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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천원의 아침밥이 포퓰리즘이라고?

by 이윤기 2024.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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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5. 15 방송분)

 

대학생들에게 천원만 내면 아침밥을 제공해주는 사업, ‘천원의 아침밥’ 사업이 경남도내 여러대학으로 확대되고 있고, 전국적으로는 145개 대학, 243만명으로 대상자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오늘은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하고 있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천원의 아침밥은 학생이 내는 천원에 농립축산식품부가 천 원을 보태고 나머지 밥값을 학교가 부담하는 아침 급식 사업입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정부가 천원을 부담하여 대학이 천원만 부담하는 학교들도 있습니다. 이 사업은 농립부가 앞장서서 시작하였는데, 당초 사업 취지는 아침 결식률이 높은 대학생들의 식습관을 개선하고 쌀 소비를 촉진하자는 취지로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업에 투입되는 농림부 당초 예산은 모두 7억 3000만원 이었는데, 밥상 물가가 폭등하면서 대학생들이 적극 참여하였고, 학생들의 호응이 이루어지자 여론의 지지도 뒷받침 되면서 추가 예산이 투입되었습니다. 국회에서도 여야가 모두 사업 확대에 의견이 일치되자 4월에 정부 예산을 15억 8000만원으로 늘이고, 사업 대상 학교를 전국 145개 대학으로 확대한 것입니다. 

사업 첫해인 2017년 2억 4000만원으로 시작된 이 사업은 2018년 2억 5000만원, 2019년  4억 2000만원, 코로나 시기인 2020년 3억원으로 줄었다가 2021년 4억 4000만원, 2022년 5억 7000만원으로 예산이 늘어났습니다. 올해 예산이 15억 8000만원으로 편성되었으니 6년 만에 대략 6배가까이 예산이 늘어난 것입니다.

저희 경남지역에도 ‘천원의 아침밥’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이 여섯 곳으로 늘어났습니다. 지난 3월부터 경상국립대가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시작하였고, 5월 들어 창원대학, 창신대학 경남도립 거창대학, 경남도립 남해대학, 한국폴리텍대학 등 다섯 개 대학이 사업 대상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인근 부산에서도 부산대 등 4개 대학이 3월부터 사업을 시작하였고, 이번에 동아대 등 4개 대학이 추가되어 모두 8개 대학으로 늘어났습니다. 

 

 

천원의 아침밥은 민주당 정책? 국힘 정책?

하지만, 국회에서는 여야 간에 논란이 천원의 밥상 ‘원조’ 논란이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더불어 민주당은 천원의 밥상 사업이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되었다며 민주당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에서는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아이디어가 기획되고, 2017년에 사업 추진이 확정되었기 때문에 국민의힘 정책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논란이 벌어지자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주무부서인 농림수산식품부 해명을 내놓기도 하였습니다. 2016년부터 대학교 실태조사 등 사업준비가 시작되었고, 2017년 1월 황교안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던 시기에 사업계획 및 예산을 세우고 확정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부경대학교를 비롯한 전국 10개 대학에서 최초 사업이 시작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5월부터였다고 합니다.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원조 논쟁을 벌일 일이 아니라 탄핵으로 큰 혼란을 겪는 여야 정권교체 시기에도 양 정당이 서로 협력하여 이루어내 사업으로 서로를 칭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원조 논쟁을 벌이는 것은 좀 유치해 보이기도 합니다. 지난 5년 동안 여야가 이견 없이 추진해오던 사업이었는데, 새삼스럽게 ‘원조 논쟁’이 벌어진 것은 아무래도 총선이 가까워지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 것은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주는데도 왜 전국 336개 대학 중에서 절반에 못 미치는 145개 대학만 참여하였을까 하는 점이었습니다. 특히나 지난 1년 사이에 소비자 물가가 폭등하면서 아침 한 끼를 천원에 해결할 수 있는 가뭄에 단비같은 정책이 확대되었는데, 호응하지 않은 대학이 절반이 넘었을까요?

천원의 아침밥, 선착순 100명만 지원(?)


첫 번째 이유는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습니다만, ‘천원의 아침밥’은 원하는 모든 학생이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은 대학이 선착순 100명(많은 곳도 200명)으로 인원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아침마다 대학 구내식당 앞에 줄을 서야하고, 늦게 줄을 서면 아침 식사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침밥을 먹기 위에 매일 친구보다 한 발 먼저 식당으로 달려가게 만드는 경쟁 구조를 만들어 놓고 과연 학생복지라고 할 수 있을까요?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대 절반 이상이 아침밥을 못 먹거나 안 먹는 것으로 조사되었는습니다. 그러다보니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먹는데도 천원이 넘는 고물가 시대에 따뜻한 쌀밥에 서너가지 반찬과 뜨끈한 국물을 먹을 수 있는 천원의 밥상이 인기가 있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 입니다. 

두 번째는 대학이 예산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100~150인분 규모의 아침 식사를 제공하려면, 1인당 4~5천원 정도의 급식 단가가 들어가는데, 현재 구조는 사업 주체인 농림수산식품부가 천원, 그리고 학생이 천원을 부담하면 지방정부 지원이 없는 경우 대학이 2000~3000원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여야 정치권이 서로 내가 잘해서 시작된 정책이라고 자랑할 요량이면, 적어도 대학이 부담해야 할 몫은 정부가 책임져야 합니다. 단순 계산만 해도 농림부가 15억을 부담하면 사업에 참여하는 대학들은 30~40억을 부담해야 하는 왜곡된 구조입니다. 대학이 부담하는 30~40억원은 결국 나중에 학생들이 등록금으로 다시 부담하게 될 것이 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에 일각에서는 천원의 밥상이 싸구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원하는 학생들에게 다 아침밥을 제공해주지 않고, 천원짜리 밥을 먹기 위해 선착순 줄을 세우는 얄팍한 이 정책은 정치권이 MZ세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내놓은 꼼수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농림수산식품부는 적은 예산을 들여 쌀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이 정책을 시작한 것이지, 대학생들의 아침밥을 걱정이 먼저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시작한 사업이지만, 앞서 말씀 드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교육부가 모자라는 예산을 책임져야 학생들의 부담, 그리고 결국 다시 학생 부담으로 되돌아 올 대학부담을 줄이고 원하는 학생들에게 아침밥을 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사업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아침을 굶고 직장에 출근하는 청년들의 아침밥도 정부가 함께 챙겨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