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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지역주택조합 피해를 막으려면?

by 이윤기 2022. 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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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KBS1 라디오 <라이브 경남>에서 매주 월요일 이윤기의 세상읽기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방송 내용과 조금 다른 초고이기는 하지만 기록을 남기기 위해 포스팅 합니다.(2022. 4. 11 방송분)

지난주 목요일 마산YMCA에서는 끊임없이 피해자를 양산해내고 있는 지역주택조합의 문제점을 진단하는 시민논단을 개최하였습니다. 오늘은 피해자들이 ‘지옥주택조합’이라고까지 부르는 지역주택조합에 관하여 다시 한 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사실, 지역주택조합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만, 피해자가 속출하고 언론보도를 통해 대책마련을 촉구하는데도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번 토론회 주제발제 준비는 박종호 변호사와 김태형 변호사가 맡아주셨고, 토론회 때는 김태형 변호사가 대표로 발표를 맡았습니다. 김태형 변호사는 지역별 성공사례가 5~20%에 불과하지만, 이론적으로만 보면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발제를 시작하였습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고, 주택청약통장이 필요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좀 더 쉽게 조합원이 될 수 있지만, 일반분양주택보다 반드시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실제 사례를 보면, 토지확보를 제대로 못해 사업이 좌초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며, 설령 토지확보에 성공하더라도 준공 후 입주 때까지 조합원 추가부담금 없이 사업이 마무리 되는 사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었습니다. 분양 아파트와 전혀 다른 계약이기 때문에 지주택 사업이 잘못되는 경우 오히려 큰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김변호사는 지금처럼 지역주택조합이 난립하게 된 것은 기본적으로 법이 허술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였습니다. 지금부터 무려 45년 전인, 1977년 12월에 지역주택조합 관련 법이 만들어졌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아파트 지구개발 사업의 당해 아파트 지구안의 토지 소유자들이 조합을 조직하여 사업을 시행하도록 하는 법이었다고 합니다. 

주택시장의 정글이 되어 버린 지역주택조합

그런데, 2003년에 주택법으로 개정하면서 “동일한 행정구역 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주택을 마련하기 위하여 설립하는 조합”으로 변경하면서, 전국 곳곳에 지역주택조합이 난립하게 되었고, 지난 20년 동안 수천, 수만 명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KBS에서도 시사기획창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주택조합의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안타까운 피해사례를 소개하였는데요.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전국의 여러 방송국에서 지역주택조합의 피해사례를 다룬 시사기획 프로그램만 10편이 넘고, 뉴스 보도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있습니다. 

이들 프로그램에 사연을 소개한 피해자들이나 YMCA 토론회에 토론자로 나온 김상수 선생님이나 모두 한결같이 하는 이야기는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는 분양아파트인줄 알고 모델하우스 보고 바로 계약했다”는 것입니다. 지역주택조합 피해자들은 대부분 계약서 작성단계에서 유명 건설회사가 짓는 아파트라고만 생각하고 계약을 하는데, 계약서를 일반 아파트 청약서와 유사하게 만들어 일반인은 모르고 계약하기 십상이라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500만원 계약금을 내고 조합원이 되면서 ‘지옥주택조합’에 발을 들여놓게 되는데, 문제는 한 번 계약을 하고 나면 중간에 문제가 있는 사업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피해자 스스로가 이미 계약금으로 낸 500만원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돌려받을 방법을 찾다가 돌려받을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나서 사업을 성공시켜서 손해를 만회하겠다고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되면 보통 1차 분담금이 5000만원쯤 되기 때문에 500만원을 포기하지 않아서 5500만을 손해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한편, 피해자가 500만원을 포기하더라도 탈퇴가 안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지역주택조합 조합원이 된다는 것은 아파트는 구입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공동으로 아파트를 짓는 사업자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아파트 사업 시행, 추진에 대해 공동의 책임이 있고, 손실에 대해서도 공동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업구조 때문에 보통은 추진위원회가 구성될 때부터, 업무대행사, 분양대행사, 광고대행사와 같은 용역업체들이 사업에 참여하게 되는데, 문제는 건축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조합장이나 추진위원장들이 이들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 사례를 보면 많은 경우 업무대행사와 추진위원장이나 조합장이 밀월관계를 맺고 비리를 저지르는 일이 허다합니다. 

아파트 분양하는 줄 알고 청약했는데...지역주택조합이었다

특히 조합 설립이전 추진위원회 단계에서는 더욱 분담금 관리가 허술하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생면부지의 추진위원장에게 내 돈을 맡겨놓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조합설립 이후에는 신탁회사가 관리한다고 하지만, 이 경우도 서류 검토만 하고 자금인출을 해주기 때문에 조합장의 전횡을 막을 안전장치는 아무것도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절반이상은 지역주택조합 설립도 못하고, 계약금만 모두 탕진해서 조합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또 어렵게 조합이 설립되어도 사업 추진 과정에서는 추진위원장, 조합장, 업무대행사가 토지매입과 용역 과정에서 조합원 분담금을 탕진하는 사례가 수없이 많습니다. 그리고 온갖 우여곡절을 격고 분양 아파트보다 2~3배 긴 시간을 허비하고 입주하는 경우에도 최종 입주를 앞두고 수천만원의 추가 분담금을 내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실제 피해를 경험하셨던 김상수씨는 조합설립에 참여하기 위하여 동사무소에 서류를 떼러 갔을 때, 공무원으로부터 “지역주택조합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하시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그때 좀 더 자세히 알려줬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였습니다. 

하지만, 창원시 입장에서는 명백한 불법이 아니면, 조합과 업무대행사들을 대놓고 불신하는 듯한 이야기를 하기 어렵고, 중립적인 정보제공 밖에 할 수 없습니다. 실제 창원시가 만든 지주택 안내 홍보물을 보면, 위험을 알리는 내용이 너무 부족하고 미흡합니다.

토론회에서는 이구동성으로 조합장이나 업무대행사와 조합원이나 사업대상지 주민들의 정보비대칭성을 지적하였습니다. 조합원 모집이 끝났다는 말도, 토지매입이 다 되었다는 말도 조합장이나 대행사 말만 믿고 분담금을 낼 수 없으니 창원시가 관련 정보라도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제안도 나왔습니다. 

지방정부가 정보비대칭성을 바로 잡아야

이미 서울시는 시가 직접 관리하는 홈페이지에 재개발, 재건축과 함께 지역주택조합 추진과정의 모든 정보를 시민들에게 공개하도록 조례로 강제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으로는 미흡하지만, 국회가 법을 바꾸기 전에는 우선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만 알 수 있어도 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행정에서 직접 피해예방 활동을 할 수 없다면, 시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일하는 시민단체들이 가칭 지역주택조합 피해예방센터나 지역주택조합 피해지원센터 같은 것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도 제안되었습니다. 

시행정은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시민단체는 기계적 균형을 지키지 않고 약자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소비자보호법과 지원센터를 통해 사업자의 횡포나 정보 비대칭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활동을 하고 있고, 주택임대차보호법을 통해 집주인 마음대로 세입자를 내보내거나 보증금을 올릴 수 없도록 하고 있으니, 지역주택조합 피해자도 지원하고 또 피해예방을 위한 활동도 지원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습니다. 

피해자 김상수씨가 그때 좀 더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서류제출을 막고, 위험을 경고해줬다면 자신도 피해를 1/10로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이야기 하였는데, 시민단체들이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산YMCA는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창원시장 후보자들에게 지역주택조합 피해예방 지원센터 설립을 제안하려고 합니다.