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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지인 부탁으로 신용카드 만들었다면...

by 이윤기 2024.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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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5. 22 방송분)

 

은행이나 보험회사, 신용카드 회사에 근무하는 가족이나 친구, 친척 지인 있다면, 한 번쯤 신용카드 발급 권유를 받아보셨을 겁니다. 오늘은 지인의 부탁으로 발급 받은 신용카드 관리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30년 넘게 소비자운동에 몸담아 온 저는 보험가입 권유와 신용카드 발급 권유를 매정(?)하게 잘 거절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런 소신에 가득 찬 거절 때문에 관계가 소원해진 선후배들도 있습니다. 이런 제가 최근 지인의 부탁으로 신용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이것 저것 사업을 하다 잘 안 되어 밑천 없이 시작할 수 있는 일로 보험영업을 시작했는데, 자동차 보험을 바꿔 달라는 요청은 거절했습니다만, 계열사에서 나온 신용카드 하나 만들어 딱 6개월만 써달라는 요청까지 거절할 수는 없었고, 제가 싫어하는 <S사 신용카드>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신용카드 없이 사는 게 14년쯤 되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금융 소비자 교육을 하면서 신용카드를 모두 없애고 체크카드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교육을 하면서 신용카드의 진짜 정체는 '부채카드'라는 걸 이야기 알려주면서 나부터 매달 빚을 지면서 사는 삶을 청산해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신용카드를 없애는 건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신용(부채)카드에 길들여진 삶을 청산하는데 1년쯤 걸렸습니다. 신용카드를 없애려고 보니 통장에 잔고가 없어서 곧바로 체크카드로 사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그제서야 제가 매달 카드사에서 돈을 빌려쓰고 월급날 갚으면서 살았다는 것을 알게된 겁니다. 매달 조금씩 지출을 줄이면서 1년쯤 후에야 체크카드만으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렵게 신용카드 없이 사는 삶을 14년째 지켜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거절을 못하고 신용카드 만든 것입니다. 카드 발급을 권유한 제 지인은 한 달에 10만원씩 최소 6개월만 써주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동차 주유할 때만 사용하시면 10만원은 될 겁니다." "연회비는 제가 내 드릴께요" 라고 하더군요. 어려운 사정을 뻔히 알면서 연회비 부담을 지울 수 없어서 연회비는 제가 내겠다고 말하면서 6개월만 쓰고 잘라버려야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첫째, 연회비 먼저 확인하세요

 


그런데 막상 카드를 받고 보니 기가 막히는 일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연회비가 터무니없이 비쌌습니다. 카드사용 등록을 하고 나면 첫 달에 청구되는 연회비가 2만원 이었습니다. 저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던 시절에도 연회비 5천원이 넘는 카드는 써 본 일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신용카드 발급을 권유했던 지인이 연회비를 내주겠다고 했던 것도 연회비가 2만원이나 되었기 때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이용한도 낮추세요


두 번째는 <이용한도>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처음 발급되어 온 신용카드 이용한도는 무려 1200만원이었습니다. 일시불 한도 1200만원, 할부한도 1200만원, 단기 카드대출 한도는 480만원이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용한도>가 1200만원이어도 안 쓰면 그만 아니냐고 하실 분도 있을텐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단 한도가 1200만원으로 되어 있으면 지출이 늘어나게 마련이구요.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도난, 분실 등으로 인한 신용카드 부정 사용 사고가 일어 날 경우 피해금액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소비자운동을 해온 저는 이런 사례를 많이 경험하였습니다 .

혹시라도 발생할지 모르는 신용카드 도난, 분실 사고 때, 피해를 줄이려면 <이용한도>는 낮을 수록 좋습니다. 저는 스마트폰으로 S카드사 앱을 다운받아서 즉시 <이용한도>를 낮추고 <해외사용>을 막아 버렸습니다. 우선 월 이용한도는 10만원으로 변경하였습니다. 어차피 저는 이 신용카드로 매월 10만원까지만, 그리고 6개월만 쓸려고 마음 먹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늘 사용하는 신용카드라 하더라도 월 평균 지출액에 맞춰서 카드 한도를 낮추시는 게 좋습니다. 

또 한가지 더 챙겨야 합니다. 신용카드 회사는 소비자가 꼼꼼히 챙기지 않으면, 신용카드 한도를 은근 슬쩍 상향시켜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이용한도를 낮추고 <한도 상향거부>에도 체크를 해두었습니다. 이렇게 해두면 카드사가 마음대로 한도를 상향시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필요해서 한도를 높여야 할 사정이 있을 때 한도 상향이 안 될까봐 걱정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이렇게 해 두어도 카드회사는 내 신용점수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는 점수 범위 안에서 언제라도 한도 상향 요청을 할 수 있습니다.

 

 

셋째 해외결제를 막으세요


다음 조치는 해외사용(결제)을 막았습니다. 저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던 시절에도 <국내전용>신용카드를 사용하였습니다. 신용카드 도난, 분실 그리고 카드복제 사고가 나는 경우 대부분 추적이 어려운 해외에서 고액이 현금서비스 되거나 현금으로 환전 가능한 물품구매에 사용됩니다. 따라서 해외 출장이나 여행이 잦은 분이 아니라면 국내 전용 신용카드를 사용하거나 해외 결제를 막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네 번째, 신용카드 사용등록을 하고 즉시 뒷면에 서명을 하였습니다. 카드사에서 보내 준 안내장에는 " 서명이 없는 카드는, 분실 및 도난으로 인한 제3자의 부정사용시 일부 금액에 한해 보상됩니다."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많은분들이 나는 신용카드 뒷면에 서명 다 해놨는데...하실텐데요. 저는 한 가지 더 확실히 해둔게 있습니다. 바로 서명된 신용카드 뒷면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관해두었습니다. 


왜냐하면, 실제로 도난 및 분실 사고로 제3자 부정 사용 사고가 발생하면, 카드 뒷면 서명 여부를 가지고 신용카드사와 가맹점 그리고 소비자, 이렇게 3자 간에 책임 공방이 벌어지게 되는데요. 이때 가맹점이 부정 사용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신용카드 뒷면에 서명이 없었다고 주장하면, 꼼짝없이 소비자가 이를 입증해야 합니다. 이럴 때를 대비한 가장 쉬운 입증 방법은 본인 서명을 해둔 카드를 사진으로 찍어두면 되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로 황당했던 건, 엄청난 이자 부담이었습니다. 할부 이자는 연 11.0% ~ 18.0% 입니다. 은행에 잔고가 있다면 절대로 이자를 부담하는 할부거래는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단기카드 대출 이자는 이보다 더 높아 연 14.8%나 되고, 연체가 생기면 가산금리 3%p가 붙는데, 최고 연 20%까지 부담해야 합니다. 신용카드 쓰시는 분들은 은행 대출보다 신용카드 이자가 훨씬 비싼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저는 <S사 신용카드>를 6개월 간 주유비 결제만 하고 짤라버릴 예정이지만 이 정도 대비를 해두었습니다. 저처럼 지인이나 친척, 친구의 부탁으로 어쩔 수 없이 신용카드를 발급 받으셨다면 꼭 대비를 해두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매일 신용카드를 쓰시는 분들은 더더욱 대비가 필요할꺼라고 생각합니다. 1) 카드 뒷면에 서명하기, 2) 이용 한도 낮추기, 3) 해외 결제 차단하기 꼭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