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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지방선거

뒷걸음질 치는...경남 청년 정책

by 이윤기 2024.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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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12. 26 방송분)

 

경상남도는 지난 21일 브리핑을 통해 2022년 청년정책 성과 발표와 함께 2023년 청년정책 추진 방향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중에는 내년부터 대학생 식비를 지원해주는 ‘경남형 대학생 학식 지원’ 사업을 구체화하고, 청년 모두에게 교통비를 주는 ‘경남형 청년 교통비 지원을’ 시행한다고 계획도 포함되어 있는데요. 오늘은 내년부터 달라지는 경남의 청년 정책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겠습니다. 

2023년 경남형 청년 정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청년일자리 사업에 26억원, ESG 혁신기업 청년인재 양성 사업과 항공우주산업 청년인재 채용 사업에 51억 원을 지원하며, 또 16개 도 출자·출연기관과 공기업을 대상으로 ‘지역인재 신규채용 30%’를 의무화한다고 합니다. 

 

 

한편 청연친화기업 지원, 청년주거안정 지원, 청년구직 수당 등을 지급하고, 청년농업업인 육성사업과 청년 후계농 창업자원 융자 지원 사업도 올해보다 지원대상과 규모를 확대한다고 합니다. 또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하여 공공임대 200호를 공급하고, 청년들의 문화 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청년 문화거리 육성에 24억원을 투입하고, 청년 거점 공간 마련에도 2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2022년에도 추진해오던 여러가지 청년 정책을 더 확대하고 더 강화하겠다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한편, 유난히 눈에 띄는 새로운 사업이 두 가지 있었는데요. 내년부터 도내 23개 대학생 6만여 명에게 연간 1인당 최대 연간 60만원가지 학식 바우처를 지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사업은 경상남도가 지난 3월 발표한 전국대학생 네트워크의 설문조사 결과 자료를 보고, 응답자 30%가 생활비 부족으로 1주일에 한 두 번은 식사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 것을 보고 새롭게 도입한 정책이라고 합니다. 

식비 지원은 경상국립대 학생 식당 정식 가격 4000원을 기준으로 연간 150일분의 학식 비용을 지원한다는 계획인데, 이 사업에는 약 36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생활비 부족으로 밥을 챙겨 먹지 못하는 대학생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고 하니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브리핑 자료를 자세히 읽어보니 확정된 사업이 아니라 “내년 하반기에 세출구조조정 예산으로 시범사업을 하고, 향후에는 정부가 고등교육 행·재정적 권한을 지방 정부에 이관하면 국비를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확정된 사업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경남형 대학생 학식 지원 사업은 빨라도 내년 하반기에 시작되고, 이를 위해서 도의 다른 지출 예산을 줄여 예산이 마련되면 해보겠다는 것이고, 2024년에는 정부가 고등교육 권한을 지방정부에 이관해주면 시행하겠다는 조건부 사업 계획 발표였던 것입니다.

아울러, 당시 ‘전국대학생 네트워크’의 자료를 찾아보니, 학생들의 요구사항은 대학들의 학식 인상을 반대하고, 학식 비용을 3000원으로 동결해달라는 요구였고, 비싼 등록금을 받고 있는 대학이 학식 가격 인하를 위해 예산을 지원하라는 것이었으며, 지자체도 예산 지원을 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얼핏 보기에 지자체가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이지만, 대학 학식 제도를 개선하지 않고 바우처 형식으로 밥값만 4000원씩 지원하는 경우 자칫 ‘학식 비용’만 올려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었습니다.

경상남도가 내세운 두 번째 새로운 사업은 청년층 대중교통비 지원입니다. 이 정책 수립은 지난 10월 열린도지사실 올라온 ‘청년층 대중교통비 지원이 필요하다’는 민원에서 출발하였다고 합니다. 대중교통비가 크게 올라 부담이 된다며 10대, 20대, 30대 청년층을 대상으로 교통비를 지원해달라는 민원이 있었고, 경상남도가 이 민원에 응답하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것은 최근에는 대중교통 요금이 크게 오른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2019년 코로나 확산 이후에 시내버스들은 승객이 크게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중교통 요금은 인상된 적이 없습니다. 경남의 대중교통 요금은 2015년에 평균 100원이 인상되었고, 2019년에 평균 200원이 인상되었을 뿐입니다. 청년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겠다는 정책을 반대하지 않지만, 대중교통 요금 인상으로 청년들이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은 펙트체크가 안 된 내용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서울시가 155억원의 예산을 들여서 19~24세 청년을 대상으로 연간 10만원의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고, 경기도는 314억원의 예산을 들여 13세~23세 청소년과 청년들을 재상으로 연간 12만원을 지원하고 있으니, 늦었지만 경남에서도 청년들에게 대중교통비를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남는 것은 단순히 청년들에게 교통비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내버스가 승용차만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체계로 바꾸고, 청년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승용차 대신에 시내버스를 타고도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 서비스가 바뀌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청년뿐만 아니라 모든 시민이 대중교통은 무상 혹은 무상에 가까운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2023년도 경상남도 청년정책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경수 도지사 시절 창원지역에 설치해서 운영하던 도 청년센터는 예산과 효율성을 이유로 폐지를 결정해놓고, 내년도 예산에는 청년 거점 공간 조성 사업에 20억원을 편성해놓았기 때문입니다. 

서울, 부산, 대구를 비롯하여 전국 광역시에 다 있는 도 청년센터는 폐지하면서, 다른 장소에 다른 이름의 청년 거점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도 설명도 납득하기 어렵고, 20억원으로 조성하는 청년 거점 공간이 원래 창원 상남동에 있던 청년센터처럼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많이 모이는 지역에 마련될 수 있을지도 염려스럽습니다. 

 

아울러 청년 당사자들은 여전히 경남청년센터 폐지에 반대하고 있는데, 도지사나 공무원들은 위임받은 권한만 행사할 것이 아니라 당사자 청년들과 끝장 토론이라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경상남도는 내년도 청년 예산이 올해보다 215억 정도 늘어 1000억이 넘었다고 주장하지만, 청년 당사자들은 2021년의 청년 예산 1587억과 비교하면 여전히 500억이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2023년도 경남의 청년 정책 발표에는 청년들의 요구와 목소리가 어떻게 반영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빠져 있습니다. 청년들이 밥을 달라고 소리치는데, 공무원들은 너희들 배고픔을 달래는데는 햄버거로 충분할거야 라고 응답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지방자치의 주인은 주민입니다. 

 

유럽의 지방자치와 주민자치가 발달된 나라들을 보면, 계획은 주민이 세우고공무원을 주민의 뜻에 따라 실행하게 되는데, 우리나라는 주민에게 권한을 위임 받은 선출된 공직자와 공무원들이 주민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고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밀고나가는 구시대로 되돌아 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