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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통영시 어린이 상해보험...과연 옳은가?

by 이윤기 2024. 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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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2. 27 방송분)

 

지난 23일 통영시의회가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관내 어린이가 상해로 피해를 입을 경우 지원해 주는 통영시 어린이 상해보험 지원 조례안을 심의 의결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전국 최초로 만들어진 통영시 어린이 상해보험 지원 조례에 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통영시의회가 어린이 상해보험 지원 조례를 제정하게 된 것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천영기 현 시장의 공약사업이기 때문입니다. 시장의 공약이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조례로 제정된 것인데요. 이번 조례 제정으로 올해 7월부터 시행하게 된다고 합니다. 통영시가 어린이 상해보험 조례에 근거하여, 상해보험에 가입하면 통영시에 거주하는 13세 미만 어린이는 누구나 자동 가입되어 별도의 가입 절차나 보험료 부담없이 상해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보장항목을 보면, 상해의료비, 상해후유장애, 상애 입원 일당, 골절진단비, 화상진단비, 중대한 특정상해 수술비, 조혈모세포 이식수술비를 지원하게 된다고 합니다. 통영시는 1차 추경예산을 확보하여 입찰 공고 후 보험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통영시가 밝힌 입법 취지를 보면, 성인에 비해 안전사고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는 어린이 안전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상해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조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통영시가 가입한 어린이 상해보험을 통해서 예상치 못한 각종 안전사고와 재해로부터 피해를 입은 어린이의 생활 안정 지원을 하고, 안정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함으로써 가정의 보육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이런 제도를 도입하였다고 합니다. 

통영시...보험 가입하면 할 일 다한 것인가?

하지만, 초록우산 재단 등과 함께 어린이 안전 관련 활동을 꾸준히 해온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저는 ‘어린이 상해보험’ 도입에 매우 회의적입니다. 첫째는 지방정부가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대신에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서 민간 보험회사에 시민의 안전을 맡기는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입니다. 

시민들은 지방자치 선거를 통해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라고 시장도 뽑고 시의원도 뽑아서 어린이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안전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일을 위임하였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학교를 오가는 통학로도 더 안전하게 만들고, 각종 안전사고의 위험을 없애는 정책을 만들어 줄 것으로 기대하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통영시가 선택한 방식은 민간보험회사에 일정한 보험료를 내고 상해보험에 가입하여, 사고를 당한 시민들에게 일정한 보상이 이루어지게 하는 일을 최우선 과제로 선택한 것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보험 가입은 사고를 당한 사람들에게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장이나 시의원을 뽑은 시민들은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 달라고 대표를 뽑았을 것입니다. 저는 선후가 바뀐 정책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방송을 듣는 분들 중에는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정책도 잘 하고, 보험도 가입하면 더 좋은 것 아니냐하고 말씀 하실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금상첨화이겠으나, 실제로는 상해보험 가입하고 나면 다른 정책 마련과 제도개선에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자전거 보험...사고 예방에 도움 안된다

가장 유사한 사례가 바로 자전거 안전보험입니다. 지난 2008년 창원시가 전국 최초로 자전거 안전보험을 도입하였습니다. 2008년의 경우 창원시가 연간 보험료 2억원 가량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보험에 가입하였는데, 창원시민이 자전거 사고로 사망하거나 후유 장애개 생겼을 때, 전치 4주 이상 부상을 당하였을 때, 벌금, 방어비용, 형사 합의금 등 최고 2900만원가지 보장해주는 보험이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보험 혜택이 지속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우선 2011년이 되면 자전거 사망사고, 후유장애 대상자에서 만 15세 미만자가 제외됩니다. 또 2014년이 되면 자전거 사고 변호사 선임비 지급도 만 14세 미만은 제외됩니다. 뿐만 아니라 공공자전거 누비자를 이용하다가 사망하는 경우에도 15세 미만인자는 제외되는 것으로 보장 내용이 축소되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보험회사들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창원시가 자전거 보험을 도입한 첫해 보험금 지급 건수는 260건, 지급액은 2억 1800만원이었습니다. 창원시가 납부한 보험료가 2억원 가량이었으니, 소액이지만 보험회사는 첫해부터 적자였던 겁니다. 그런데 2010년이 되면 307건에 3억 6500만원으로 보험료 지급액이 증가하고, 2011년이 되면 523건에에 6억 9600만원으로 늘어납니다. 2015년 기준으로 보험료 지급률은 141.6%였고 지금액은 18억 6600만원입니다. 같은 기간 총보험료가 13억 1800만원이었으니, 5년 동안 5억 이상 적자를 본 셈입니다.

 

보험료 인상...불보듯 뻔한 결과 예상

결국 사고가 많이 발생할수록 보험료는 증가하였고, 보험금 지급액은 점점 축소되었습니다. 왜냐하면, 보험회사들이 더 이상 같은 조건으로는 계약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지요. 2008년과 13년이 지난 지금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뚜렷합니다. 당초 4주 이상 상해 위로금이 80~140만원이었는데, 2013년 이후 지금까지 20~60만원으로 줄어듭니다. 현재는 전거 사고, 사망과 후유 장애 보험금이 최대 1000만원으로 줄어들었고, 누비자 사고로 인한 사망, 후유장애는 최고 700만원으로 줄어들었으며, 4일 이상 입원시 일당도 1만원으로 축소되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자전거 보험에 가입 한 2008년 이후에 창원시가 자전거를 더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드는 일은 전혀 진척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2008년 이후 창원시의 자전거 도로는 ‘무늬만 자전거 도로’라고 하는 보도겸용 자전거 도로는 증가하였지만, 자전거 전용도로는 전혀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창원시는 보험료 가입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고 추가적인 안전대책 마련은 소흘히 하였다는 것이지요. 

그런데도, 자전거 보험은 지방정부의 좋은 정책으로 언론에 앞다투어 소개되었고, 진주, 양산을 비롯한 도내 다른 지자체로 그리고 수도권으로도 널리 전파되었습니다. 민간보험회사들은 적정 수익을 보장해달라고 매년 보험료를 인상하고 있지만, 지방정부들이 지금와서 보험가입을 안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길게 보면, 이렇게 정부가 가입하는 보험은 민간회사에 발목이 잡힐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통영시의 어린이 상해보험이 창원시 자전거보험처럼 다른 지방정부로 퍼져나갈까 걱정입니다. 저는 사고 후에 보상하는 보험금 보다는 사고를 막기 위한 예방활동에 정부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백번양보해서 사후 보상을 해야하더라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보험이라면 의료보험이나 국민연금, 산재보험, 고용보험처럼 국가나 지방정부가 운영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보험 회사에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맡겨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