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읽기

세상을 바꾸는 1000개의 미래 직업?

by 이윤기 2024. 1. 3.
336x280(권장), 300x250(권장), 250x250, 200x200 크기의 광고 코드만 넣을 수 있습니다.
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11. 21 방송분)

 

한국의 대표적인 민간 씽크-탱크로 평가 받는 희망제작소에서 지난 2010년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습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틈도 없이 취업 경쟁과 스펙 쌓기에 몰리는 청년들에게 직업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가능성을 열어주고자 진행했던 프로젝트인데요. 오늘은 12년이 지난 지금, 당시 예측했던 세상을 바꾸는 천 개의 직업이 오늘 우리 현실에서 실제로 어떻게 자리잡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2년전, 희망제작소 연구진들은 전 세계를 다니면 사람들을 만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서 청년들에게 세상을 바꾸는 의미있고 재미있는 직업 천 개를 제안하였습니다. 당시 <세상을 바꾸는 천개의 직업>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미래사회에 영향을 미칠 시대적 흐름을 다음과 같이 예측하였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①생태적 세상, ②문화와 예술과 디자인의 시대, ③시민사회의 시대, ④버려진 곳들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 시대, ⑤전통과 기술이 만나 고부가가치 상품이 창출되는 새로운 전통의 시대, ⑥영역을 넘나드는 새로운 전문가의 시대, ⑦창조와 혁신의 시대, ⑧파트너십과 거버넌스의 시대, ⑨지역의 전문성이 경쟁력이 되는 글로컬 시대, ⑩공익적 가치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창조적 자본주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이었습니다. 

 



12년 이 지난 후에 당시 예측이 얼마나 맞았는지 평가하는 보고서가 나왔는데요. <예언이 현실이 된 분야는 크게 5개 분야와 7개 직업군이었습니다. 첫 번째는 바로 생태 환경 분야의 부상입니다. 2010년 당시 프로젝트 제안자들은 70여개의 생태 환경관련 직업의 등장을 예측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업사이클 아티스트, 에코 라이프 디자이너, 대안에너지 사업가, 태양광발전 설비업자, 비건 전문가, 자전거 대여업자, 친환경 상품 디렉터, 재생용지 메이커, 도시농업설계사, 천연화장품회사 CEO와 같은 직업들인데요. 청취자 여러분이 느끼시기엔 어떠신가요? 실제로 지난 10년 동안 산업 변화를 보면, 이런 생태, 환경 분야의 직업과 창업이 활발해지고 많이 성장하였습니다. 

미래 예측이 들어 맞은 두 번째 분야는 ‘지역 전문성이 경쟁력이 되는 글로벌 시대’의 도래입니다. 2012년 이후 지방 정부들이 잇따라 마을공동체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2014년 도시재생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지역 공동체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회‧경제적 활동 영역과 직업들이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로컬’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된 후 한층 가속화됐는데요, 덕분에 2010년 당시 견했던 ‘정부와 주민 사이의 장벽을 걷어내는 주민소통 전문가’를 비롯해 마을기업 전문가, 마을회사 운영자, 통반장 및 이장학교 교육가, 지역공동체 예술가, 커뮤니티 비즈니스 전문가, 도시재생 전문가, 마을공동체 컨설턴트 등의 직업이 그동안 현실이 되었습니다. 또 새롭고 재미있는 마을축제를 기획하는 이벤트 디자이너들도 늘어나고 있지요.

세 번째는 전통과 기술이 만나 고부가가치 상품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예측이었는데요. 예컨대 우리 술 소믈리에, 분자 요리사, 음식 투어 가이드, 메뉴개발자, 음식점 전문 컨설턴트, 요리 전문 방송 제작자, 요리 전문 방송인, ‘타국 음식을 우리나라로’ 셰프 등은 요즘 ‘흔한’ 직업이 되었습니다. 전국에서 수백 종류의 지역 막걸 리가 등장하고 있고,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자리잡은 사례도 많이 있지요. 

네 번째는 공익적 가치를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창조적 자본주의 시대가 도래의 예측인데요. 수요와 공급, 이윤추구로 대표되던 기존 경제 시스템을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 중심으로 새롭게 설계하는 사회적 경제가 새로운 자본주의 모델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2010년 사회적기업 활성화를 예견하였고, 관련 직업으로 사회적기업 허브 운영자, 사회적기업 포털 사이트 운영자, 사회적기업 잡지 발행인, 사회적기업 컨설턴트, 기업 사회공헌 컨설턴트, 사회적기업 아카데미 운영자, 청년 사회적 벤처 운영자 등은 실제로 현실이 되었습니다.

다섯 번째는 ②문화와 예술과 디자인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예측이었는데요. 도시와 마을을 공동체 구성원들의 편의와 삶의 질을 고려해 다시 디자인하려는 시도는 공익‧공공디자인 분야의 성장으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10년 간 공공디자이너, 공공의자 디자이너, 도시 벽 디자이너, 예술간판디자이너, 시민공간설계자 등의 활약이 눈에 띄었고, 친환경 디자인 흐름에 힘입어 바람길 디자이너, 친환경 놀이터 디자이너도 등장했습니다. 창원에서도 어린이들의 생각을 담은 ‘슝슝통통놀이터’가 만들어졌고, 새로운 버스정류장과 벤치 디자인 등이 현실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당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디자이너,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제품 디자이너의 활약을 예견했는데, 이는 최근 연령, 성별, 국적, 장애의 유무 등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니버설 디자인’과도 연결되고 있습니다. 

여섯 번째는 노인돌봄 분야인데, 시니어살롱 운영자, 독거노인을 위한 상담 도우미, 시니어 여행 전문가, 시니어 긴급콜 활동가와 같은 직업을 제시했는데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에 힘입어 어느 하나 빠짐 없이 ‘유망 직종’으로 부상하였고, 우리가 사는 동네마다 이른바 어르신 유치원이라고 불리는 <노인주간보호센터>가 곳곳에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일곱 번째로 건강복지분야도 각광을 많이 받았는데요. 건강레스토랑 운영자, 수면카페운영자, 불치병 환자를 위한 음식 컨설턴트, 웰니스 코치, 걷기 운동 전문가 등이 생겨났고, 좋은 병원‧의사 가이드 같은 서비스는 앱 서비스 형태로 등장하였고, 각종 복지제도를 안내하는 서비스도 등장하였고, 청년이나 노인, 저소득층을 위한 식당(나눔식당 운동가)도 여럿 생겨났습니다.

10여년 전, 예측하지 못했지만 각광을 받고 있는 직업군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가상현실 기술 발달에 힘입어 미술관과 박물관이 3D 전시로 눈을 돌리면서 ‘3D 갤러리 전문가’가 맹활약 중이고, 일주일 살기, 한달 살기 등과 관련된 새로운 업종과 직업이 생겨나고 있으며, 걷기 좋은 길을 개발하는 워킹 코디네이터와 같은 새로운 직업도 등장하였습니다. 또 12년 전에는 우리 현실과 맞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캠핑카 제작자’도 예상을 뛰어넘어 주목 받는 직업이 되었다고 합니다. 

한편 앞으로 각광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직업도 제안하였는데요. 세컨하우스 헌터, 그린헬스클럽,  K팝과 K콘텐츠의 대유행으로 만개할 K 관광산업을 제시하였구요. 현실 직업은 아니지만, 앞으로 생겨나면 좋을 직업으로는 관계맺기에 서툰 사람들을 위한 <사람 잘 사귀는 학교>, 늘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시간관리사>, 사람들의 재능을 찾아주는 <숨은 끼 발견가> 등도 제시하였습니다. 

이런 직업들이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젊은이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의 흐름을 읽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개인의 직업이 한 사람의 삶을 바꿀 뿐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으로 도전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