면 되는 문제인데, 시행 조차 해보지 않고 조례 폐기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양산시...청년 시의원...청년 조례 폐지에 앞장


물론 조례 폐지에 양산시가 앞장서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과 같은 정당 소속 시의원이 폐지 조례안을 발의하였기 때문에 아무런 소통이나 의논 없이 이루어진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 좀 더 황당한 것은 이 조례 폐지를 추진하는 시의원이 지난 선거에서 만 22세의 청년 후보이자 최연소 출마자로 크게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라는 것입니다. 과연 또래 청년들이 양산시로부터 기본소득 지급을 받는 것을 싫어하거나 대해 반대하는 여론이 많아서 조례 폐지에 나선 것인지 의문입니다. 

언론 인터뷰를 보면, “예산상의 이유로 시행되지 않는 조례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리고 “만 24세로 한정된 지원대상은 오히려 복지 사각지대를 형성할 우려가 높다”고 주장하였는데요. 그의 주장대로라면, 청년을 대표하는 시의원으로서 시장에게 예산을 확보하라고 요구하거나 복지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조례를 보완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됩니다. 

양산시 최근 자료를 보면 지난 5년 동안 양산시를 빠져나간 청년 인구 순 유출이 1만 60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실제로 제가 아는 양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청년은 최근 집을 부산으로 옮겼습니다. 양산시의 청년 월세 지원은 금액도 작고 지원대상 숫자도 작기 때문에 지원이 더 많은 부산으로 집을 옮기고 양산으로 출퇴근을 하기로 했답니다.

두 번째로 짚어 볼 것은 도내 지방 정부들이 앞다투어 청년 연령의 폭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따져보려고 합니다. 최근 경남도와 18개 시·군의 청년 기본 조례를 분석한 언론보도를 보면 앞다투어 청년에 포함되는 대상 연령을 넓히고 있습니다. 경상남도의 경우 19~34세로 되어 있던 청년 연령을 39세까지로 높였구요. 창원시와 거제시도 경상남도와 같이 19~34세로 바꿀 계획이라고 합니다. 저는 39세까지 청년으로 포함시켜야 하는지도 의문인데, 고성군, 합천군은 청년 연령을 45세까지로 바꾸었고, 산청군은 49세까지 그리고 함양군은 무려 54세까지를 청년 연령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합니다. 

청년 나이 제 각각 산청군 49세, 함양군 54세까지


심지어 2020년 8월 시행된 청년기본법에는 청년을 19이상 34세 이하로 정해놓고 있는데, 지방정부들이 청년 연령의 상한선을 39세에서 54세까지 높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방정부들이 왜 청년 나이를 높이는지 이해가는 측면도 다분히 있습니다. 

 

농어촌 지역에서 청년 유출이 가속화되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농어촌에서는 환갑이 되어도 마을에서 막내인 경우가 허다하고 60이 넘어도 청년회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여러 곳에서 많이 듣고 있습니다. 농어촌 마을에 진짜 청년들이 없어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어르신들이 그만큼 젊고 건강하게 산다는 면에서는 좋은 일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방정부가 이런 농어촌 실정을 감안하여 청년의 나이 기준을 바꾸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 대안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관계 법령을 검토해보면, 청년기본법과 다르게 청년 나이 기준을 바꾸는 것이 불법은 아닙니다만, 청년 기본법이 청년정책 수립과 청년 지원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하는 법이기 때문에 지방정부마다 다른 기준이 생기면 청년 정책에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양산시 청년 월세 지원 조례는 한 해 지원대상자가 123명 뿐이기 때문에 34세 이하 청년이라고 해서 다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청년 기준 연령을 높이면 더 많은 청년들이 지원금을 받기 위해 경쟁해야 합니다. 청년 월세 지원뿐만 아니라 모든 청년 지원 정책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게 뻔한 상황입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경상남도 신중년 인생이모작 지원조례는 지원 대상을 50세에서 65세로 정해놓고 있습니다. 만약 함양군이 청년 기준 나이를 54세로 바꾸면, 함양군에 사는 50 ~ 54세인 분들은 청년 지원도 받고, 신중년 지원도 받게 되는 중복지원과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기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선별적 지원 때문입니다. 두루 넓게 지원하지 않고 핀셋처럼 골라서 지원하다보니 기준 나이를 고쳐서 지원대상을 좁혔다, 넓혔다 하는 정책 혼선이 생기는 것이지요. 

언론 보도를 보며 더 기가막혔던 것은 지방정부들이 통계상에 잡히는 청년인구 숫자를 늘리기 위해 청년 연령을 높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예컨대 창원시의 경우 기준 나이를 바꾸면 전체 인구 대비 18%인 청년이 24%로 늘어나고, 함양군의 경우 청년 인구가 11% 늘어난다는 황당한 인터뷰가 실려 있습니다. 이런 꼼수 부리는 지방정부 리더와 관료들에게 제대로된 청년정책과 지역 소멸 정책을 기대해야 한다는 것이 한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