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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행정구역통합

면피용? 부울경 행정구역 통합 토론회

by 이윤기 2024.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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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5. 1 방송분)

 

민선 8기 박완수 경남 도지사 취임 이후 민선 7기 김경수 도정에서 추진하던 부울경 메가시티 출범이 중단되고, 새롭게 부산-경남 행정구역통합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지난 27일 경남도청에서 개최된 부산-경남 행정통합 제1차 토론회에서 중요하게 논의되었던 내용들을 시민의 입장에서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부산-경남 행정통합이 추진되고 있는 배경을 먼저 살펴보면, 첫 시작은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추진행던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을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 김두겸 울산시장이 백지화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2019년 심각한 수도권 집중 문제를 극복하기 위하여 부산-울산-경남을 다시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첫 단계로 부울경 메가시티를 제안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전국 첫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이 2022년 4월 18일에 출범하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박완수 지사는 특별연합 중단을 선언하였습니다. 취임 후 두 달째인 9월 19일 “(부울경)특별연합은 권한이 없고, 재정지원 없이 업무만 떠안게 된다면서, 단점이 많은 특별연합을 거치지 말고, 곧바로 행정통합으로 가자”는 제안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김두겸 울산시장이 행정통합에 반대하자, 지난해 10월 12일 부산과 경남만 행정통합을 추진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후 양 시도간 실무논의를 거쳐 올해 2월 15일 경남도와 부산시 실무자들로 구성된 실무추진위원회가 구성되어 행정통합 추진계획을 마련해왔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바로 이 실무추진위원회의 결과로 만들어졌는데요, 지난 4월 27일 경남도청에서 1차 토론회가 개최되었고, 5월 중에 부산과 진주에서 2차, 3차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세 차례의 토론회가 모두 끝나는 5월 말과 6월 초 양 시, 도민 2천 명을 대상으로 경남도와 부산시가 각각 한 차례씩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행정통합 추진여부를 결정할 예정입니다. 즉 여론조사 결과 반대 여론이 높으면 행정통합 논의가 중단되는 것이고, 찬성 여론이 높으면 2026년 지방선거를 목표로 행정통합을 추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구 유출...지역 소멸...통합 여론은 부정적

이날 발제자로 나선 경남연구원 하민지 연구위원과 산업연구원 김송년 연구위원은 각종 통계자료와 경제지표를 제시하면서 수도권 집중과 부산, 경남 지역의 인구 유출과 감소에 따른 지역 소멸 위기를 강조하였습니다. 여러 경제지표와 통계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결론은 “이대로 가면 부산도 경남도 미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민지 연구위원의 발표를 보면, 우리나라 수도권 집중 현상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드러났는데요. 면적은 전국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5%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총생산의 52.8%를 차지하고 있으며, 의료기관의 절반 이상인 53.1%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더 심각한 지표는 신용카드 개인사용액 통계였는데요. 전체 신용카드 개인 사용액의 75.5%가 수도권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엔 가장 심각한 수도권 집중 현상과 부의 집중 현상을 보여주는 지표였습니다. 

 



2022년 한 해 동안 경남에서 1만 8827명이 수도권으로 순유출되었고, 부산에서도 6638명이 순유출되었다고 합니다. 부산-경남을 합치면 지난해 1년 동안 무려 2만 5465명이 수도권으로 순유출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일자리와 교육 문제로 부산과 경남을 떠나 수도권으로 유출된 것입니다. 아울러 부울경 지역 전체 인구도 2015년 687만명에서 올해는 660만명으로 줄어들었고, 2047년이면 566만명으로 줄어들게 된다고 합니다. 

김송년 연구위원도 수도권 집중의 심각성을 이야기하였는데요. 100대 대기업 본사의 90%, 국내 20위원 내 대학의 90%가 모두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으며, 그러다보니 인적자본도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참석자들에게 확인시켜주었습니다. 

결국 수도권 과밀화를 극복하면서 국토균형발전을 실현해야 하며, 특히 부산과 경남은 여러 가지 비용절감과 경제적 효율성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며, 특히 시도간의 불필요한 경쟁과 갈등을 해소하고, 시너지를 높이며, 지역간에 특화된 강점을 극대화하고, 동북아 광역경제권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행정통합’을 미룰 수 없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시장, 도지사 불참, 부울경 행정통합 가능할까?

그런데 이번 토론회의 준비와 진행 과정을 보면, 경남도지사나 부산시장 그리고 실무추진을 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그런 긴장감이나 절박함이 전혀 없는 것 같았습니다. 우선 부산과 경남 지역의 명운을 걸고 추진하는 첫 번째 행정통합 토론회인데, 부산시장도 경남도지사도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시장과 도지사가 참석하지 않았으니 행사는 중요성에 비하여 비중이 낮아졌고, 도민들의 참석 열기도 낮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토론자를 제외하고는 부산시의원이나 경남도의원들도 대부분 참여하지 않았고,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 매우 저조하였습니다. 아울러 실무적인 준비부터 많은 인원이 참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루어졌기 때문인지, 늦게 토론회에 참석한 도민들은 자료집도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박완수 경남지사는 “행정통합은 부산시민과 경남도민 3분의 2 정도는 찬성해야 힘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런데 부산-경남 행정통합 토론회 현장에서는 3분의 2 찬성이 나올만한 힘 있는 행정통합 추진 의지나 열기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토론자로 나선 우기수 경남도의원은 “행정통합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2026년을 목표로 정해 빠르게 진행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행하면 좋겠다”며 ‘속도 조절’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발제자로 나선 두 연구위원이 부산-경남의 성장동력이 고갈되고 있다는 위기 상황을 강조한 것과는 동떨어진 주장이었다고 생각됩니다. 

한편, 토론회를 통해 박완수 지사 취임 이후 부울경 광역연합을 폐지하고, 추진하는 부산-경남 행정통합은 아무런 ‘법적 근거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예컨대 부산-경남 도민들이 압도적으로 찬성하여 행정통합을 추진해도 이를 뒷받침해줄 입법절차는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 1차 부산-울산 행정토론회 준비와 진행을 지켜보면서, 과연 행정통합 추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형식적인 토론회와 여론조사를 거쳐 도민들이 원치 않으니 행정통합은 추진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기 위한 요식행위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수에 도민들이 부산-경남 행정구역통합 문제가 공론화될 수 있도록, TV 토론과 같은 실질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