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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발굴 유물, 창원 박물관에 전시해야...

by 이윤기 2024.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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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1. 16 방송분)

 

박물관 하나 제대로 없는 창원 특례시

 

2019년 박물관건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되고 시민공청회 및 타당성 조사를 거쳐 행정안전부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받고 작년 11월에는 임시 수장고까지 준공되었는데, 홍남표 시장이 박물관 건립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지역에서는 당초 계획대로 박물관이 지어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창원박물관 건립 문제에 관해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사실 창원박물관 건립 문제는 10년도 더 지난 숙제입니다. 지난 2010년 현 경상남도지사인 박완수 창원시장 시절에 <창원박물관> 건립 추진이 시작되었는데, 박완수 시장이 퇴임하고 안상수 시장이 취임하면서 중단되었다가, 전임 허성무 시장이 취임한 2018년부터 재추진되어 행정안전부 조건부 승인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현 홍남표 시장이 취임한 후 잘 추진되던 박물관 건립 사업이 불안해지고 있습니다. 

홍남표 시장은 박물관 사업은 경제성이 없다, 적자 운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재정에 부담이 된다, 문화유산 등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등의 핑계를 대면서 건립 예산과 건립 규모 축소를 시사하고, 사업 기한을 늦추는 등 박물관 건립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작년 12월 20일 창원시장 주재로 <창원박물관 건립 관련 공개 토론회>가 진행되었으나 제목만 공개 토론회였고, 사실상 관심있는 시민들의 참여나 방청도 제한되었고, 언론의 취재와 보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 마디로 비공개 토론회가 진행되었는데, 박물관 건립에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는 수준에서 끝나버렸다고 합니다. 

 

창원박물관 조감도



결국 시민단체들은 현시점에서 창원박물관 건립 문제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고, 지난 11일(수)에 평소 박물관 건립에 관심이 많았던 (사)합포문화동인회, 마산역사문화유산보존회, 진해근대문화유산보존회, 창원고고학회, 마산YMCA가 주최하는 <창원박물관 건립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경남대 영상미디어학과 안차수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임학종 전, 김해국립박물관장, 마산박물관 학예사를 지낸 송성안 경남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김주용 창원대학교 박물관 학예실장 등 관련 전문가와 시민을 대표하여 최용문 창원박물대학 49기 수료생이, 그리고 시의회에서는 전홍표 창원시의원이 참석하였고, 당초 토론자 참여를 약속했던 구점득 창원시의원은 ‘막말 파문을 일으킨 김미나의원 징계 문제’로 불참하였습니다. 

첫 번째 발표자였던 임학종 전 국립김해박물관장은 김해, 진주에는 국립박물관이 있지만 창원에는 도립박물관조차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임 전관장은 국립김해박물관이 있어도 김해시 유물의 5% 밖에 전시하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국립박물관이 있는 김해, 진주에도 시립박물관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아울러 창원시의 경우 중앙정부로부터 어렵게 조건부 허가를 받아놓고 새삼스럽게 타당성을 검토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하였습니다. 

창원박물관 조감도


두 번째 발표자였던 송성안 교수는 타 시군과 박물관 운영 현황을 비교해 주었는데요. 창원시에는 국공립 및 대학박물관을 포함하여 8개의 박물관이 있는데, 그나마 2개는 미등록 박물관이라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런데 창원 특례시와 규모가 비슷한 수원시의 경우 국립 1, 공립 3, 사립 1, 대학 2곳으로 모두 9개의 등록 박물관이 있고, 용인시의 경우도 공립 3, 사립 6, 대학 3으로 모두 12개의 등록 박물관이 있다고 합니다. 경남에서도 김해의 경우 국공립, 사립, 대학을 합쳐 15개의 박물관이 있고, 진주의 경우도 국공립과 사립, 대학을 합쳐 10개의 박물관이 있다고 합니다. 인구 100만이 넘는 창원특례시이지만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수준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창원대 박물관 김주용 학예사는 창원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할 곳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동안 창원시에서 출토된 많은 유물들 중에 20여 만점이 전시할 곳이 없기 때문에 서울, 김해, 진주 등 타 도시로 가 있고, 지금 있는 박물관들은 유물을 제대로 보존하고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이 안 되기 때문에 원본은 타 지역으로 가고 복제본을 전시하거나 대여해서 전시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함안보다 뒤쳐지는 창원시 박물관

 

아울러 박물관의 기능이 유물을 전시하는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였습니다. 전시뿐만 아니라 지역 역사문화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기능이 동시에 이루어지는데, 제대로된 박물관이 없으면 이런 수집, 연구 기능도 함께 활성화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창원의 선사시대, 가야시대, 조선시대, 근현대, 민속, 무형문화재, 산업사, 고문헌 등 다양한 분야의 학술연구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여였습니다. 김 학예사에 따르면 창원은 함안 다음으로 경남에서 두 번째로 가야 유적이 많은 곳인데, 박물관 수준은 인구 6만여명인 함안군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창원박물관 조감도


퇴직 이후 11년간 마산시립박물관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최용문 선생님은 “박물관은 지역 역사에 관심이 없는 시민들에게 배움의 기회와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제공함으로 써 지역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강조하면서, 자신은 박물관대학을 통해 지역사회를 새롭게 볼 수 있게 되었고, 지역 역사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시립박물관의 중요성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전홍표 시의원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박물관 건립이 추진되었다 중단되었다를 반복되는 문제를 지적하였습니다. 박물관 문제는 시장의 정책적 판단만으로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였는데요. 김주용 학예사와 마찬가지로 창원에서 출토된 보물이 서울, 김해에서 셋방살이 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였습니다. 

 

창원 출토 유물...서울, 김해에서 전시...부끄럽다

한편, 당일 토론회에 불참한 구점득 시의원의 토론문을 보면, 전국에 900여개의 박물관이 있는데 대부분 운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과 좋은 시설의 새로운 시립박물관이 생기면 마산, 진해에 있는 시립박물관들이 시민들에게 외면당할게 될 것이라는 걱정을 담고 있었습니다. 또 박물관을 찾는 시민이 많지 않다는 점도 지적하면서 600억원이 넘는 예산을 꼭 박물관 건립에 써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여섯 분의 발표를 요약하여 소개해드렸는데요. 청취자 여러분은 어느 분의 주장에 더 공감이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인구 110만인 창원시에는 도시 규모에 맞는 박물관과 문화시설이 수도권은 물론 김해나 진주에 비해서도 뒤처지는데, 다른 도시들은 적자운영을 하면서도 시민들이 수준높은 역사와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적자 운영만 문제만 놓고보면 NC다이노스가 사용하는 야구장도 적자, 축구장도 적자, 미술관이나 공연장도 대부분 적자입니다. 대중교통도 모두 적자이지요. 모두가 적자이기 때문에 시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하는 것인데, 창원시는 제대로 된 시립 박물관 하나도 운영할 예산이 없어서 출토된 유물을 계속 다른지역으로 보내야하는지 참으로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