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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2초마다 축구장 1개 크기의 숲이 불타 사라진다?

by 이윤기 2022.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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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5. 9 방송분)

 

@삼척시

 

대형산불과 기후변화...자연회복

 

지난 3월 밤낮없이 10일 동안 계속된 산불로 2523ha 숲이 불타버렸습니다. 23794ha를 태워버린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피해를 준 산불입니다. 2ha라고 숫자로 말씀 드리면 실감이 잘 안나실텐에요. 열흘 동안 불탄 피해면적은 서울 면적의 1/3, 축구장 28744개에 달합니다. 마침 지난 52일 서울 코엑스에서 전 세계 140여개 정부와 국제단체들이 참가하는 세계산림총회가 열렸는데요. 오늘은 초대형 산불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영향과 대형 산물을 막기 위한 피해복구와 나무심기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로 인정받고 있는 스웨덴 출신 청소년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초대형 산불을 보면서 지금 우리 집이 불타고 있다며 지구인들의 관심을 촉구하였습니다. 실제로 우리는 지난 3월 동해안 산불을 끄는데 열흘이 넘는 사투를 벌였고, 세계적인 초대형 산불인 호주 산불은 호주 전체 산림면적의 14%를 잿더미로 만들었고, 이는 한반도 전체면적의 약 85%를 태워버린 셈이며, 호주 산불 연기가 태평양을 건너 도쿄만까지 날아왔습니다. 산불로 인하여 호주 서부 지역은 섭씨 48.9도까지 올라가 지구상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으로 기록되었으며, 화재로 생긴 뜨거운 열과 공기가 만들어 낸 구름이 번개를 일으켜 더 많은 지역에 화재가 발생하여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호주 산불은 201992일에 발생하여 해를 넘겨 2020213일까지 5개월 이상 계속된 대재앙이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은 2018년 산불만 해도 118일부터 3주동안 이어졌고, 그 전후에도 매년 초대형 산불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산불은 매년 수천만명을 대피시키고, 서부 해안지역에서 발생한 산불 연기가 4000km이상 떨어진 동부 해안도시까지 이동하며, 그 때마다 심각한 대기오염 경보가 발령됩니다.

 

아마존 산불은 2019년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한 산불로 총 128회의 산불이 연속적으로 발생하여 약 4만 제곱킬로미터 규모로 일본 규슈 만한 숲을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아마존은 남미 여러 국가에 걸쳐 있어 실제 피해는 훨씬 더 심각하지만, 통계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화재 진압 능력이 없는 남미 국가 중에는 2~3주씩 화재가 지속되어도 대책없이 지켜보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세계 곳곳에서 대형산불이 일어나는 까닭?

 

그레타 툰베리나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는 초대형 화제에 각별한 관심을 촉구하는 것은 바로 기후위기로 산불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지난 3월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동해안 산불의 경우 기후위기로 인해 찾아온 겨울가뭄으로 숲이 건조해져 산불이 더 커지고 오래 타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이 매년 반복되는 것도 연중 6~8개월씩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건조한 날씨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지난 2020년 한반도 폭우 사태가 일어났을 때 미국에서는 라니냐로 인한 고온현상이 지속되어 40도 이상 고온으로 건조한 날씩 이어졌고 산불의 원인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화재 원인을 조사한 후 따라 사람의 실수로 산불이 발생하는 경우 인재라고들 하지만, 사람의 실수로 발생한 산불이 초대형 산불로 악화되는 것은 대부분 기후위기로 인한 고온 건조 기후가 핵심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기후변화를 막지 않으면 지구 전체가 재난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는 게 환경운동가들의 예언입니다. 기후변화가 빙하를 녹여 해수면의 상승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지구 곳곳에 초대형 화재를 일으켜 지구를 불바다로도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기후 변화로 인한 대형산불의 피해를 당하고 있는 숲은 반대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구원투수이기도 합니다. 지구상의 숲은 1년 동안 우리가 배출하는 탄소를 최대 30%나 흡수하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숲에 살고 있는 생물이나 부산물, 토양들도 지난 90년간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와 맞먹는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단체와 과학자들은 2030년까지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 1.5가 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강력한 기후위기 대응정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건강하게 잘 보존된 숲은 기후위기 시대에 대응하는데 아주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2초마다 축구장 1개 크기의 숲이 불타 사라진다

 

지구 곳곳에서 반복되는 초대형 산물로 2초마다 축구장 1개 크기의 숲이 지구상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2001년 이래로 전 세계에서 파괴되고 사라진 숲의 규모는 무려 우리나라 전체 넓이의 41배가 넘습니다. 숲이 사라질 수록 기후위기도 악화되고, 기후위기가 악화될 수록 숲이 파괴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친환경 에너지를 확대하고, 동남아시아 우림을 파괴하여 생산한 상품을 수입하지 않도록 무역 제도를 강화하며, 산림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법과 제도를 고쳐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동해안 산불복구에 정부는 4170억원을 투입할 예정인데, 벌채 비용 532억원, 장기 산림복구 비용이 2688억원에 이릅니다. 그런데 문제는 불이난 곳에 남아 있는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새로 소나무를 심고 있다는 것입니다. 환경전문가들은 소나무가 산불에 취약하기 때문에 산불에 저항력이 강한 참나무와 같은 활엽수를 심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산불화재 현장을 조사해보면 숲가꾸기로 벌목을 해서 장작처럼 쌓아놓은 나무들도 소나무는 숲이 되었지만 참나무와 벚나무는 타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형산불... 돈도 안 드는 자연복원이 답이다

 

환경전문가들만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최병암 산림청장도 국회 토론회에서 경북, 강원지역에 많이 분포하는 소나무 숲이 산불에 매우 취약하므로 적극적인 숲가꾸기 사업과 내화수림대 조성을 역설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실제로는 화재이후 숲가구기 사업을 하면서는 소나무를 다시 심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연복원이 이루어지는 숲에는 소나무가 아니라 참나무들이 먼저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예컨대 산불이 난 곳에 인공조림을 위하여 전체를 벌목하고 새로 소나무를 심는 것은 우수한 자연복원력을 파괴하고 토사 유출을 비롯한 새로운 피해 위험을 높일 뿐만 아니라 막대한 예산을 낭비하는 사업이라는 것입니다. 환경부의 <동해안 산불지역 생태계 복원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산불이 난 곳은 그냥 내버려두면 자연복원력에 따라 숲이 되살아날 뿐만 아니라 산불에 저항력이 강한 수종들이 자리를 잡게 된다고 합니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외국에서는 대형 산불이 나도 우리처럼 불에 타죽은 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새로운 나무를 심지 않는다고 합니다. 땅 속에 있는 씨앗들이 저절로 나오고 불탄 재와 나무들을 거름으로 삼아 쑥쑥 자란다고 합니다. 불탄 나무를 베어낸 곳 보다 그대로 둔 곳의 산림이 더 빨리 복원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산불이후 산사태 위험이 높아진다는 구실로 싹쓸이 벌목을 하고 벌거숭이 산을 만들어버립니다. 산사태 위험은 더 높아지고 토양에 영양분이 없으니 새로 심은 나무도 잘자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뜨거운 산불이 휩쓸고 가도 1주일만 지나면 새로운 풀꽃들이 자란다고 합니다. 다시 나무를 심지 않아도 땅속에 있던 씨앗에서 발아된 소나무도 자라고 참나무도 자란다는 것입니다. 산불이 난다고 해서 모든 생명이 다 죽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산불피해 복구라는 이름으로 수백 억원의 예산이 낭비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번에는 제발 끊겼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