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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의료 격차, 의대만 설립하면 해소될까?

by 이윤기 2024.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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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3. 27 방송분)

 

지난 13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창원 의과대학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 출범식과 궐기대회기 열렸습니다. 오늘은 창원 의과대학 설립 문제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창원 의과대학 유치 활동은 지난 1992년에 처음 시작되었고, 벌써 30년도 더 지난 지역민의 숙원 사업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이날 범시민추진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한 홍남표 창원시장과 강기윤 국회의원, 도 시의원, 경제계, 의료계, 교육계, 시민사회 인사 등 1000여명이 참석하였는데요.

 

각계 각층을 대표하는 180명을 범시민추진위원으로 위촉하고, 홍남표 창원시장, 김이근 시의회 의장, 구자천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이 공동 위원장을 맡아 의과대학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범시민 추진위원회는 100만 시민 100만 서명 운동을 비롯하여 의과대학 설립 캠페인, 기자회견, 각종 유치기원 행사를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인구 100만명 대도시 중 의과대학이 없는 유일한 도시”가 창원이라는 것과 함께 의대뿐만 아니라 약대와 치대, 한의대와 같은 다른 건강, 의료 관련 학과마저 전무하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창원 의과대학 유치의 당위성을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인구 100만 명 대도시에 의과대학 하나 없다는 명분 못지않게 실제 근무하는 의료인력 부족도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입니다.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는 전국 평균이 218.4명인데, 경남은 174.2명에 불과하고, 인구 10만 명당 전문의 숫자도 전국 평균이 181.7명인데, 경남은 149.1명에 불과합니다.

 

지역 의료 격차? 의사만 부족한게 아니다

 

인구 10만명당 간호사 숫자는 485.7명으로 전국 평균인 490.4명에 비교적 근접한 수준입니다. 그러다보니 1년 동안 병의원에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 사람의 비율을 나타내는 의료 미충족율은 8.4%로 2020년 기준 전국 1위였고, 2021년에는 7.2%로 전국 2위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결국 큰 병에 걸린 사람들은 서울과 수도권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통계를 보면 더욱 확실합니다. 전국에 319개의 종합병원이 있는데, 경남에는 23개 밖에 없구요. 상급종합병원은 전국에 45곳이 있는데, 경남에는 3곳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도내에서 지역별 격차도 심각한 수준인데요. 종합병원이 없는 시군이 13개 지역이고, 아기 낳을 곳이 없는 A급 분만 의료 취약지역이 4개 지역, 14개 시군은 응급의료 취약 지역입니다. 최근에 농촌지역의 취약한 의료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가 있었는데, 바로 산청군 보건의료원 내과 전문의 채용과정이었습니다. 연봉 3억 6천만원 지급을 내걸었지만 1, 2차 공고때는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고, 4번째 공고 끝에 나이 70세가 되신 의사 선생님을 겨우 모셔왔습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의료 서비스에 대한 도민들의 만족도도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2022년 통계청의 사회조사자료에 따르면, 경남 도민들의 의료기관 만족도는 <만족스럽다>는 응답이  35.1%에 불과하고 <불만족스럽다>는 응답은 20.0%로 나타났습니다. 

 

또 의료서비스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진료 및 입원대기 시간이 길다>가 20.8%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의료비가 비싸다는 불만이 19.4%, <전문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17.1%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통계청 조사결과를 요약해보면, 도민들은 의료 시설과 의료 인력이 부족한데다가 의료비 마저 비싸게 부담하다고 느낀다고 있는 것입니다. 

 

경남 응급의료 전국 최하위...

경남이 의료 취약지역이라는 지표는 또 있습니다. 병의원을 비롯한 의료시설과 의사만 부족한 것이 아니라 응급의료 수준도 전국 최하위권입니다. 지난해 경상남도 응급의료 심포지움 발표 자료를 보면, 응급환자의 발병 후 2시간 이내 응급실 도착 비율이 31.4%에 불과하여 전국 최저 수준이고, 응급환자의 70%가 이른바 골든 타임을 놓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3대 중증 응급질환이라고 말하는 심혈관, 뇌혈관, 중증 외상 환자 사망률은 경남이 전국에서 가장 높습니다. 바로 이런 의료 체계 때문에 경남 사람들은 서울 사람들보다 건강수명에서 무려 5.4년이나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지난 13일에 출범한 <창원 의과대학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에 참여하시는 180여명의 추진위원들은 경남의 취약한 의료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일이 바로 의료인력 양성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들은 인구 10만 명당 의대 정원 전국 평균이 5.9명인데, 경남은 2.3명에 불과하고, 응급의학 전문의 숫자도 전국 평균이 4.5명인데 경남은 2.1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크게 지적하였습니다. 저는 이 주장이 절반만 맞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범시민 추진위원회 주장대로 인구가 340만 명인 경남의 의과대학 정원은 76명에 불과합니다. 의대에 입학하는 절대 숫자가 부족한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실제로 인구 153만인 강원도의 경우 4개 의과대학 정원이 267명이고, 인구 180만의 전라북도도 2개 의대에 정원이 235명입니다. 인구대비 의대정원이 부족한 것은 명백하지요. 

그런데 인구 1000명당 의사 숫자를 보면 경상남도가 2.6명인데, 의대 숫자가 4배나 많고, 의대 정원도 4배 가까이 많은 강원도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숫자도 2.7명 밖에 안 됩니다. 또 인구는 경남의 절반 가까운 인구를 가진 전라북도의 경우 의대생 숫자는 3배가 많지만, 인구 1000명당 의사 숫자는 3.1명으로 경남보다 조금 높은 수준입니다.

 

수도권 집중 막고...지역 균형 발전 이뤄야

 

즉, 의대 정원을 늘리거나 의과대학을 추가로 설립한다고 해서 의대를 졸업한 의사들이 강원도나 경남 같은 지방 병원에서 근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역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한다고 지역에서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근무 환경과 교육 환경, 여러 가지 정주 여건이 좋은 서울과 수도권 병원으로 옮겨가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망국적인 수도권 쏠림 현상은 신규 병원 설립과 의료 인력 수급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서울과 수도권에 새로운 상급종합병원 설립 허가해주면, 지방에 의과대학을 설립해도 의사 수가 부족한 현실을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2021년을 기준으로 수도권 대학병원 8곳이 수도권 내 분원 설립을 추진하기 시작하였고, 각 500~800병상의 8개 대학병원 분원이 설립되면 수도권에 5000병상 이상이 증가하게 됩니다. 수도권에 이렇게 병원이 늘어나면 지방에서 일하던 많은 의사들이 수도권으로 옮겨가게 되는 것은 뻔한 이치입니다. 실제로 지역 공공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많은 의사들이 새로 생기는 수도권 대학병원의 스카웃 제안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의료기관 설립도 수도권 억제 정책과 함께 공공기관 지방이전처럼 국가가 예산을 지원하는 공공병원을 지역으로 이전하는 특단의 대책이 시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단순히 의과대학 정원 확대나 창원 의대 설립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나면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는 지역공공의대과 같은 특단의 보완책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