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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 지방선거

막말 시의원 사퇴요구...무시 가능한 이유

by 이윤기 2024.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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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12. 19 방송분)

 

지난 12월 15일 창원시의회 앞에서는 이태원 참사로 자녀를 잃은 유가족들의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추운 날 유가족들이 멀리 창원까지 와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것은, 창원시 의회 김미나 시의원의 이태원 참사에 대한 막말과 혐오발언 때문이었습니다. 오늘은 김미나 시의원의 막말과 시민사회의 대응 비례대표 제도의 문제점, 그리고 주민소환 제도의 허점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김미나 창원시의원은 이태원 참사뿐만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 등을 상대로 막말을 쏟아내서 전국적인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인데요. 김미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식 팔아 장사한단 소리 나온다, 나라 구하다 죽었냐", "희생이란 다른 사람의 이익이나 어떤 목적을 위하여 목숨, 재산, 명예, 이익 따위를 빼앗긴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애초에 이태원 사고에 대해 희생자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 표현" 등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습니다. 

 



이 같은 이태원 희생자와 유족을 모욕하는 글이 지난 12일부터 언론에 보도되자 이번에는 “내 말이 거슬리면 그 좌가 좌파인 거~ 난 2012년부터 쭈욱 일관성있게 비판하던 사람이니 뭐 신분이 달라졌대도 바로 고쳐지지는 않아요"라고 조롱하는 듯한 글과 함께 이념 논쟁으로 몰아가는 대응을 하였습니다. 

12일 언론보도 이후 유족들이 크게 분노하고, 기사를 본 시민들이 ‘후안무치’한 행동에 질타를 가하는 등 논란이 확대되자 김 의원은 뒤늦게 언론을 통해 "유족들을 향한 발언이 아니었고 유족들을 이용하는 단체를 향해서 한 말이다"는 변명을 하면서 일부 글을 삭제하였습니다. 

한편, 김 의원은 민주당에 대해서도 "저것들은 노란리본 한 8∼9년 우려먹고 이제 깜장리본 달고 얼마나 우려먹을까?", "시체팔이 족속들"이라고 적었는데요. 시민이 낸 세금으로 ‘의정활동비’를 받는 선출직 공직자로서 여러 차례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망언을 쏟아 냈습니다. 

급기야 지난 15일에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직접 창원까지 와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함께 ‘김미나 창원시의원’을 창원중부결찰서에 모욕죄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였고, 창원시의원에는 항의서한을 전달하였습니다. 이날 창원시의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경남지역 24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참석하여 정부 책임 인정과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근본대책 수립 등을 촉구하였고, 김미나 시의원의 사퇴를 촉구하였습니다. 

사퇴가 확산되자 국민의힘 경남도당은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고, 창원시의회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내걸었으며, 당사자인 김미나 의원은 본회의 신상발언을 통해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사과했지만,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반발과 함께 사퇴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창원 지역 5개 YMCA, YWCA 회원들은 16일부터 시의회 앞에서 ‘김미나 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하였고, 분노하는 시민들의 마음을 모으고 김의원의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사퇴촉구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사퇴 촉구 서명운동에는 10시간 만에 1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하였는데, 의견란에는 “자식을 둔 사람이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시민이 낸 세금으로 의정활동비를 줄 수 없다, 하루 빨리 사퇴하라, 사과는 피해자가 그만할 때까지 하는 것이다” 등등의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등 SNS에도 많은 시민들이 “창원시민인게 부끄럽다”는 취지의 글들이 많이 있고, 김의원이 운영하는 주유소에 대한 불매운동 제안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진사퇴나 창원시의회의 징계절차가 아니면 사퇴시킬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막말을 일삼은 김미나 의원은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생기는 제도적인 문제가 크게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김의원은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에서 제명하여도 의원직을 그대로 유지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비례대표 의원이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일부러 제명처분을 하는 일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김의원이 비례대표이기 때문에 자진사퇴하거나 국민의힘 경남도당이 자진사퇴를 권고하여 사퇴하는 경우에도 비례대표 다음 순번이 의원직을 승계하기 때문에 비례대표 공천 책임을 져야 하는 국민의힘에는 사실상 ‘징계’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편 우리나라는 선출된 시장이나 시의원이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 20/100에 해당되는 유권자들의 서명을 받아 ‘주민소환제도’를 통해 공직을 그만둘 수 있게 할 수 있는데, 주민소환 역시 지역구 시의원에게만 해당되고 비례대표 의원에 대해서는 주민소환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주민소환법의 입법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데요. 하루속히 보완 입법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의원직을 중단하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창원시의회가 본회의 의결을 거쳐서 해당 시의원을 제명하는 절차가 가능한데요. 막말을 한 김의원을 제명하려면 창원시의회 본회의에서 2/3가 제명에 찬성해야 하는데요. 문제는 창원시의회 구성이 국민의힘 27명, 민주당 18명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고, 결국 국민의힘 의원들이 찬성해줘야 김미나 의원을 제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찬성표를 기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란 것입니다. YMCA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사퇴서명’운동에 시민들의 참여를 호소하는 것도 바로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사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은 ‘자질’ 없는 후보를 비례대표로 공천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김 의원은 본인 말대로 10여년 이상 SNS에 거침없는 극우 유튜버들과 유사한 주장을 해왔던 사람이었는데, 국민의힘 공천심사위원회가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정당에 대한 충성도’만 보고 공천하였기 때문에 생긴일이지요. 의원들의 자질을 검증하기 위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험제도까지 도입하였지만, 실제 공천은 정당 행사에 자주 얼굴을 내밀고, 공천권을 가진 지역구 국회의원의 눈에 띈 사람이 공천받았기 때문에 자질검증, 인물검증, 역량검증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김미나 의원 사건을 계기로 비례대표에 대한 주민소환 제도가 보완되어야 하며, 비례대표 공천, 비례대표 의원직 승계제도 등도 시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게 조속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