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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랑 기부제...일본은 성공했나?

by 이윤기 2024.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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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2. 20 방송분)

 

올해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본격 시행되었습니다. 지난 2월 16일에는 경남도청 자치행정국 간부 7명이 기부에 참여하였고, 1월에는 박완수 도지사와 주무 부서인 세정과 직원들도 참여하였습니다. 지역 신문의 사람마당이나 사람들 코너에도 고향사랑 기부 참여 보도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요. 오늘은 지방정부들이 행정력을 쏟고 있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후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으로 지방자치 단체의 재정 확충, 답례품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관계 인구의 증가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방정부의 재정상황이 워낙 열악하다보니, 제도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하는 분들이 많겠습니다만, 먼저 시행했던 일본 사례에 비춰보면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우선, 많은 분들이 실제로 지방정부의 재정에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세를 변형해서 도입한 것이데요. 일본은 세 우리보다 15년 앞선 2008년부터 시작되었는데요. 처음 도입한 2008년은 납세 건수 5.4만 건과 납세액 81.4억 엔으로 시작되어 2021년 납세건수 4447만 건과 납세액 8302억 엔으로 13년 사이에 건수는 824배가 증가하였고 금액은 100배 이상 증가하였습니다. 

통계만 보시면 엄청난 성장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이렇게 성공적으로 정착된 것처럼 보이는 일본의 고향세도 일본 지방정부 일반 세출 회계의 0.77%(2021년 108조 엔)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적은 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방정부의 재정 확대 측면에서 크게 성공했다고 할 수는 없는 금액이지요. 

 

 

일본 고향세 일반 세출 회의의 0.77%... 과연 성공일까?

두 번째로 우리나라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의 고향세와 비교해보면 소액기부자의 기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즉 10만 원을 기부하면 전액 세액 공제를 받고, 3만원의 답례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치자금으로 기부하면 10만원의 세액 공제를 받는 것과 비슷한데요. 기부 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3만원의 답례품까지 받을 수 있으니 기부자 입장에서는 혜택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액 기부자에게는 별로 매력이 없습니다. 우선 10만원을 초과하는 기부금의 세액공제 비율은 16.5%인데, 기부금의 상한이 500만 원으로 정해져 있어서 500만 원 이상 기부를 해도 세금 공제액이 늘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치자금 기부의 경우 10만원까지 전액 세액고제가 되고, 10만원 초과시 15%, 3000만원 초과시 25%까지 세액공제가 되는 것과 비교하면 고액기부자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일본 사례를 보면 고향사례기부제도를 운영하는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갈 것입니다. 2021년 기준으로 일본 지방정부들은 고향세 모금에 3851억 엔을 투자하였는데, 이 금액은 전체 고향세 모금액의 46.4%나 된다고 합니다. 이렇게 투자비가 늘어나는 것은 지방자치단체간에 모금 경쟁을 해야하기 때문인데, 우리나라 사정도 별로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일본의 경우 47개 도도부현 기준으로 최고 지자체와 최대 지자체 간에 금액으로 58배, 건수 기준으로 72배나 차이가 난다고 합니다. 우리도 고향사랑기부금의 쏠림현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고, 경쟁이 과열되면 모금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시장이나 군수들이 선거를 의식해 실적을 올리려고 나선다면 예상치 못했던 문제들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고향사랑기부를 요구하고 특혜를 준다거나 행정적 편의를 제공하는 부작용을 쉽게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향사랑기부금법에 나와 있는 ”국가균형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지방정부 재정건전성 높이려면... 지방세 비중 높여야

사실 지방정부의 재정건전성을 높이는 것은 조세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는데, 종합부동산세를 낮추고, 기업들의 법인세는 깍아주면서 고향사랑기부제도를 만들어서 자치단체를 서로 경쟁하게 만드는 제도가 바람직한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는 답례품이 지급이 지역경제활성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우선 모금액의 30%는 답례품으로 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인기 있는 특산물로 답례품을 제공할 수 있는 지역과 이렇다 할 특산물이 없는 지역 간에 모금 실적 차이가 많이 날 것입니다. 또 답례품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역량도 지자체마다 다를 것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실적 경쟁이 생길 수도 있으며, 단체장이나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의 평가 기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 지역만을 대표하는 특산물의 종류가 매우 제한적인데다 여러 지역의 특산물이 같은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로 ‘실제고향사랑e음’ 사이트에 가보면 아직 답폐품 선정도 못한 지자체가 20군데나 있습니다. 경남의 본청 답례품이 22개 종류, 창원시 11개 품목, 진주시 25개 품목, 통영 32개 품목, 의령 28개 품목, 남해 61개 품목 등 인데, 중복되는 품목이 많아 차별성이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매력적인 답례품 개발이 중요하지만 성과를 거두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한편, 고향사랑기부금법에서 고향의 범위를 너무 넓게 잡고 있는 것도 당초 취지를 살리는데는 도움이 안 될 수 있습니다. 이 법에서는 고향을 “자기가 살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면 어디에나 기부할 수 있도록 고향의 범위를 최대한 넓게 잡고 있습니다. 결국 자기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드는 답례품을 보고 기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답례품 경쟁이 더 치열해 질 수 있고 고향사랑이라는 취지는 무색해질 것입니다.

 

고향사랑기부금... 행정안전부가 모금 창구 독점?  

또한 고향 사랑기부금 모금을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고향사랑기부금을 모금하는 ‘고향사랑e음’ 사이트는 행정안전부가 지자체로부터 70억원 이상을 거둬 구축하였는데요. 모금 창구를 중앙정부가 독점하였을 뿐만 아니라 운영비도 지자체에 청구한다고 합니다. ‘고향사랑e음’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기부절차와 답례품만 소개하고 있지 기부금을 걷어서 어떤 일에 어떻게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나 플랜은 한 줄도 소개되어 있지 않습니다. 고향의 어떤 사업을 위해 내가 기부한다 이런 것은 없기 때문에 우려하던 답례품 경쟁으로 갈수 밖에 없는 것이지요. 

사람들의 '고향사랑마음'을 움직여 기부금을 모금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창의력과 역량이 필요한데요. 이윤을 추구하는 민간 기업에게 맡길 수는 없겠지만, 예컨대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아름다운재단 같은 공익적 모금 전문기관의 참여도 검토되어야 합니다. 일본의 경우 민간 플랫폼 도입 이후에야 지지부진하던 고향세 제도가 자리를 잡았고, 지금은 납세액의 90% 이상이 민간 플랫폼을 통해 모금되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목적이 뚜렷한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 기부가 활성화된 것도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면서 가능해졌다고 합니다. 

끝으로 고향사랑기부제는 고향을 사랑하는 출향민들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지 실제 조세제도를 보완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국민 3천만 명이 10만 원씩 기부한다면 엄청난 성공인데 그래봐야 3조 원에 불과합니다. 3조원이면 엄청 큰돈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 지방정부의 1년 세출 회계 502조 원의 0.6%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부금이 아니라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건데요. 지역균형 발전이 가능한 조세제도가 기본이 되고, 고향사랑기부제는 출향인들의 마음을 모으는 보조 수단이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