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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대중교통 3만원 프리패스...왜?

by 이윤기 2024.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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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5. 29 방송분)

 

지난 26일 정의당 경남도당과 공공운수노조 경남지역본부가 공동으로 주최한 <대중교통 3만원 프리패스제 토론회>가 개최되었습니다. 오늘은 대중교통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무상교통 제도 도입에 관하여 토론회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을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대중교통 요금을 무상으로 하는 ‘무상교통 도입’을 이야기하면 포퓰리즘이 아니냐고 하시는 분들이 있을텐데요. 무상교통 도입은 기후위기 대응 전략의 하나로 전 세계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대중교통 정책이라는 것부터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무상교통 정책을 우리나라에서는 경북 청송군이 가장 먼저 시작하였는데요. 

 

인구 2만 4000여명 밖에 안 되는 농촌 지역인 청송군이 올해 1월 1일부터 모든 버스를 무료화시키고, 아예 버스 요금함을 없애 버렸습니다. 요금함을 없애 버렸기 때문에 군민들에게만 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관광객과 외지인들도 모두 버스를 공짜로 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청송군은 인구가 작고 버스 대수가 많지 않으니까 가능할 수도 있겠거니 하시는 분들이 있었을텐데요. 

세종시...내년부터 무상교통 시행


인구 40만을 넘어서고 있는 세종특별자치시도 2025년 1월부터 시내버스 무상교통 정책이 시행됩니다. 계획도시인 세종시는 역시 계획도시인 창원과 함께 전국에서 승용차 수송분담율이 가장 높은 지역에 속하는데요. 도시 설계 당시 대중교통 수송분담율을 70%로 계획했으나 현재는 시내버스 수송분담율은 7%에 불과하고, 통근, 통학의 70% 이상이 승용차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도시 설계보다 승용차가 많아졌기 때문에 상습적인 정체와 대기오염이 심각해졌고, 무엇보다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였다고 합니다.

세종시 만큼 획기적이지는 않지만, 우리나라에도 부분적 무상요금제를 시행하는 도시는 많이 있습니다. 예컨대 특정 대상자에 한 해 무상요금제를 실시하는 곳이 많은데요. 목포, 광양, 순천, 여수 등 전라남도에서만 모두 12개 지역에서 18세 이하 청소년 무상요금제를 시행하고 있고, 경기도 화성시에서는 23세까지 그리고 경기도에서는 교통비 일부를 지역 화폐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희 경남에서는 하동시가 청소년 100원 버스 제도를 시행하고 있구요. 올해 연말에는 진주시가 청소년 무상버스 도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상별 무상요금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에게도 확대되고 있는데요. 전남 신안, 경기 안상, 화성, 과명, 남양주 등에서 65세 이상 무상요금 혹은 월 8만원에서 12만원까지 요금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구요. 대전은 70세 이상 무상요금 시행을 준비중에 있고, 창원과 대구가 하반기에 75세 이상 무상요금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무상요금은... 미국 워싱턴 D.C, 미국 캔자스시티, 프랑스 샤토루시, 덩케르크, 룩셈부르크... 에스토니아 탈린 


앞서 무상요금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코로나 기간에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던 독일의 9유로 티켓이 있구요. 영국에서는 국내 대중교통 편도 요금을 최대 2파운드만 부담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스페인에서는 300km 이하 국영철도 요금을 무료화하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무상요금을 실시하는 나라와 도시로는 미국 워싱턴 D.C, 미국 캔자스시티, 프랑스의 샤토루시, 덩케르크, 도시 국가인 룩셈부르크 그리고 에스토니아 탈린 같은 곳들이 있습니다. 

최근 경남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세계 200여개 도시와 국가에서 무상교통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중에서 97개 도시는 전체 무상요금을 시행하고 있구요. 우리나라처럼 청소년, 노약자 등 대상별로 무상요금을 하는 곳도 있고, 공항버스를 무상으로 탈 수 있는 미국 보스턴이나 커뮤니티 버스를 부상으로 탈 수 있는 중국 청두처럼 노선별 무상버스도 늘어나고 있답니다. 또 시간대별 무상요금 제도를 도입한 경우도 있는데 미국 피츠버그시는 새벽 4시부터 저녁 9시까지 중국 청두시는 아침 7시 이전 무상요금제를 시행하여 출퇴근 혼잡 통행을 줄이고 있다고 합니다. 

이날 <3만원 프리패스> 토론회에서 발표를 맡은 정의당 김건호 정책연구위원은 서민부담 경감, 불평등 해소,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을 위하여 3만원 프리패스 티켓을 도입하자고 주장하였습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연간 1000억원 이상이 신규 주차장 건립 비용으로 쓰이고 있고, 승용차 이용자들이 발생시키는 교통혼잡비용, 대기오염비용, 교통사고비용을 모두 합하면 1통행당 1만 2913원인데, 실제 승용차 이용자들이 1통행당 부담하는 금액은 2080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나머지 비용은 모두 세금으로 승용차 운전자들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서울시... 대중교통 보다 승용차 지원금 더 많이든다

우리가 흔히 창원시 준공영제에 800억원의 예산이 들었다 하는 뉴스를 접하면서 대중교통에만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외곽 순환도로 건설, 주차장 신설, 교통혼잡, 대기오염, 교통사고 등으로 인하여 승용차 이용자에게 훨씬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유류세 인하와 같은 정책들도 모두 승용차 이용자를 위한 정부의 지원금으로 보아야 하는데 모두가 기후 변화에 역행하는 정책이면서 대중교통 이용자들을 차별하는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계로 제안한 정의당 정책은 <3만원 프리패스> 티켓 도입인데요. 월 3만원만 내면 대중교통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구요. 3만원 미만 이용자의 경우 알뜰교통카드를 50% 할인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김 연구위원은 재원마련을 위해 교통시설특별회계를 공공교통특별회계로 전환하여 사용할 것을 제안하였구요. 3만원 프리패스 티켓을 전국에 시행할 경우 연간 4조원 정도의 추가 예산이 필요한데, 2022년 한 해 유류세 경감 세액만 8조원이었기 때문에 기후변화 시대에 대비하는 승용차 억제라는 지구적 환경대책에 공감한다면 불가능하지 않은 정책대안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정의당에서는 3만원 프리패스 요금제 도입 조례제정운동을 시작하였는데요. 먼저 창원시 조례 제정을 위한 주민발의 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창원시에서 주민발의로 조례를 제정하려면 총 87만 6363명인 유권자의 1/150인 5842명의 서명을 받아야 하는데요. 주민 조례 추진본부에서는 창원시와 시의회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10만명 서명을 목표로 6월 초부터 서명운동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3만원 프리패스제 만으로 대중교통 활성화와, 승용차 억제정책을 완성할 수는 없지만, 창원시민들의 적극적인 서명 참여를 통해 기후변화 시대에 맞는 대중교통 전환의 첫걸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