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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은행도 당하는 전세사기 예방

by 이윤기 2024.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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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3. 1. 9 방송분)

 

금리가 오르고 주택 가격이 떨어지면서 전세 가격도 함께 내려가고 있는데요. 집 없는 세입자들은 집값이 내려도 걱정 올라도 걱정인 것 같습니다. 전세 값이 올라가면 전세 인상 때문에 걱정이고, 전세가 내려가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을지 몰라 걱정해야 하지요. 요즘 전국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 뉴스와 전세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오늘은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그리고 주택임대차보호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전세 사기 사건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사건으로는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1139채의 빌라와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사망한 이른바 ‘빌라왕’사건이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1000명이 넘는데, 더 기가막히는 것은 그중에 614명은 정부가 권장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들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텐데요. 사고 이후에 주택도시보증공사 전세보증보험을 통해 보증금을 돌려받은 사람은 지난 연말까지 139명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500명 가까운 피해자들이 보증보험에 가입하고도 아직 전세금을 돌여받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보증보험을 통해 전세금을 돌려받는 경우에도 평균 5~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많아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더욱 안타까운 사람들은 1000명이 넘는 피해자 중에 절반 가까운 세입자들은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아서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들입니다. 


전세 관련 사기로 피해를 당하는 분들은 저희 지역에도 있었습니다. 2021년에는 창원시 양덕동 집합건물에 세들어 살던 19세대의 청년들이 집을 신탁회사에 신탁한 집 주인과 이중 계약을 맺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2020년에는 오피스텔 주인 행세를 한 공인중개사가 세입자들의 전세보증금 130여 억원을 가로채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징역 9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지만, 그렇다고 피해자들이 보증금까지 다 돌려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피해를 막기 위해 제도 개선은 꼭 필요해 보입니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더욱 치밀한 전세사기 사건도 있었습니다. 담보대출을 해주는 은행을 상대로 대출사기사건이 일어났는데요. 사기꾼들이 짜고 집을 사는 것처럼 하면서 전세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한꺼번에 받아서 은행이 피해를 당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어떻게 은행이 사기를 당하는 일이 있을까 하는 분들도 있지만, 매수인이 전세를 놓는 조건으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아는 사람이 전세 구한다면서 사기꾼 일당을 임차인을 데리고 왔다고 합니다. 

 

전세사기 은행도 당했다

 

전세계약서 후에 전세대출을 80% 받아 잔금과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치고 은행의 현장 실사까지 마친 후에 세입자가 전출을 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서류상으로는 빈집이 되는데요. 사기꾼인 매수인이 은행에 다시 담보대출을 최대한도로 신청하여 은행에 피해를 입힌 사건입니다.

이처럼 지능적인 범죄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집값이 내려가면서 대출과 전세를 끼고 갭투자에 나섰던 집 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서 생기는 피해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생기고 있습니다. 이른바 깡통전세 피해인데요. 워낙 피해 사례가 많아지자 서울시에서는 올해부터 깡통전세 피해를 지원사업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깡통전세나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의 대출연장을 지원하는 제도인데요. 임차권등기명령이 완료된 세입자에게 연 3.6%로 대출연장을 지원해주고, 소송과 경매에 따른 비용은 최장 4년까지 무이자로 빌려주는 제도입니다. 

또 깡통전세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해 사회초년생인 청년이나 신혼부부들이 전세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전세보증보험료>를 전액 지원하기로 했구요. 전세 사기 피해 시민을 돕기 위한 원스톱 상담창구 <서울시 전월세 종합지원센터>를 2월 중에 확대 개편한다고 합니다. 기존에 있던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와 전세가격상담센터의 기능을 통합하고, 금융지원, 주택임대차 및 전세가격 상담, 분쟁조정위원회 운영, 전세사기 법률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새로운 전세 피해 예방사업으로 서울시 관련 부서가 협력하여 ‘전세사기 의심주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신축 주택, 빌라 등을 전세로 내놓으면서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깡통전세를 만드는 피해를 막기 위해 ‘공정가격 산정체계’도 마련한다고 합니다. 아울러 임대업자가 불법적인 이중 계약을 하거나 계약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사례를 막기 위한 법령 정비도 시작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여러 가지 대책이 있어도 어느 것도 근본 대책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임대인에게 집주인 대신 돌려 준 보증금이 ▷2019년 2836억원 ▷2020년 4415억원 ▷2021년 5040억원 ▷2022년 9241억원으로 폭증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만큼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인데요. 오히려 전세보증보험만 믿고 좀 더 꼼꼼하게 따져보지 않는 역효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울러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려면, 사전 안전 조치와 임차인 권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임차인 권리 강화 필요

 

현행 보증보험 제도는 전세 계약 후 가입하기 때문에 보험 가입 요건 만족 여부를 사전에 알기 어렵다는 허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미리 해당 물건을 검토해 어느 정도 보호받을 수 있는지 확인한 후에 계약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어야 하는 것이지요. 

또한 임차인이 임대인의 선순위 권리관계와 납세증명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즉 확정일자 부여 기관에 ‘선순위보증금’ 등 임대차 정보 요청도 의무화해서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남은 보증금 액수를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구요. 더 나아가서 임차권 등기를 의무화해야 합니다. 2억짜리 주택을 1억 5천 만원에 전세를 주면 실제로 1억 5천만 원은 주인 재산이 아니라는 것을 등기제도를 통해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정부는 오는 4월부터 임차인들이 주인 동의가 없어도 세무서에서 집주인의 국세 체납액을 열람할 수 있게 하고, 경매가 이루어질 때, 세금을 가장 먼저 배당하던 것을 앞으로는 확정일자보다 늦은 세금은 우선 배당에서 제외하게 됩니다. 또 정부는 임대인이 세입자 몰래 선순위 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이달부터 시중은행에 확정일자의 확인 권한을 부여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일부 언론에서 지난 정부에서 통과시킨 임대차보호법 때문에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세입자가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이사를 하겠다고 해서 깡통전세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식의 보도를 하고 있는데요. 임대차보호법은 기본적으로 약자인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세가격이 많이 내려가면 주변 시세에 맞춰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수요, 공급의 시장원리에 맞는 것이지, 전세가 내려가는데도 2년 동안 비싼 전세와 월세를 내도록 하는 것은 세입자에게 피해를 강요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집이 없는 것도 서러운데, 집 없는 서민들만 깡통전세, 전세사기의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