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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교통

택시요금 인상...승용차 구입 증가할 것

by 이윤기 2024. 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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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2. 6 방송분)

 

경상남도가 택시요금 인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지난 시간에 말씀 드렸는데요. 지난 1월 31일 경상남도소비자정책위원회에서 기본요금을 33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오늘은 경상남도의 택시요금 인상 내용과 중장기적인 택시요금 문제 해결과제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우선 인상 예정인 경상남도 택시요금은 기본요금이 3300원에서 4000원으로 700원 인상될 뿐만 아니라 단위거리당 요금도 133미터 당 100원에서 130미터당 100원으로 인상되고, 시강당 요금도 34초당 100원에서 31초당 100원으로 이상됩니다. 경상남도의 요금인상 안은 평균 4.1km 이동을 기준으로 약 15.1% 요금인상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요. 인상 내용을 요약하면 기본요금 700원 인상에 거리 요금과 시간 요금이 다 인상되어 종전보다 더 빨리 요금미터기가 올라가게 됩니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요금 인상을 더 크게 체감하게 되는 것은 심야할증 시간이 밤 10시로 당겨졌다는 것입니다. 퇴근 후에 동료들과 식사나 술 자리를 가지는 분들, 친구나 연인과 데이트, 가족 모임 계모임 등을 마치고 10시 이후에 택시를 타면 기본 요금의 20% 할증 요금을 부담해야 합니다. 지금 밤12시부터 적용되는 심야할증이 이번 요금 인상과 함께 밤 10시로 당겨지게 됩니다. 즉 낮에 택시를 타면 15.1% 인상된 요금을 내지만, 밤 10~12시 사이에 택시를 타면 추가로 20% 인상되는 효과가 생기는 겁니다. 문제는 이 시간에 택시를 타려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는 것이지요. 

 

 

밤 10시 이후 택시 추가요금 20% 할증

저는 이번 택시요금 인상과정을 지켜보면서 택시 업계의 어려움을 요금인상으로 해결하는 방식은 우리 속담의 ‘언발에 오줌누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전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첫째, 택시요금 인상으로 인한 풍선효과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서울, 부산처럼 지하철과 버스를 중심으로 대중교통 체계가 잘 갖춰진 곳에서는 택시요금이 인상되면 지하철과 버스 승객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대중교통인 버스가 불편한 창원이나 경남에서는 안타깝게도 승용차 이용이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당장 밤 10~12시 사이에 택시 심야 할증 요금이 적용되면 집이나 직장에 승용차를 세워두고 택시를 타고 저녁 모임에 가던 분들이 승용차를 타고 가서 대리운전을 부르게 될 것입니다. 즉 택시 승객은 감소하고 대리운전 수요는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지요.

결국 대리운전 시장은 더 많은 수요가 생길 것이고, 대리운전 기사들은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하게 될 것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택시 업계의 주장에 의하면 법인 택시의 경우 수익성이 악화된 가장 큰 원인이 택시 운전기사가 없어서 차를 운행하지 못하고 그냥 세워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대략법인 택시의 절반 정도가 운전기사가 없어 운행을 못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택시요금이 인상되고 시민들이 택시대신 승용차를 타고 가서 대리운전을 이용하게 되면 택시기사는 더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택시요금이 올라 대리운전 수요가 많아지고 대리기사님들 수입이 늘어나면 그나마 지금 남아 있는 법인 택시 기사님들도 수익이 많은 대리운전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순환이 아니라 바로 악순환이 시작되는 겁니다. 

택시업계에서는 지금도 택시 수익성 악화 원인을 법인택시 기사 부족 때문이라고 하고, 특히대리운전, 배달기사, 택배기사 등 이른바 플랫폼 노동 시장이 성장하면서 월급이 작고 사납금까지 내야하는 법인택시 기사를 하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택시 요금 인상은 대리운전 수요를 증가시켜 택시 업계는 점점 더 어려워 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뿐만이 아니지요. 택시요금이 많이 오르면 출퇴근이나 등학교 업무 때문에 매일 택시를 이용하던 분들은 승용차를 구입하게 됩니다. 실제로 2016년부터 2018년 사이에 승용차의 수송분담률은 41%에서 60.4%로 증가하였는데, 택시의 경우 10.1%에서 11.9%로 1.8% 증가에 그쳤습니다. 즉 2016년부터 3년 동안 줄어든 4%의 버스 승객 대부분은 승용차로 옮겨갔다는 뜻인데요. 택시요금의 과도한 인상은 승용차 수요만 증가시킬 것이고 기후변화와 저탄소 사회로 가는데는 가장 나쁜 선택이 될 것이라는 겁니다. 

둘째, 법인 택시 업계의 자구노력이 매우 부족합니다. 택시요금 인상을 제외하고 택시업계의 경영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개인택시의 경우 운송원가가 법인택시보다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택시 1대보다 50대, 100대를 가진 법인택시의 경우 이른바 ‘규모의 경제’효과가 있어서 운송원가가 더 낮고 수익도 더 많아져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입니다. 

 

개인택시가 요금 인상에 반대하는 까닭?

 

개인택시 기사들은 택시요금 인상을 앞장서서 주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개인택시 기사님들은 “요금이 오르면 승객이 줄어 오히려 손해”라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휘되지 않고 법인택시가 개인택시보다 수익성이 낮다는 것은 그 만큼 법인택시 회사들이 경영 개선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셋째 법인 택시의 비효율적 운영을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공차 운행률입니다. 즉 택시의 하루 운행 시간 중에 승객이 없는 상태에서 운행하는 시간 비율을 공차운행률이라고 하는데요. 저희 경남 지역 법인 택시들의 공차 운행률이 무려 57%나 됩니다. 즉 승객이 없는 빈 차로 거리를 배회하는 시간이 전체 운행 시간의 절반이 훨씬 넘는다는 뜻입니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에는 택시 기사님들이 승객을 찾아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아다니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만, 요즘은 많은 분들이 스마트폰으로 내가 있는 곳으로 택시를 호출합니다. 따라서 법인 택시 회사들은 공차 운행률을 효과적으로 줄이는 노력을 해야 효율적인 경영이 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택시 운행 과정에서 생산되는 빅데이터를 회사들이 공유하고 활용해야 합니다. 어느 요일, 어느 시간대에 어떤 장소에서 택시 승객이 많이 탑승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빅데이터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빅데이터를 잘 활용하면 택시노동자들의 노동시간도 단축할 수 있습니다. 아침부터 밤까지 승객이 없어도 돌아다니지 않고, 승객이 많은 시간에 맞추어 택시운행을 할 수 있도록 관련법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는 경상남도의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법인택시를 모두 없애고 개인택시로 전환하면 요금인상을 안해도 된다고 하시지만, 법인택시는 없고 개인택시만 있으면 승객이 많은 시간에만 운행하는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경상남도가 당장은 택시요금 인상 시기를 지혜롭게 조절해야 하겠구요. 중장기적으로 법인 택시들의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버스-택시를 중심으로 하는 대중교통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